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감옥서 살 수밖에 없다"…故 이선균 법 제정 위한 문화예술인들의 호소 [종합]
봉준호·송강호·윤종신·김의성 등 2,000명 동참
'이선균 법' 제정 위한 움직임 시작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둔 문화예술인들의 호소가 모였다.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윤종신 김의성 등 약 2,000명들의 예술인들은 고인의 죽음을 추모하는 것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희생양이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른바 '이선균 법' 제정에 나설 예정이다.
12일 오전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성명서 발표를 위한기자회견이 열렸다. 배우 최덕문이 사회를 맡았으며 봉준호 감독·이원태 감독·장항준 감독·민규동 감독·가수 윤종신·배우 김의성·바른손이앤에이 곽신애 대표·BA엔터테인먼트 장원석 대표 등이 참석했다.
먼저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故 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29개 문화예술 관련 단체를 중심으로 결성된 단체다. 지난해 12월 27일 작고한 故 이선균의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모은 것이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한다고 일찍이 밝힌 바 있다. 참여 단체로는 부산국제영화제·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영화수입배급사협회·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전주국제영화제·제천국제음악영화제·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날 현장에서 최덕문은 "성명서 발표가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문화예술인 연대회의는 첫 번째 노력의 일환으로 이 자리를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장원석 대표는 "2023년 12월 27일 고인의 장례 및 발인 기간이었다. 방송 영화 음악 등 작업한 대중문화인들의 조문이 있었다. 여러 문제점을 목소리 높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문화예술계의 뜻을 성명서로 발표했다. 2023년 12월 31일 이후 장례식장에서 공감대가 형성됐던 단체장들로부터 명명 작업이 시작됐다. 발인 시기 2주를 넘기지 않고 성명서 발표를 하자는 의논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송강호를 비롯한 약 2,000명의 문화예술인이 동참했다.
이후 윤종신 봉준호 김의성이 굳은 표정으로 성명서를 낭독했다. 먼저 윤종신은 "대중 문화 예술인들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이러한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 故 이선균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라면서 "한 명의 배우가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2월 19일 최초 보도 이후 정식 입건까지 2개월까지 보호장치 없이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부터 음성 판정까지 세 차례 경찰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으로 생중계 됐다. 사건 관련 증거 능력 판단이 어려운 녹음 파일이 언론과 대중에게 공개됐다. 결국 그는 19시간의 세 번째 경찰 소환 이후 스스로의 생에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했다. 가혹한 인격 살인에 대한, 유명을 달리한 동료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요구한다. 고인의 수사 내용이 최초 노출된 순간부터 2개월까지 경찰의 수사 보안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진상 규명을 촉구한다.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개별적으로 언론과 접촉한 적이 없었는지, 한 치의 의구심 없도록 결과를 공개하길 바란다"라면서 "국과수의 정밀 감정 결과는 어떤 경위와 목적으로 보도됐는지 제공하길 바란다.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로 한 점,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대비하지 않았던 점이 적법한 행위인지 밝혀주길 요청한다. 제2,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종신은 故 "대중예술문화인이라는 이유로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이 아닌가. 대중예술문화인이라고 사적 대화에 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한 KBS"라고 비판했다. 이어 "보도 목적에 포함한 기사 내용을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 대중문화예술인을 악의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소스로, 황색 언론, 사이버렉카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기자회견 말미 29개의 단체가 모인 문화예술인 연대회의 측은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력했다. 정부 및 국회가 형사사건 공개금지·수사에 관한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점검·필요한 법령의 제개정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타까움을 거듭 드러낸 영화인들은 이들은 수사 과정을 강하게 지적하면서 언론의 책임을 물었다. 故 이선균의 보도들을 두고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울러 다른 이들의 동참을 촉구하며 또 다른 피해자 생산을 방지하겠다고 각오했다.
한편 故 이선균은 지난해 10월 마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았다. 드라마 '파스타' '나의 아저씨' , 영화 '화차' '기생충' 등 많은 사랑을 받던 이선균의 마약 파문은 많은 이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이후 경찰 수사 도중 숨진 채 발견됐고 연예계에서는 고인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일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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