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AI 시대, 글로벌 시야 더 절실하다[포럼]

2024. 1. 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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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 개막돼 12일(현지 시간) 끝나는 세계 최대 컨슈머 전자 박람회 CES는, 휴대전화·가전·로봇·자동차 등의 다양한 IT 하드웨어와 융합된 젠AI(생성형 인공지능)가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경영을 바꿀 것을 예고하는 경연장이 됐다.

젠AI 시대를 선도할 고급 인재들이 귀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젠AI 원천 기술 및 응용 벤처기업들을 국가적으로 육성해 다수의 기업과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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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9일 개막돼 12일(현지 시간) 끝나는 세계 최대 컨슈머 전자 박람회 CES는, 휴대전화·가전·로봇·자동차 등의 다양한 IT 하드웨어와 융합된 젠AI(생성형 인공지능)가 개인의 일상과 기업의 경영을 바꿀 것을 예고하는 경연장이 됐다.

이번 CES에서도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과 혁신성이 두각을 나타냈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선보인 투명 마이크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에 투영되는 선명한 영상을 통해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이 살아 있음을 보여줬다. 또, 냉장고·TV·조명 등 각종 IT 기기들이 소비자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제어하는 몰입형(immersive) 지능의 데모를 통해 끊임없이 혁신을 추구하고 있음을 보여줘 안도했다.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0일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LG에 이어 3번째로 기조 강연을 한 것도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나타낸다. 특히, 정 부회장의 이 기조 강연은 IT산업이 아닌 조선과 중공업에서도 한국이 젠AI의 파도를 타고 세계를 선도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그러나 CES에서 보인 하드웨어 중심의 기술 경쟁력과 관련 소프트웨어의 혁신성에도 불구하고 우리 산업이 젠AI가 만드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과제가 있다.

본격 젠AI 시대 개막을 앞두고 구글처럼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빅테크 기업도 몸집이 가볍고 유연한 오픈 AI 같은 벤처들에 밀렸다. 레거시의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한 기업 문화 때문이다. 그 결과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과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해에만 수십조 원의 혁신자본을 젠AI 벤처기업들에 투자했다.

미국 빅테크 기업보다 더 딱딱한 기업 문화를 가진 우리 대기업이, 자체 역량으로 젠AI의 혁신 스피드를 따라갈 것으로 기대할 수 없다. 국가 연구개발비를 배분받는 더 경직된 대학이 젠AI 시대를 선도하길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젠AI 시대를 선도할 고급 인재들이 귀한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젠AI 원천 기술 및 응용 벤처기업들을 국가적으로 육성해 다수의 기업과 협력하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이들 젠AI 벤처기업의 무대는 국내가 아닌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시장이어야 한다. 그것은, 최고의 AI 인재들과 엄청난 규모의 혁신 자본이 몰리는 실리콘밸리의 이너 서클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중견기업들이 축적한 데이터와 풀려는 문제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벤처기업들과 공유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만이 미래 선점에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국가는 이러한 글로벌 벤처의 창업과 오픈 젠AI 이노베이션 생태계 조성을 위해 필요한 글로벌 인재 양성과 비즈니스 모델 교육, 글로벌화를 저해하는 규제 철폐에 앞장서야 한다. 무엇보다 현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실리콘밸리 혁신 생태계의 헤게모니 확보를 위한 규모 있는 글로벌 벤처 자본의 조성과 거버넌스 수립이다. 글로벌 혁신 자본 없이 글로벌 혁신의 주류가 될 순 없기 때문이다. 흩어진 공적 산업자본을 모으고 민간의 글로벌 혁신 자본 조성을 촉진하는 인센티브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차상균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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