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김의성 등 연대회의 “故 이선균 인격살인, 수사관행 바로잡고 언론 자정해야” [종합]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2024. 1. 1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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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사진|뉴시스
봉준호-김의성 등 연대회의 “故 이선균 인격살인, 수사관행 바로잡고 언론 자정해야” [종합]

배우 고(故) 이선균이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다 세상을 떠난 가운데 문화예술인들이 고인을 애도하며 문화예술인의 인권 보호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했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는 29개 문화예술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의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배우 최덕문이 사회를 맡은 가운데 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김의성 배우와 관련 단체장들 및 소속 회원들이 참석했다.

이들은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수사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제·개정 등을 요구했다.

앞서 故 이선균은 강남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자택에서 수차례 대마초 등을 투약한 혐의로 지난해 10월부터 세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줄곧 혐의를 부인했으며 오히려 사건 관계자로부터 지속적인 공갈과 협박을 받아왔다고 피해를 호소하며 상대를 고소했다. 모발, 다리털, 겨드랑이 털 검사 결과 모두 음성 반응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선균은 그해 12월 23일, 19시간에 걸친 세 번째 경찰 조사를 마친 후에도 억울함을 호소하며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구했다. 하지만 며칠 후인 27일 오전 서울시 성북구 소재 모 공원 인근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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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김의성은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를 대표해 “지난 2개월여 동안 이선균에게 가해진 가혹한 인격살인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입장을 밝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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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봉준호 감독이 “고인의 수사에 관한 내부 정보가 최초 누출된 시점부터 사망에 이르기까지 2개월여에 걸친 기간 동안 경찰의 수사보안에 한 치의 문제도 없었는지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한다”면서 “특히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감정 결과 음성판정이 난 지난 11월 24일 KBS 단독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데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제공된 것인지 면밀히 밝혀져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故 이선균의 출석 정보가 공개된 점, 故 이선균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지 않은 점 등을 지적하며 “적법한 범위 내의 행위인지 명확하게 밝힐 것을 요청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만이 잘못된 수사관행을 바로잡고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수사 당국에 대한 요구에 이어 언론 및 미디어에도 책임을 물었다. 윤종신이 연대회의를 대표해 “KBS를 포함한 모든 언론 및 미디어는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기 바란다”며 “대중문화예술인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를 흘리거나 충분한 취재나 확인절차 없이 이슈화에만 급급한 일부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언론들, 이른바 '사이버 렉카'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나.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물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마지막으로 “설령 수사당국의 수사절차가 적법했다고 하더라도 정부 및 국회는 이번 사망사건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형사사건 공개금지와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에 문제점은 없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며 “피의자 인권과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원칙과 예외가 뒤바뀌는 일이 없도록, 수사당국이 법의 취지를 자의적으로 해석·적용하는 일이 없도록 명확한 입법적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는 위 요구와 질문에 대하여 납득할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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