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픽처] '외계+인', 실패작 아니다?...업그레이드와 답습 사이의 2부
[SBS 연예뉴스 | 김지혜 기자] "2부 촬영본을 150번이나 보면서 52가지의 편집본을 만들었다"
'외계+인' 2부 개봉을 앞둔 최동훈 감독의 말을 들으며 영화 '거미집'의 '김감독'이 떠올랐다. 김감독은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되리라는 망상에 사로잡혀 재촬영을 감행한다.
물론 한 편의 영화라는 게, 심지어 촬영을 다 마친 영화를 바꾸는 건 그리 간단한 게 아니지만 적어도 영화인들은 김감독의 마음을 안다. 1년 반 만에 '외계+인' 2부로 돌아온 최동훈에게 업계 응원이 쏟아지는 것도 그 이유일 것이다.
최동훈 감독은 실패한 1부가 꿈에 아른거려 잠을 자지 못할 때 "2부나 열심히 하자"고 자신을 다독였다고 했다. 절치부심. 최동훈 감독은 이후 꼬박 1년의 시간을 2부 편집에 쏟았다. 이 과정에서 1회 차의 재촬영까지 이뤄졌다. 편집 기간 총 387일, 총 52까지의 편집 버전 중 현재의 버전을 채택했다.
'외계+인' 2부는 1부의 부진을 딛고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까.
◆ '한국판 어벤져스'의 뼈아픈 실패… 시공간과 장르의 혼종
'외계+인' 시리즈는 외계인과 도사, 신선이 현대와 고려를 오가며 신검 쟁탈전을 벌인다.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영화는 장르적으론 SF고, 이야기적으로는 타임 슬립물이다. 여기에 고려와 현대를 오가는 도사 무륵(류준열)의 존재는 한국형 히어로를 표방하는 듯했다. 때문에 '외계+인'은 '한국판 어벤져스'라 불리기도 했다.
2022년 개봉한 1부는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로 포문을 열었다. 영화 말미 무륵(류준열)의 몸속에 있는 이상한 존재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며 1부의 문을 닫았다.
SF와 무협을 버무린 복합장르에 고려와 현대를 오가는 방대한 세계관, 2부를 위한 요란한 예고편 같았던 분절된 서사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며 전국 154만 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명백한 실패였다.
2부는 무륵의 비밀은 물론 1부에 흩뿌려놓았던 떡밥들이 회수된다. 고려 파트에 비해 정리가 되지 않아 난잡하게 보였던 현대 부분의 이야기와 인물들 역시 2부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기여를 한다. 또한 외계인과 도사의 신검쟁탈전을 넘어 외계물질 '하바' 폭발이라는 지구 절체정명의 위기까지 추가돼 클라이맥스의 속도감과 스펙터클을 강화했다.
시리즈물인 '외계+인' 2부는 '1부를 보지 않은 관객이 봐도 상관없을까'라는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1부를 본 관객이 전국 150만 명밖에 되지 않은 데다 대부분 1년 반 전의 어렴풋한 기억만 가지고 있다. 2부는 1부를 못 본 다수의 관객을 위한 길라잡이 구간을 마련했다. 영화 초입에 이안을 연기한 김태리의 1부 요약이 내레이션을 통해 약 5분간 펼쳐진다.
최동훈 감독은 2부 촬영본을 150번 이상 보며 52가지 버전의 편집본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2부 편집의 주안점은 몰입이었다. '어떻게 하면 가장 좋은 템포를 찾을까'를 내내 고민했다. 1부는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이야기가 확장되다 어느 순간 확 주둥이를 닫는 느낌이었다면, 2부를 확장이 되다가 깔때기로 좁혀 들어가는 구조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목표와 지향은 제대로 잡았다. 시리즈물에서 1편이 실패했다는 건 관객이 감독과 배우가 만든 이야기에 '몰입'하지 못했고, '매료'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객들은 "외계인이 자신들의 죄수를 인간에 뇌에 가뒀다"는 설정에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죄수가 탈옥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시공간의 난장에 빠져들지 못했다.
서울 도심에 나타난 외계 우주선,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신검의 이미지 역시 새롭게 여기지 않았다. SF와 무협을 결합한 한국형 히어로 무비라는 콘셉트를 내세웠지만 영화 속 이미지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홍콩 무협물의 기시감이 들게 할 뿐이었다.
