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대신 김민재' 다이어, 바이에른 뮌헨 충격 이적…"내 전성기 분명 온다" 달성
[스포티비뉴스=조용운 기자] "에릭 다이어가 모든 역경에도 대담한 여름 예측을 실현시켰다. 모든 축구팬을 놀라게 하는 이적이다."
영국 언론 '더선'이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게 된 다이어를 두고 허풍과 같던 예언을 독특한 방식으로 지켰다고 바라봤다. 매체는 "지난 1년 동안 다이어의 주가는 떨어졌다.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조롱과 욕설을 받던 센터백은 올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선발 출전이 1회에 그쳤다"며 "그런데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를 6번 우승한 바이에른 뮌헨에 도착했다. 아마 다이어조차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놀라움을 숨기지 못했다.
영국의 대표적인 미디어가 놀랄 정도니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충격이라 할 만하다. 그런데 현실이 됐다. 바이에른 뮌헨은 12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다이어를 오는 6월 30일까지 임대 영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 종료까지 활약상을 본 뒤 만족하면 완전 이적을 할 수 있는 1년 연장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다이어는 임대 기간 동안 등번호 15번을 달고 뛴다.
바이에른 뮌헨 유니폼을 입은 다이어는 "내 꿈이 이뤄진 이적이다. 어린 시절부터 바이에른 뮌헨과 같은 클럽에서 뛰길 원했다.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구단이며 엄청난 역사를 가지고 있다"면서 "수비를 비롯해 멀티 플레이어 자질을 통해 팀을 돕고 싶다. 새로운 동료들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생각하는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하루빨리 팬들을 만나고 싶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다이어의 영입을 도맡아 처리한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바이에른 뮌헨 스포츠 디렉터는 "다이어와 계약할 수 있어서 기쁘다. 이번 이적 시장에서 우리 계획에 늘 있었던 선수다. 다이어는 앞으로 우리 팀 수비에서 귀중한 역할을 맡을 것"이라면서 "다이어의 개인 기량과 국제적인 경험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우리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동안 토트넘이 내렸던 평가와 정반대다. 토트넘은 이번 시즌 다이어를 전력외로 분류했다. 앙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다이어를 일찌감치 주전 조합에서 배제했다. 지난해 여름 프리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토트넘은 바르셀로나와 감페르컵을 펼쳤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흐름을 망친 건 다이어였다. 형편없는 수비에 실점이 줄줄이 이어졌고, 다이어는 토트넘이 내준 4실점에 모두 관여하는 최악의 모습을 보여줬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바로 반응했다. 2023-24시즌 개막전 명단에서 제외했다. 몸상태 이상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짝으로 지난 시즌까지 함께하던 다이어를 벤치에도 앉게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영입생 미키 판 더 펜을 투입했다. 자연스럽게 다이어는 4순위 센터백으로 전락했다.
토트넘 팬들은 환호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다이어의 굳건한 주전 입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특히 안토니오 콘테 전 감독 체제에서 주전 센터백으로 나서 잦은 실수로 토트넘 실점 원흉이 되면서 신임을 잃었다. 급기야 토트넘 팬들은 다이어에 야유를 쏟아내기도 했다. 2020년 3월에는 노리치 시티와 영국축구협회(FA)컵 도중 다이어의 신경을 긁은 팬이 등장해 물리적으로 충돌하기도 했다. 다이어는 욕설을 퍼붓는 관중을 향해 돌진하며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현지 팬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도 다이어의 아웃을 다수가 바랐다. 과거 '풋볼 런던'은 "다이어를 향한 토트넘 홋스퍼 팬들의 신뢰는 이미 무너졌다. 조사 결과 10,000명이 넘는 응답자 중 21.9%만이 다이어의 토트넘 잔류를 바란다"라고 밝힌 바 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그라운드 안팎에서 다이어의 영향력을 줄였다. 선발에서 벤치 자원으로 격하시켰고 라커룸에서 목소리가 크던 리더 그룹에서도 제외했다. 다이어 대신 손흥민을 중심으로 제임스 매디슨,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주장단을 맡겨 한층 더 선수단이 하나로 뭉치는 효과를 만들어냈다.
최악의 흐름에도 다이어는 굳건했다. 어두운 미래를 예고하던 지난해 8월 다이어는 꽤 호기로운 인터뷰를 해 눈길을 끌었다. 풋볼런던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계속해서 토트넘에 머물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에 있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잘 쉬고, 건강한 시간을 보내며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난 아직 29살이다. 앞으로 최고의 시절이 올 것이다. 무작정 낙관하는 게 아니다. 나는 내 전성기가 올 것이라는 걸 안다. 얀 베르통언과 무사 뎀벨레도 30대 초반에 전성기를 보냈다"라고 꽤나 자신감을 보였다.
그동안은 다이어의 말은 허풍에 불과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에게 철저하게 배제되면서 주눅이 든 모습도 보여줬다. 지난해 10월 A매치 기간이 끝나고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 재개에 맞춰 훈련장으로 돌아올 때였다. 토트넘은 구단 공식 채널에 올릴 선수단 복귀 영상을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제임스 매디슨과 데스티니 우도기 등 A매치 경기를 소화하고 온 선수들이 카메라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담겨 있다.
