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겨우 350명?”···의료계 생색내기에 뿔난 지역·시민사회

민서영 기자 2024. 1.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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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 서울 시내의 한 의과대학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의료계가 2025학년도 의대 정원을 350명 늘리는 안을 제시한 가운데 환자·시민단체와 지자체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350명 증원안은 의료계의 ‘자기부정’이자 지역의 의료현실을 모르는 숫자라고 규탄했다. 단체들은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최소 1000명에서 6000명까지 증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자단체 등으로 구성된 간호와돌봄을바꾸는시민행동(시민행동)은 12일 성명을 내고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규모 발표 시점이 임박하자 규모 축소를 위해 자기부정도 서슴지 않고 기득권 지키기에 몰두한 의료계의 행태는 실망스럽다”며 “정부는 과학적·객관적 근거 운운하며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발목잡기 하는 의료계 주장에 흔들림 없이 국민만 보고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의대 정원 확대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의대협회)는 지난 9일 입장문을 내고 “2025학년도 입학 정원에 반영할 수 있는 증원 규모는 40개 의과대학에서 350명 수준이 적절하다”고 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351명 감축됐고 2006년 이후 18년째 3058명에 묶여있다. 의대협회가 제안한 350명 증원은 2000년에 줄인 만큼만 되돌리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환자·시민단체와 노조 등은 연일 의대협회의 ‘350명 증원안’을 규탄하고 있다. 앞서 보건의료노조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지난 11일 이를 비판하는 입장문을 냈다. 350명은 지난해 40개 의과대학이 정부에 제출한 증원 수요(2025학년도 2151~2847명)에 훨씬 못 미치는 숫자다. 단체들은 불과 두 달만에 규모를 번복한 의료계를 두고 ‘자기부정’ ‘이중적 행태’라고 비판했다.

의사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 경상남도는 지난 11일 입장문을 내고 “(350명 증원안은) 지역 의사 인력 실태를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의사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에는 매우 부족하다”고 밝혔다. 경상남도의 의사 수는 인구 10만명 당 174.2명으로 전국 평균 218.4명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시민사회에선 최소 1000명에서 많게는 6000명까지 의대 증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시민행동은 이날 성명에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수준에 근접하기 위해선 3000명을 즉시 증원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1일 입장문에서 “(350명 증원안은)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대책이 아닌 국민 기만과 생색내기용에 불과하다”며 “의대 정원을 최소 1000명에서 3000명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경실련은 “국내 의대 졸업자 수는 2010년부터 인구 10만명당 8명 이하에서 정체돼 있는데 OECD 국가의 경우 2018년 기준 인구 10만명당 13.1명으로 격차가 상당하다”며 “한국의 의사 수가 2030년에 OECD 평균 수준에 근접하려면 3000~6000명 이상을 즉시 증원해야 한다”고 했다.

350명이라는 증원 규모가 국민 여론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국민여론조사를 보면, 의대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려야 한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운 47.4%였다.

정부는 현재 전국 40개 의대로부터 받은 수요조사 자료와 현장조사 결과를 종합해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350명 증원안에 대해 복지부는 “전혀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각 대학의 2025학년도 입학정원을 결정하려면 늦어도 이달 안에는 복지부가 의대 증원 규모를 결정해 교육부에 전달해야 한다. 정부는 대통령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의료개혁’과 관련해 토론회를 열 예정인데 이즈음 의대 증원 규모가 발표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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