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CDMA 상용화 이끈 서정욱 전 과기부 장관 별세

진중언 기자 2024. 1. 12. 13: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 최초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상용화를 이끌며 디지털 시대를 개막한 서정욱(90)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11일 경기도 용인의 한 병원에서 노환으로 별세했다./연합뉴스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이동통신 상용화를 주도하며 본격적인 디지털 시대를 앞당긴 서정욱(90) 전 과학기술부 장관이 지난 11일 별세했다.

1996년 1월, 우리나라가 CDMA 방식의 디지털 이동통신 서비스를 처음으로 상용화한 것은 일대 사건이었다. 고인은 ‘통신 인프라는 나라의 근간이고, 독자적인 방식의 최첨단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당시엔 생소했던 CDMA를 도입하는 데 앞장섰다.

미국 퀄컴이 개발한 CDMA는 휴대전화가 사용자 채널에 부여된 고유 코드만을 인식하는 디지털 통화 방식으로 통화 품질이 좋고, 도청이 쉽지 않다는 게 장점이다. 당시 CDMA와 경쟁하는 기술로 주파수를 시간대별로 나눠 정보를 전송하는 TDMA(시분할다중접속) 방식이 있었다.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국가에서 사용하는 TDMA 기반의 GSM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았지만, 우리나라는 과감하게 CDMA를 선택했다. 세계 최초로 CDMA 상용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휴대전화 가입자가 3년 만에 7배 가까이 급증했고, 전 세계에 CDMA 방식이 보편화하면서 이동통신 관련 국내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1934년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텍사스 A&M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0년 귀국해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군용 통신기기 전문가로 활약했고, 한국전기통신공사(현 KT)에서 한국형 TDX 전자교환기 개발을 이끌며 통신 서비스를 크게 발전시켰다.

1990년대 들어 과학기술처 차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 사장 등을 지내며 아날로그 휴대전화를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CDMA 상용화를 이끈 공로로 199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고, 1999년 3월부터 2년간 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했다. 고인은 장관 시절 기자들을 만나 “자다가도 장애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으면 개발 참여자가 모두 현장으로 달려갔다”고 CDMA 상용화 과정에서의 무용담을 소개하기도 했다.

유족으로 아내 이정숙씨와 딸 서윤석·서현지·서윤희씨, 사위 진성철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13일 오전 10시30분.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