◆ 1부 떡밥은 회수... 전편의 업그레이드지만 단점도 계승
2부는 1부에 뿌려놓았던 이야기의 떡밥을 회수하고 확장된 사건을 마무리한다. 하지만 1부와 비교해 진일보한 결과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된 이야기인 데다 동시 제작 시스템 안에서 애초의 흐름을 벗어난 결과물을 얻기는 쉽지 않다. 2부가 관객을 '몰입'시키고, '매료'시킨 작품인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면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무엇보다 시대와 공간을 넘나드는 정신없는 전개에 늘 들떠있는 캐릭터들은 이야기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다. 고려시대 파트는 주성치의 '쿵푸허슬'이나 '서유항마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코믹 터치가 전편보다 더 강화됐다. 오락적 요소를 강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역시도 호불호가 나뉠 수 있다. 1부를 보지 않았거나 1부를 낯설게 봤던 관객들에겐 여전히 거부감이 들 수 있다.
감독과 배우들은 관객을 이야기에 태워 엔딩까지 데려가야 하지만 자신들만의 세계에 몰두해 폭주하는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빠른 전개로 쉴 새 없이 몰아붙여 지루할 틈은 없지만 이것은 '몰입'과는 거리가 있다. 후반부 무륵과 이안의 관계에서 밝혀지는 비밀은 엄청난 반전이지만, 극적 효과가 크지 않다.
또한 영화 후반부 민개인(이하늬)과 흑설(염정아), 청운(조우진), 무륵(류준열), 썬더(김대명)가 탈옥한 외계인들과 싸우는 장면은 2부의 하이라이트지만 예상한 만큼의 스펙터클에 도달하지 못한다. 외계인과 도사, 신선이라는 각기 따른 장기를 가진 캐릭터들의 액션 디자인도 뚜렷한 개성으로 설계됐다고 보긴 어렵다. 슬로모션의 남발도 창의성과는 거리가 먼 옛날 스타일이다.
'외계+인' 시리즈가 최동훈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 돌연변이 같은 작품이라고는 할 수 없다. 최동훈은 기본적으로 무언가를 강탈하거나 훔치는 하이스트 무비에 장기를 보여왔고, 시대가 고려일 뿐 '외계+인' 역시 외계인과 도사들이 신검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싸우고 속이는 과정을 반복한다. 여기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향연, 찰진 대사를 내세워 관객에게 쉴 틈 없이 볼거리를 선사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러나 다루는 시대와 공간이 방대하고 인물들이 넘쳐나는 만큼 충분한 빌드업이 필요했다. 마블 히어로물처럼 이미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가 아닌 이상 방대한 세계관과 낯선 캐릭터에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한 편의 이야기 안에서 완결된 구조를 구축하지 않은 건 가장 큰 패착이다. 길더라도 한 편 안에서 이야기를 끝내거나 아니면 드라마 같은 장거리 기획으로 갔어야 했다. 영화의 시리즈 기획은 처음이 아니다. '신과 함께'가 있었고, '범죄도시'가 있었다. 이 영화들은 에피소드 구조로 한 편의 영화에서 기승전결을 모두 해소하고 다음 에피소드로 관객을 안내한다. '외계+인' 시리즈는 사실상 한 편의 영화를 둘로 쪼갠 이 기획이고, 1부의 실패는 계획에 없던 일이었다. 그러나 보니 2부에는 조급함과 절박함이 보인다.
최동훈의 영화 중 유일하게 캐릭터가 도드라지지 않는다. 지금은 충무로 흥행의 기본 공식이 된 '멀티 캐스팅'의 시초가 최동훈이다. 스타급 배우 5~6명 내세우고, 10여 명의 넘는 조연이 한데 어우러지면서도 캐릭터 하나하나에 생명력을 부여했던 장기가 '외계+인' 시리즈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무륵과 이안이 메인 캐릭터지만 청운과 흑설을 더 보고 싶다는 이야기는 1부에 이어 2부에서도 나올 법하다. 말맛이 살아있던 대사발도 거의 없다. 1부에서 '설명충' 소리를 들었던 '썬더'가 대표적인 실패 캐릭터다.
