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보직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공룡들 36세 트랜스포머 클로저 ‘3년 전 결심’…15승 이용찬은 없다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이제 보직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
이용찬(36, NC 다이노스)은 2020시즌 두산 베어스에서 단 5경기만 뛰고 토미 존 수술을 결정해야 했다. 이용찬에겐 최악의 타이밍이었다. 2020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을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용찬은 FA 자격을 얻었고, 실제로 신청까지 했다.
2021시즌이 개막한 뒤 1개월이 훌쩍 지났음에도 이용찬의 행선지는 결정되지 않았다. 두산은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NC가 손을 내밀었다. 3+1년 27억원에 계약을 체결, 전격 이적이 성사됐다. NC는 이용찬이 성공적 재기가 확실하다고 보고 승부수를 던졌다.
3년이 흘렀고, NC의 도박은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2021시즌 39경기서 1승3패16세이브3홀드 평균자책점 2.19, 2022시즌 59경기서 3승3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2.08, 2023시즌 60경기서 4승4패29세이브 평균자책점 4.13.
알고 보면 이렇게 꾸준한 클로저가 리그에 별로 없다. 올 시즌 평균자책점이 높긴 했다. 포스트시즌 부진은 팩트다. 그러나 3년을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성공에 가깝다. 올해 +1년 계약이 연장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 이용찬은 2012년 10승, 2018년 15승을 따낸 두산 토종 에이스였다. 2009~2010년엔 26세이브, 25세이브를 따낸, 준비된 클로저이기도 했다. 이용찬은 지난 8일 신년회를 마치고 창원 NC파크에서 NC와 FA 계약 당시의 뒷얘기를 들려줬다. 그의 치열했던 삶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이용찬은 “NC와 선발투수로 계약하고 왔다”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NC 선발진은 꽉 찬 상태였다. 반면 불펜은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동욱 전 감독은 이용찬을 처음엔 중간계투를 맡기다 클로저로 전업시켰다.
사실 2017년 22세이브 이후 쭉 선발만 해왔기에, 이용찬으로선 유니폼 체인지와 함께 또 한번 보직을 바꾸는 결정이었다. 그는 “전임 감독님이 마무리를 맡아달라고 할 때 드린 말씀이, ‘이제 보직 바꾸고 싶지 않습니다’였다”라고 했다.
말이 쉽지, 선발과 마무리를 연 단위로 오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시즌 준비 루틴부터 바꿔야 한다. 이용찬은 “내가 보직을 많이 바꿨다. 팔에 무리도 오고, 데미지가 있다. 그래서 당시 전임 감독님에게 선발을 하라면 할 것이고, 마무리를 하라면 할 것이라고 했다. 대신 보직 하나를 쭉 가고 싶다고 말씀드렸다. 당시에도 선발을 하라면 할 수 있었는데, 중간에 보직을 바꾸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실제 이용찬은 입단 후 2009~2010년 마무리, 2011~2012년 선발, 2014년 마무리, 2017년 마무리, 2018~2019년 선발이었다. 그 와중에 잔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지 못한 시즌도 있었다. 2020시즌 도중 칼을 댄 건, 역사의 여파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
그렇게 이용찬은 NC에서 베테랑 클로저의 길을 걷는다. 강인권 감독은 이용찬이 포스트시즌서 부진해도 굳건한 믿음을 보여줬다. 이용찬 역시 작년 2월 투손 스프링캠프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후배 투수들보다 훨씬 많은 공을 던지는 모습이 기억에 생생하다. 마무리로만 믿어주고 밀어주니, 이용찬은 최선을 다해 보답했다.
그런 이용찬은 2023시즌까지 정확히 통산 500경기에 등판했다. 그는 웃으며 “선발을 안 했다면 더 빨리 할 수도 있었다. 선발을 몇 년 갔다 와보니 조금 늦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뿌듯하다. 1000이닝이 다가왔는데 기록은 생각하지 않는다. 올 시즌을 어떻게 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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