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동경제 이면의 꼼수 규제[뉴스와 시각]

박정민 기자 2024. 1. 12. 12: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는 '민생토론회' 형태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자유시장경제라는 관점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저해하는 규제를 원점에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역동경제 구현의 핵심은 규제 완화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배포된 '활력있는 민생경제-2024년 경제정책 방향' 자료는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규제 완화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걱정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정민 경제부 차장

지난 4일 열린 기획재정부 올해 대통령 업무보고는 ‘민생토론회’ 형태로 진행됐다. 130여 명의 국민이 참여한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민생경제와 관련해 국민의 민원을 직접 듣고 얘기를 나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 자리에서 직접 올해 주요 경제정책과 민생 지원 방안에 대해 보고했다. 이날 기재부는 지금 한국 경제의 역동성과 성장잠재력이 떨어진 것을 회복하기 위해 ‘역동경제’를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힘들었던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나, 궤변에 가까웠던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달리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단순한 의미란 점에서 공감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행사 말미에 “자유시장경제라는 관점에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을 저해하는 규제를 원점에서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해, 앞으로 역동경제 구현의 핵심은 규제 완화에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과연 윤 정부가 규제 완화에 진심인지 의문이다. 이날 배포된 ‘활력있는 민생경제-2024년 경제정책 방향’ 자료는 역동경제 구현을 위한 규제 완화가 또다시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걱정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70쪽에 달하는 자료 중간 부분에 정부는 ‘기업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한 과감한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며 ‘개발제한구역·농지·산지 등 3대 입지 규제를 개선하고, 개발제한구역에 대해선 해제 사업 추진 시 해제 요건을 완화해 지역 투자 활성화를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괄호 안 작은 글씨로 ‘비수도권 한정’이란 단서가 달렸다. 비수도권 개발제한구역에 대해서만 해제 요건을 완화해 주겠다는 것이다. 주요 경제단체가 줄기차게 규제 완화 1번으로 정부에 요청하는 것이 바로 ‘수도권 입지 규제’다. 지방 균형발전이란 이데올로기에 발목 잡혀 물류비용도 나오지 않는 지방으로 기업들을 내려보내려는 정부의 막무가내 정책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의미다.

도대체 이런 표리부동한 행태가 또 있을까 싶다. 정부는 업무보고 자료에선 ‘한국은 글로벌 혁신지수 평가(WIPO·2023년 기준) 대상 132개국 중 규제환경 53위, 기업정책 58위,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품시장규제 지수(2021년)에서 진입장벽 규제 수준은 38개국 중 4위로 최상위권 등 한국의 규제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심각하다’고 고백했다. 잠재성장력이 실종된 원인이 무엇인지 윤 정부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지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재정 중심의 정책으로 인한 후유증을 직접 겪었기에 현시점에서 무엇이 필요한지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정작 역동경제 선포 첫날 공개한 실행계획엔 이런 못난 꼼수를 썼다.

위기 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뚜렷하지만, 실행할 용기는 없어 보인다. 역동경제 성과 창출을 위해 로드맵도 곧 내놓는다고 밝혔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기로 했다. 지엽말단적인 규제 수십 개를 풀었다며 ‘민생 돋보기’란 이름으로 정책성과 홍보용 보도자료를 수백 번 뿌려봐야 꺼져가는 경제 활력은 살아날 수 없다. 두렵고 어렵지만, 저런 덩어리 규제 철폐를 실행할 때 경제의 역동성이 생겨난다. 아는 걸 실천할 용기를 윤 정부가 보여줄 때다.

박정민 경제부 차장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