'외계+인' 시리즈는 2부작 안에 너무 많은 것을 압축해 욱여놓은 꼴이 되고 말았다. 1부작은 산만하게 늘어놓다가 끝나버렸고, 2부작은 주워 담다가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이다. 한 편을 2개로 나누면서 생긴 문제다. 시리즈물 구성은 불가피했을지라도 이야기의 사이즈로 봤을 때 극장 영화로서의 승부가 옳은 판단이었나 하는 아쉬움은 계속해서 남는다.
물론 최동훈의 장점이 낯선 공간과 장르와 만나 복합적이고 이질적인 재미를 선사한다는 측면에서 흥미로워하는 관객도 있다. 다만 대다수의 관객은 감독의 야심찬 실험에 1만 5천 원을 태울 생각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고(高) 관람료 시대인 만큼 관객은 돈과 시간의 효용가치를 더 엄격하게 따지고 있다.
◆ 1부, OTT서 재평가?… 비수기에 승부 건 2부
'외계+인' 1부는 극장 개봉 약 5개월 뒤인 2022년 12월 29일 넷플릭스에 공개해 '대한민국 TOP10 영화' 부문 11일 연속 1위를 기록했다. 극장 개봉 당시 첫 주부터 악평에 덜미를 잡혀 힘 한 번 못 써보고 '실패작'이라는 오명을 썼던 것을 생각하면 OTT에서의 선전은 '재발견'에 가까운 결과였다. 다만, OTT에서의 1위가 상업적 성공이나 관객의 재평가로 볼 수는 없다.
편당 결제인 극장 영화와 달리 OTT는 월 정액 서비스이고, '외계+인' 관람 역시 그 안에서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무료 콘텐츠에다 접근성이 좋은 OTT 플랫폼 덕분에 재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는 의미를 부여할 순 있다. 또한 2부에 대한 기대감 상승 및 마케팅 효과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
부활을 노리는 '외계+인' 2부가 흥행 전략에서 크게 아쉬워 보이는 건 개봉 시기다. 성수기인 12월을 건너뛰고, 비수기에 가까운 1월 10일을 선택한 건 악수다. 최동훈 감독은 이에 대해 "감독이 영화의 모든 것을 결정하지만 개봉일만큼은 결정할 수가 없다"고 했다.
1월에는 휴일이 없다. 그나마 관객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건 문화의 날(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로 관람료 50% 할인)뿐이다. 이조차도 개봉일로부터 2주가 지난 시점이다. 이때까지 1위를 지키며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보장이 없다. 비수기라고 해도 신작은 매주 나온다.
1월 둘째 주 평일, 극장을 찾은 일일 관객 수는 13만 명 대(1월 9일 기준)까지 떨어졌다. '외계+인' 2부는 개봉 첫날 9만 4,448명을 모으는데 그쳤다. 1부의 오프닝 스코어(15만 8,163명)보다 낮은 수치다. 예매율과 예매량 1위를 지키고 있어 당분간 가장 많은 스크린과 상영 횟수를 유지하겠지만, 관객 파이가 쪼그라든 환경이 흥행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물론 1부 흥행에 실패한 '외계+인'이 올 겨울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노량:죽음의 바다'와 정면 승부를 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성수기엔 2위 전략도 괜찮은 선택지지만 극장의 성수기가 코로나19 이전과 많이 다르다는 것은 지난여름 시장을 통해 교훈을 얻었다.
심지어 12월 성수기 시장을 정조준했던 '노량:죽음의 바다' 역시 예상치 않게 고전하며 손익분기점 돌파가 어렵게 됐다. '서울의 봄'의 천만 돌파와 두 달이 넘도록 이어지고 있는 장기 흥행 역시 '외계+인' 측이 예상치 못한 변수였다.
2부도 1부와 마찬가지로 700억 대의 제작비를 투입해 손익분기점이 700만 명 이상이다. 1부의 실패까지 만회하려면 2부로 1400만 명 이상을 모아야 한다. 1월의 호재라면 학생들의 방학 시즌이라는 것과 문화의 날 밖에 없다. 차라리 설 연휴를 정조준해 2월 초 개봉을 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여러모로 '외계+인' 2부의 흥행 전망이 낙관적이진 않다.
ebad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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