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화해한 쿠팡-LG생건...‘햇반전쟁’ CJ와도 갈등 봉합될까

김은영 기자 2024. 1. 1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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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행정소송 일주일 앞두고 쿠팡-LG생건 거래 재개
이달 중순부터 페리오 코카콜라 등 로켓배송 재개
“알리에 쫓기는 쿠팡, 가맹사업 접는 LG생건 윈-윈 전략”
‘납품 갈등’ CJ제일제당과 갈등은 진행 중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의 갑질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행정 소송 판결을 일주일 남겨놓고 LG생활건강(이하 LG생건)의 상품 직거래를 재개하기로 했다. 양사가 ‘갑질 논란’으로 결별한 지 4년9개월 만이다.

업계의 시선은 이제 쿠팡과 CJ제일제당과의 갈등 봉합 여부에 향하고 있다.

12일 쿠팡은 엘라스틴, 페리오, 코카콜라, CNP 등 LG생활건강 상품 로켓배송 직거래를 이달 중순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 LG생건의 오휘, 숨37, 더후 등 럭셔리 화장품을 ‘로켓럭셔리’ 품목으로 새로 포함하기로 했다.

쿠팡 관계자는 “고객을 위해 LG생건과 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 왔다”며 “쿠팡의 전국 단위 로켓배송 물류 인프라와 뷰티·생활용품·음료 분야에서 방대한 LG생건의 상품 셀렉션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서울 시내의 쿠팡 캠프에서 배송 기사들이 배송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LG생건 관계자도 “향후에도 고객이 좋은 품질의 제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유통 채널에서 마케팅 활동을 지속해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사는 2019년 4월, 납품 협상 과정에서 갈등을 빚어 거래를 중단했다. 그리고 같은 해 5월 LG생건은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제품 판매와 관련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이를 공정위에 신고했다.

당시 LG생건은 “쿠팡이 상품 반품 금지, 경제적 이익 제공 요구 금지, 배타적인 거래 강요 금지 등을 명시한 대규모유통업법 위반을 일삼았다”라며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주문을 취소하고 거래를 종결하는 등 공정거래법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공정위는 2021년 8월 쿠팡의 갑질을 인정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32억9700만원을 부과했다.

당시 공정위는 “쿠팡이 2017년∼2020년 9월 ‘최저가 보장’ 정책에 따른 손실을 줄이려고 LG생건 등 101개 납품업자에게 동일 제품의 다른 온라인몰 판매가격 인상 및 광고 구매 요구, 할인 비용 전가 등의 행위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쿠팡은 오히려 자신들이 일부 대기업 제조업체로부터 납품 가격 차별을 당했다며, 2022년 2월 공정위를 상대로 시정명령 등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냈다.

판결선고일은 작년 8월로 정해졌다가 연기 및 변론 재개로 이달 18일로 미뤄졌다. 판결 일주일을 남겨두고 거래를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최근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이커머스 플랫폼이 국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자 쿠팡이 이를 견제하기 위해 LG생건에 손을 내밀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LG생건은 지난해 11월 중국 최대 쇼핑 행사인 광군제를 기점으로 코카콜라와 엘라스틴, 페리오, 피지오겔 등을 알리익스프레스에서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분기당 20%씩 매출이 성장했지만, 경쟁이 심화되고 알리 등 후발주자의 진격이 거세 상품 구성 강화를 위해 작년 말 부터 LG생건과 적극적으로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중국발 매출 부진으로 실적 부진을 겪는 LG생건에게도 이번 협의는 기회 요인이다. LG생건은 실적이 8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주가가 2년새 반토막 났다. 중국 경기 침체로 화장품 부문 매출이 감소한 것이 원인이다.

이에 회사 측은 지난해부터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가맹점 사업을 중단하고, 브랜드 직영몰 등을 통해 온라인 판로 확대에 적극 나서는 추세다. LG생건은 그동안 가맹점주의 반발로 온라인 판로를 개척하지 못했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LG생건 입장에서 온라인 판매 발판 마련을 위해 쿠팡과의 거래 재개가 필수였을 것”이라며 “이번 협상은 양사 모두에게 필요한 윈윈(win-win) 협상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유통공룡 쿠팡과 식품공룡 CJ제일제당이 '갑질' 공방을 벌이고 있다. /각 사

쿠팡과 LG생건의 관계가 화해 무드로 전환됨에 따라 업계의 관심은 쿠팡과 CJ제일제당과의 관계 개선에 쏠린다.

쿠팡과 CJ제일제당은 2022년 1월 햇반 납품가에 대한 갈등이 깊어져 전 상품의 발주를 중단했다. 현재 쿠팡에서 판매하는 햇반은 개인 사업자들이 파는 제품이다.

양사는 협상보다는 각자 생존 방향을 찾는 모양새다. 쿠팡은 중소중견기업과의 협력으로 CJ제일제당의 빈자리를 채웠고, CJ제일제당은 신세계 유통 3사와 지마켓, 11번가, 티몬, 컬리, 배달의민족 등과 협업해 ‘반 쿠팡 동맹’을 확대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사 몰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자사몰 CJ더마켓에 익일 배송 서비스인 ‘내일 꼭! 오네’(O-NE) 서비스를 도입했다. CJ더마켓의 회원수는 35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런 노력으로 CJ제일제당은 쿠팡에서 빠진 매출을 보완했다는 평가다. CJ제일제당의 3분기 식품사업 부문 매출은 전년 대비 2%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2%가 늘며 1분기(-21%)와 2분기(-15%)와 비교해 증가세로 전환했다. 햇반과 비비고 등 국내 가공식품 판매량이 늘고 판매 관리가 효율화된 영향이다.

양사의 힘겨루기가 장기화될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의 협상은 현재 잠정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가 거래 중단으로 큰 피해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는 만큼 당장 거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최근 쿠팡이 알리익스프레스 등 중국 플랫폼 공습을 견제하는 만큼 LG생건과 같은 협상 분위기가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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