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보도 인격 살인…이선균 방지법 만들어야"(종합)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서 성명 발표
"수사 과정 적법성 철저 조사해 공개하라"
봉준호·윤종신·장항준·김의성 등 참석해
"공익 위한 보도였는지 언론도 반성하라"
KBS 녹음파일 보도 수차례 언급 직격해
"관련 법 개정해 이선균 방지법 만들어야"
봉준호 성명서 읽다 수차례 목 가다듬어
성명서 듣던 관계자들 눈물 참담한 얼굴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이선균 사망 직후 이번 사건에 대응하기 위해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 경찰 수사와 언론 보도를 "인격 살인"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했는지 조사해달라고 했다. 언론을 향해서는 고인 관련 보도가 공익적 목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자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정부와 국회에는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를 위한 법령 개정에 착수해 이른바 '이선균 방지법'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이선균 사건 재방 방지 나선 문화예술계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1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고(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날 행사엔 이선균과 영화 '기생충'을 함께 찍었던 봉준호 감독, 이선균과 절친한 사이였던 장항준 감독, 또 생전 이선균과 두터운 친분을 쌓았던 가수 윤종신, 배우 최덕문·김의성 등이 참석했다. 이와 함께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이사장,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 정상진 영화수입배급협회 대표, 정상민 한국영화제작가협회 부대표, 이주연 한국영화마케팅협회 대표,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 송창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사무총장 등 관련 단체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다.
◇"2개월 간 가혹한 인격 살인"
배우 김의성, 봉준호 감독, 가수 윤종신, 이원태 감독 차례로 나눠 읽은 성명서엔 ▲수사 당국 ▲언론 ▲정부와 국회를 향한 요구가 담겼다. 이들은 "10월19일 첫 보도 이후 10월23일 정식 입건 된 뒤 약 2개월 간 이선균은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에 노출됐다"며 "간이 시약 검사 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정밀 감정 결과, 사건 관련성과 증거 능력 유무 판단이 어려운 녹음 파일 등이 대중에 공개됐디"고 했다. 이어 "지난 2개월 간 그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게 최소한의 도리"라고 했다.
◇"경찰 수사 보안에 한 치 문제도 없었나"
연대회의는 고인 수사와 관련된 내부 정보가 최초 유출된 시점부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경찰 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경찰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 수사 업무 종사자의 적법하지 않은 답변이 없었는지 조사해서 공개해달라고 했다. 이들은 지난 11월24일 KBS가 보도한 음성 녹음 파일 보도를 직격하며 "이 녹음 파일이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KBS에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조사해달라"고도 했다.
◇"KBS 녹음파일 보도가 국민 알권리 위한 것인가"
언론 자성도 촉구했다. 문화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개인 사생활을 부각해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지, 대중문화예술인이라고 해서 포토 라인에 반드시 세워야 한다고 경찰에 요청한 적은 없는지 돌아 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도 연대회의는 KBS를 지목하며 "공영방송으로서 녹음 파일 보도가 국민 알권리를 위한 보도라고 확실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이슈화에 급급한 유튜버와 황색 언론의 병폐에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이냐"고 덧붙였다.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 위한 법 개정 나서겠다"
연대회의는 경찰이 수사 과정이 적법했다고 주장하더라도 정부와 국회가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형사사건 공개 금지 원칙과 인권 보호에 관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이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은 개정 작업에 착수해 '이선균 방지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위 요구와 질문에 납득할 만한 답변이 나올 때까지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유사 사건 재발 방지와 입법 촉구를 위해 국회의장에게 성명서를 전달하겠다고 했다. 또 경찰청과 KBS에도 성명서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했다.
◇목 메이고 한숨 쉰 봉준호…눈물 흘린 참석자들
이날 행사는 내내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봉준호·윤종신·장항준·김의성 등 평소 유쾌한 모습을 보여줬던 감독·배우들의 얼굴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다. 봉 감독은 성명서를 읽던 중 감정에 북받쳐 수차례 목을 가다듬었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성명서를 낭독한 이들 모두 떨리는 목소리로 한 자 한 자 읽어 나갔다. 이들과 함께 참석한 관계자들은 성명서 내용을 듣던 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약 30분 간 진행된 행사 내내 이들 모두 참담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연대회의는 기자 질문은 받지 않았다.
연대회의는 영화·가요·방송 등 문화예술계 전반을 아울러 관계 단체 29개가 참여했다. 이와 함께 배우 송강호,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등 문화예술인 2000여명도 함께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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