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선균, 인격 살인" 봉준호 감독·장원석 대표 한목소리로 규탄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2024. 1. 12.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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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봉준호 감독 /사진=문화예술인 연대회의

"故(고)이선균, 가혹한 인격 살인"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선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봉준호 감독,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배우 김의성,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 한국독립영화협회 고영재 대표, 영화수입배급협회 정상진 대표,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정상민 부대표, 한국영화마케팅사협회 이주연 대표, 여성영화인모임 김선아 대표, 한국영화감독조합 민규동 대표,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곤 사무총장,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배대식 사무총장,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김명수 본부장, 한국매니지먼트연합 이남경 사무국장, 한국영화감독조합 장항준 감독, 여성영화인모임 소속 곽신애 대표,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소속 장원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사회는 배우 최덕문이 맡았다.

이선균은 작년 10월 서울 강남 소재 회원제 룸살롱 여실장 A(29) 씨와 수차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대마·향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바. 이선균의  간이 시약 및 신체 정밀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선균은 "이선균이 빨대를 이용해 케타민 가루를 흡입하는 걸 봤다"라는 A 씨의 진술에 "A 씨가 건넨 약물을 수면제로 알고 투약했을 뿐, 마약을 할 의도가 없었다"라며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해왔다. 세 차례 경찰 소환 조사에서 억울함을 호소했던 그는 결국 마약 스캔들 두 달 만인 12월 27일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A 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셈이 된 경찰 수사는 비난의 화살을 피하지 못했고, 이를 규탄하고 바로잡기 위해 동료 영화인들이 뜻을 모은 것. 이선균 수사 과정에서 그가 A 씨와 나눈 부적절한 내용의 녹취록, 유서 공개 등 지나친 사생활 보도 또한 문제 삼았다. 

A 씨는 B 씨와 공모하여 이선균을 협박해 총 3억 5,000만 원을 갈취한 협박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사회자 최덕문은 "지난해 12월 27일 작고한 고(故)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그 첫 번째 노력의 일환으로 이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의  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는 "이선균의 수사 및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는 재발 방지의 공감대가 장례식장에서 형성되었다. 방송, 음악, 영화 등 대중문화예술계가 우선 모아진 의견을 전달하자 하여 2024년 1월 1일 성명서 초안을 함께 작성했고 이후 범예술계를 아우르는 단체대화방을 열고 성명서 발표 시기 등을 논의했다. 29개 문화예술단체와 전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위원장, 배우 송강호 2000여명의 개인 문화예술인들이 동참했다. 모두 이런 비극적인 일이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깊은 공감에 동의했다"라고 밝혔다.

김의성은 "가혹한 인격살인이 가해졌다"라며 격앙된 목소리로 설명문을 읽었다. 그는 "지난해 12월 27일 한 명의 배우가 너무나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작년 10월 19일 한 일간지의 '배우 L 씨의 마약과 관련한 정보를 토대로 내사 중이다'라는 인천시경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최초 보도 이후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로부터 2개월여의 기간 동안, 그는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되었다. 간이 시약 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을 위한 시약 채취부터 음성 판정까지의 전 과정이, 3차례에 걸친 경찰 소환 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모두 언론을 통해 생중계되었으며 사건 관련성과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수사가 진행된 3번째 소환 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가려달라는 요청을 남기고 스스로 삶의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하게 되었다. 이에 지난 2개월여 동안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라고 전했다.

고인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했던 봉준호 감독은 "첫째로, 수사당국에 요구한다.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라며 힘을 보탰다.

봉 감독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공보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은 없었는지, 공보책임자가 아닌 수사업무 종사자가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하거나 기자 등으로부터 수사사건 등의 내용에 관한 질문을 받은 경우 부적법한 답변을 한 사실은 없는지 한치의 의구심도 없이 조사하여 그 결과를 공개하기를 요청한다.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며, 3번째 소환 조사에서 고인이 19시간의 밤샘 수사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혐의를 부인한 후인 12월 26일에 보도된 내용 역시 그러하다"라고 성명문 낭독을 이어갔다.

또한 그는 "언론관계자의 취재 협조는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3차례에 걸친 소환절차 모두 고인이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당일 고인의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과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 수사당국은 적법절차에 따라 수사했다는 한 문장으로 이 모든 책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없다.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윤종신은 "둘째로, 언론 및 미디어에 묻는다"라며 "고인에 대한 내사 단계의 수사 보도가 과연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공익적 목적에서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의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라인에 세울 것을 경찰 측에 무리하게 요청한 사실은 없었는가. 특히 혐의 사실과 동떨어진 사적 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의 명예를 걸고 오로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라고 따져물었다.

이어 그는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원태 감독은 "셋째로, 정부 및 국회에 요구한다"라며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 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짚었다.

봉준호 감독, 장원석 대표 등 문화예술인들은 "우리는 위 요구와 질문에 대하여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거듭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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