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성적과 세대교체 다 잡아라… 그런데 이숭용의 첫 실마리는 왜 ‘휴식’일까

김태우 기자 2024. 1. 12.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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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식을 통한 두 마리 토끼 사냥에 나서는 이숭용 감독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2024년 SSG 앞에는 꽤 어려운 고차 방정식이 놓여있다. SSG는 리그에서 팀 연봉이 가장 높은 팀이다. 2022년은 통합우승 팀, 2023년도 정규시즌 3위 팀이었다. 자연히 기본적인 성적을 기대 받는 팀이다.

한편으로는 이숭용 감독 선임 당시 ‘세대교체’를 강조하기도 했다. 지금 뭔가 손을 쓰지 못하면, 앞으로 3~4년 뒤에는 암흑기로 접어들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실제 SSG는 팀의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30대 중반을 넘어섰다. 게다가 1군 주전 선수와 백업 선수, 그리고 2군 선수들 사이의 기량 차이가 크다는 문제점을 지적받는다.

성적을 내려면 어느 정도 기량이 상수인 베테랑 선수들을 쓰는 게 편한 방법일 수 있다. 그러면 세대교체가 어려워진다. 반대로 젊은 선수들에게 경험을 주기 위해 죄다 밀어 넣으면 한동안 팀이 좌충우돌을 피할 수 없다. 성적이 문제가 된다. 이 감독도 인위적인 젊은 선수들의 기용은 세대교체의 방법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젊은 선수들, 특히 지난해 1군에서 중용 받지 못한 선수들을 눈여겨보고 퓨처스팀(2군)과 더 많이 소통하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 선수들도 1군에서 뛸 경쟁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이 감독의 지론이다.

어느 하나를 선뜻 집어 들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이 있는 가운데, 이 감독은 의외의 키워드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휴식’이다. 성적과 세대교체는 ‘휴식’이라는 단어와 잘 어울릴 것 같지는 않다. 그런데 이 감독은 그 ‘휴식’이야말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중요한 단어가 될 것이라 강조한다.

이 감독은 베테랑의 중요성을 굉장히 잘 아는 감독이다.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한다. 1994년 태평양에서 1군 무대에 데뷔, 2011년까지 현역 생활을 했다. 2011년은 이 감독의 만 40세 시즌이었다. 당시 선수들 중에는 최고령 축에 속했다. 베테랑이 클럽하우스에서 어떤 몫을 할 수 있는지는 물론, 베테랑들의 체력 관리 필요성도 누구보다 잘 안다. 이 감독은 “나도 봄에는 굉장히 잘해서 그와 관련된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갈수록 체력적인 문제를 확실히 느꼈다”면서 “SSG에도 베테랑 선수들이 많다. 훈련량부터 관리를 해야 한다. 젊을 때와 같을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훈련 자율권을 부여하는 한편, 확실히 휴식을 챙겨주겠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이 감독은 “트레이닝‧컨디셔닝파트에 이야기를 분명하게 했다. 미리 이야기하면 (휴식 요청은) 무조건 들어주겠다고 했다”고 하면서 “아예 휴식을 취하는 날도 있을 것이다. 휴식을 통보받으면 몸도 쉬지만 기본적으로 머리가 쉰다. 큰 차이다. 일요일 휴식을 하면 (월요일을 포함해) 이틀을 쉴 수도 있다. 벤치에서 시작해 경기 상황에 따라 결정적인 순간 대타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지난해 데이터 분석은 다 마쳤다. 이 감독은 “첫 40경기가 정말 빡빡하게 진행됐더라”고 결론 내렸다. 매일 매일 승리가 중요하다보니 아무래도 베테랑들의 쉴 시간이 없었고, 체력 관리도 할 여유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여름에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SSG의 성적이 추락한 시점과 일치한다.

▲ 이숭용 감독은 베테랑들의 중요성과 관리 필요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곽혜미 기자

그 휴식이 중요한 이유는 또 있다. 단순히 베테랑 선수들의 체력 관리 때문은 아니다. 그 베테랑 선수들이 라인업에서 빠지거나 아예 하루를 쉬면, 누군가는 그 자리에 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 감독은 그때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는 젊은 선수들을 그 자리에 넣어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베테랑 선수들은 돌아가면서 쉬며 체력을 보충하고, 체력이 펄펄한 젊은 선수들은 돌아가면서 지속적인 출전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젊은 선수들의 출전 시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시즌 초중반에 실험해보고 기량이 된다고 판단하는 선수들은 1군에 자리를 잡는 것이다.

투수들의 휴식 또한 명확하게 매뉴얼을 정해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감독은 “배영수 투수코치가 ‘이렇게 운영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며 몇 가지를 말하더라. 놀랍게도 내 생각과 거의 일치했다”고 웃었다. 이 감독은 “마무리 투수를 제외한 중간 투수들은 전반기에는 3연투를 시키지 않을 것이다. 연투를 하면 아예 경기장에 늦게 나오는 날도 있게 할 계획이다. 포아웃 이상의 멀티이닝 소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기가 넘어간 상황에서는 맞혀 잡을 수 있는 베테랑 투수를 활용하고, 오히려 2~3점 차로 지고 있을 때 차라리 젊은 투수들을 실험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감독들이 부임 당시에는 다 나름의 계획을 가지고 들어오지만, 성적 압박 속에서 이를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감독은 “내가 언론에 이야기를 한 것을 다 가지고 있다. 내가 한 말은 반드시 지키도록 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흔들리지 않는 대오 속에 한 시즌을 치르며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성적과 세대교체를 모두 잡기 위해 나서는 이숭용 감독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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