“車에서 유튜브 보고 집에서 시동도 걸고…”

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2024. 1. 12. 14:0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와 가전의 경계 허문 ‘융복합 미래차’ 발전 속도 빨라져
전기차·자율주행 시대 맞아 차 안 즐길거리 개발도 가속화

(시사저널=박성수 시사저널e. 기자)

"꽉 막힌 명절 귀경길 차 안에서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추운 겨울이나 더운 여름에 차를 타기 전에 히터나 에어컨을 켜 온도를 미리 맞춰놓을 수 있다면?"

운전자라면 한 번쯤 생각해 봤던 이 같은 바람이 조만간 현실로 이뤄진다. 전기자동차나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개념이 '이동 수단'에서 '움직이는 개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어서다. 전기차의 경우 기존 내연기관 차량들과는 달리 엔진룸이 필요 없기 때문에, 그만큼 여유 공간이 많아져 실내 활용도가 높아진다. 또한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운전대 등 필수 장비들이 사라져 추가로 공간이 확대된다. 특히 이동하는 동안 운전이 아닌 다른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영상 감상, 휴식, 업무 등이 가능해진다. 때문에 전 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현재 미래 자동차 시대에 차량 내 즐길거리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완성차 기업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운전자들의 '여유 시간'에 대한 고민이다. 자율주행의 경우 운전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동하는 동안에 차량 내에서 다른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전기차는 현재 충전에 빨라도 30분 걸리는데, 이 시간을 채워줄 무언가가 필요해졌다. 이에 기업들이 찾은 해법 중 하나가 영상과 게임이다. 많은 사람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놀거리'를 추가해 운전자의 지루함을 달래겠다는 것이다.

최근 자율주행이나 커넥티드카 관련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개념 역시 '이동 수단'에서 '움직이는 개인 공간'으로 바뀌고 있다. 사진은 한 전시회에서 LG전자가 선보인 미래형 자동차의 내부를 살펴보는 관람객 모습 ⓒAP 연합

자동차의 진화 어디까지 갈까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인 곳은 테슬라다. 테슬라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에선 다른 완성차 기업들보다 한발 앞서 시작한 만큼 인포테인먼트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테슬라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넷플릭스, 유튜브 등을 시청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게임 기능도 지원한다. 현대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기업들도 차량에서 각종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OTT)를 즐길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유튜브, LG전자 등과 협력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통해 고화질, 고음질의 유튜브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이런 기술 적용이 가능해진 것은 완성차 기업들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 전환하고 있어서다. 전기차 시대를 맞아 제조사별 엔진 성능 경쟁력이 의미를 잃게 되면서, 하드웨어적인 부문보다는 소프트웨어(SW)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율주행차량도 출력이나 토크보다는 자율주행기술 관련 SW가 중요하다.

현대차그룹은 2025년까지 전 차종을 SDV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을 투자한다. 내년까지 전 차종에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기능을 기본 적용해 차량을 항상 최신의 상태로 유지하는 것은 물론, FoD(Features on Demand)를 통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처럼 각종 신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한다. 앞서 출시한 기아 EV9에 현대차그룹 최초로 FoD가 적용됐다. 기아는 영화, 게임, 화상회의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개인화 흐름에 맞춰 디스플레이, 사운드, 라이팅 등 고객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상품도 지속 개발할 예정이다.

올해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도 주요 화두는 자동차와 가전 기업들의 협업이다. 앞서 언급한 내용들이 기존 자동차 디스플레이와 기능 등을 활용한 반면, 이번 CES에선 집 안에 있는 가전들을 자동차에 적용하거나 혹은 자동차 내에서 집 안 가전을 조작할 수 있는 개념으로까지 확장했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는 집과 자동차의 경계를 없애고 하나로 잇는 신기술을 선보였다. 일명 '카투홈(Car-to-Home)·홈투카(Home-to-Car)' 서비스다. 향후 현대·기아차 고객들은 차 안에서 화면 터치, 음성 명령으로 집 안에 있는 다양한 전자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반대로 집 안에 있는 AI스피커, TV, 스마트폰 앱 등을 이용해 차량을 원격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여름철 퇴근길에 차 안에서 '귀가 모드'를 실행하면 등록된 에어컨과 로봇청소기를 작동시켜 집에 도착하기 전에 집 안을 미리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놓을 수 있다. 또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집에서 차량 공조기능을 조작해 적정 온도로 맞춰놓을 수도 있다.

LG전자는 미래형 모빌리티 솔루션 '알파블'을 최초로 공개했다. 알파블은 '알파(α)'와 '할 수 있다'는 뜻의 영어단어 '에이블(able)'의 합성어로 '차 안에서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알파블은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 시대에 차량을 '움직이는 공간'이라고 정의하고, 이에 따라 차량 내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LG전자가 공개한 알파블은 소형 가전을 탑재해 차량 내 탑승자들이 이동하는 동안 좋아하는 음식이나 음료를 즐길 수 있고, OLED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볼 수 있다. 또 탑승자가 선호하는 온도와 습도, 조도 등을 맞춰 차량을 휴식 공간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백원국 국토교통부 제2차관이 2023년 10월19일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3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 엑스포(DIFA)'를 찾아 기아차 부스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집 안에서 나와 자동차로 간 가전

아울러 LG전자는 운전석부터 조수석까지 이어지는 세계 최대 크기의 '57인치 필러 투 필러 차량용 LCD'를 공개했으며, 차량 천장에 숨어있다 필요시 아래로 펼쳐지는 '32인치 슬라이더블 OLED 디스플레이'도 선보였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투명 안테나가 적용된 차량용 유리도 소개했다.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의 경우 끊김 없는 통신 연결이 필수인데, 차량 유리를 안테나화해 대용량 데이터 전송이 용이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CES에서 관심이 집중된 투명 디스플레이의 경우 추후 차량용 디스플레이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차량 전면 유리를 대화면 디스플레이로 이용할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도 CES에서 삼성전자 투명 디스플레이를 보며 "모든 유리창을 디스플레이화할 수 있겠다"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홀로그램 광학소자 기술을 적용한 차량용 투명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다. 전면 유리에 각종 디스플레이 정보를 띄울 수 있는 것은 물론 추후에는 영상 감상도 가능하게 할 계획이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