다이어도 등장했다. 그런데 다이어는 카메라를 향해 “내 영상 안 찍어도 돼. 어차피 내 영상 안 쓸 거 알아”라고 언급했다. 짠하면서도 현재 본인의 팀 내 위치를 설명해 주는 발언이다. 그만큼 다이어는 자신의 위치를 잘 알고 있었다. 구단에서 직접 촬영하는 영상들은 대부분 주축 선수 위주로 편집이 된다. 하지만 다이어는 본인이 주축 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영상 속에서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센터백 연쇄 이동이 벌어진 이번 겨울 오히려 입지가 올라서는 이적을 단행했다. 토트넘과 바이에른 뮌헨이 동시에 라두 드라구신을 영입하려고 달려들었다. 191cm의 빼어난 신체 조건을 가진 드라구신의 최대 강점은 강력한 대인마크다. 좋은 체격에서 발휘되는 제공권이 좋아 시즌마다 골을 기록할 만큼 수비수임에도 공격 성향을 갖췄다는 평가다. 수비수에게 라인을 끌어올리고 공격적인 움직임을 요구하는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드라구신 영입을 승인한 이유를 잘 보여준다.
드라구신은 세리에A에서 수비수임에도 경기를 지배하는 매력을 뽐내왔다. 지난주 볼로냐를 상대한 드라구신의 경기 지표를 보면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었다. 중앙 수비수로 나선 드라구신은 풀타임을 뛰며 완벽한 수비력을 과시했다. 90분 동안 클리어링 5회, 슈팅 블록 4회, 가로채기 3회, 공중 경합 승리 100% 등 벽과 같은 수치를 자랑했다.
이를 본 바이에른 뮌헨은 드라구신 하이재킹을 시도했다. '스카이스포츠 독일'의 플로리안 플라텐버그 기자가 바이에른 뮌헨이 드라구신 영입을 위해 이적료 제안을 했다고 밝혔다. 공식 오퍼 개념이며 바이에른 뮌헨은 기본 이적료 2,300만 유로(약 331억 원)에 실행 가능한 옵션 750만 유로(약 108억 원)를 를 제시했다. 최대치 3,050만 유로(약 440억 원)를 지불하는 제안이다.
그런데 드라구신은 토트넘을 택했다. 바이에른 뮌헨은 플랜B를 작동해야 했다. 다이어였다. 플라텐버그 기자도 "바이에른 뮌헨은 이제 다이어를 완전 영입하고 노르디 무키엘레(파리 생제르맹)를 임대한 것만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드라구신 영입전 패배를 인정한 셈이다.
바이에른 뮌헨은 다이어를 오래 지켜봤다.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티아스 더 리흐트가 부상을 반복하며 김민재에게 모든 부담이 더해질 때부터 4순위 센터백으로 다이어를 주시했다. 토마스 투헬 감독은 "다이어는 센터백 전문가다. 스리백에서도 뛸 수 있다. 그리고 미드필더로도 자주 뛰었다"며 중앙 수비는 물론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겸할 수 있다는 데 높은 점수를 줬다. 일단 주전 조합도 김민재를 중심으로 파트너만 바꾸는 상황이라 다이어는 급할 때 소방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다이어가 토트넘에서 전력외가 된 건 크게 문제될 부분이 아닌 이유다.
다이어의 바이에른 뮌헨 이적은 선뜻 이해가지 않는 대목이 많지만 양측 모두 거절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다. 더선은 "토트넘은 다이어와 계약 만료를 5개월 남겨두고 오퍼를 받아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며 "다이어도 투헬 감독 밑에서 뛰면서 오랜 친구인 해리 케인과 재회하는 것에 만족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통해 올여름 독일에서 열리는 UEFA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24) 출전 열망도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더선은 "다이어는 지난해 여름 유로 2024가 내 마음 속에 있다라고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바이에른 뮌헨이 분데스리가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하는데 다이어가 도움을 준다면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움직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꽤 비중있게 바라본다. 더선은 "다이어의 이번 이적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적이었지만 다이어는 아마도 자신을 다시 유럽 무대에 부흥할 수 있게 돌아갔다는 점에 기뻐할 것"이라고 토트넘에서 바이에른 뮌헨으로 스텝업한 것을 여러모로 신기하게 쳐다봤다.
다이어도 한층 심리적 안정감을 찾을 전망도 이어졌다. 특히 케인과 재회가 크다. 케인과 다이어는 2014-15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토트넘에서 9년을 함께 뛰었다. 소속팀은 물론 다이어가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발탁되면 꾸준히 한솥밥을 먹어왔던 사이다. 자연스럽게 친분이 두터워졌다. 더불어 케인은 다이어의 기량을 높이 평가한다. 지난해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프리미어리그 최고 센터백을 묻자 "다이어"라고 고민도 없이 답했다.
최근에는 상당한 입지를 자랑하는 주장 마누엘 노이어도 두팔 벌려 환영했다. 노이어는 "이적 담당자들이 예산 안에서 올바른 해결책을 찾고 있을 것"이라며"다이어는 좋은 이름이다. 책임자들이 시장을 살펴본 결과 결정한 것이기에 우리는 믿고 기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노이어가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니는 비중을 봤을 때 다이어를 향한 지지 메시지는 협상에 급물살을 타게 해주는 신호와도 같다. 또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을 맞춰야 하는 노이어가 OK 입장을 밝힌 만큼 다이어도 자신감을 가지고 바이에른 뮌헨의 유니폼을 입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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