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남아 HPV 백신, 1차만 무료?…반쪽 지원 시끌

강승지 기자 2024. 1. 12.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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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경부암·구인두암 등 예방효과…尹대통령 공약이자 국정과제
9가백신 접종회차 두고 질병청-의료계 견해차…논란 불가피
ⓒ News1 DB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12~17세 남성 청소년에게 HPV(사람유두종바이러스) 예방접종 무료화를 추진 중인 정부가 총 2~3차 접종해야 할 백신을 1차만 무료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문제 때문이라고 하는데, 의료계에선 "유례없는 반쪽짜리 지원"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12일 뉴스1 취재 결과, 질병관리청은 예방접종 전문위원회 산하의 HPV 위원회를 오는 15일 개최해 이같은 방안을 논의한다.

감염병 예방에 꼭 필요한 백신에 대해 질병청은 접종 비용을 전액 지원하는 국가 필수예방접종(NIP)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HPV 백신 NIP 대상은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8~26세 저소득층 여성인데 정부는 만 12세 남성 청소년도 포함할지 검토해 왔다.

현재 NIP에 적용되는 백신은 HPV 2가백신 '서바릭스'와 4가백신 '가다실'인데 9가백신 '가다실9'도 포함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했다. 9가백신은 한번 맞는데 약 20만원의 비용이 들기 때문에 다 채워 맞으면 40만원 이상의 접종 비용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9가백신은 9가지의 HPV 감염 예방효과가 있다. 만 9~14세 남녀는 1차로 맞고 6~12개월 중 2차 접종을 하거나 1차 접종 후 2개월 뒤에 2차, 6개월 뒤에 3차 접종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접종 무료화를 공약으로 내건 뒤 국정과제로 이어졌다.

주로 성 접촉을 통해 전염되는 HPV는 남녀 구분 없이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바이러스다. 성 접촉 전에 예방접종을 끝내는 게 좋다고 권고된다. HPV에 지속해서 노출될 때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은 물론 남성도 항문암이나 두경부암, 구인두암에 걸릴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이던 2022년 4월 25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국내 첫 코로나19 백신 개발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2022.4.25/뉴스1 ⓒ News1 인수위사진기자단

질병청 관계자는 "의학적 근거, 사회적 요구, 재정 확보 등 이 3가지가 중요한데 무엇을 먼저 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특히 9가백신의 경우 1차 접종만 포함할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2차 접종까지 추진하며 예산을 확보할지 검토해 왔다"고 털어놨다.

예산은 남아 확대 시나리오, 9가백신 활용 시나리오로 책정되나 접종률이나 9가백신 단가에 따라 유동적이다. 질병청이 '반쪽 지원'을 감수하는 이유는 지난해 3월 "남아에게 백신을 무료로 놔주기에 비용 대비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HPV에 여성 질병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남성의 편익이 과소평가 됐으리란 지적이 제기되면서 질병청은 보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질병청 관계자는 "HPV 9가백신 1차 접종만 NIP에 포함하는 방안은 비용 효과성 있는 걸로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렇게 되면 만 12~17세 여성 청소년과 만 12세 남성 청소년은 HPV 9가백신을 1차 접종만 무료로 맞을 전망이다. 2차 접종부터는 돈을 내고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질병청이 '1차 무료 접종'을 검토하고 있는 근거는 지난 2022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발표한 'HPV 백신 1차 접종 전략'으로 삼고 있어서다. 다만 WHO는 전 세계 13%에 불과한 HPV 예방 접종률(2020년 기준), 저개발국 등에서의 부족한 백신 공급 상황을 토대로 내린 결정이다.

1차 접종에 대한 국외 연구들은 접종의 면역원성(면역을 성립시키는 성질)과 HPV 감염에 대한 효과성을 확인했을 뿐 궁극적 목적인 질환 예방효과는 입증되지 않았다. 특히 1차 접종만이 HPV 감염으로 인한 암을 예방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지 않았다.

조광재 대한두경부외과학회장(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도 "2차 접종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된 HPV 백신을 1차로만 NIP으로 지원하는 일은 의료 현장은 물론 국민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조광재 회장은 "1차 접종은 완전 접종을 권하는 의료지침과 상충하며 현재로서는 1차 접종으로 인한 장기적인 암 예방 효과를 누구도 담보할 수 없다. 궁극적으로 HPV 바이러스 관련 집단면역 형성과 암 예방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영태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뉴스1에 "(2022년에) 대한부인종양학회장으로서 1차 접종은 국내에서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1차 접종만 고려하기에 효과, 안전성, 장기 지속성에 대한 근거가 미비하다"고 지적했다.

김영태 이사장은 "앞으로의 세대(여아·남아)를 위한 일인데 경제성 논리로 정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질병청이 근거 연구를 꼼꼼히 읽어보고 재고해 주길 바랄 뿐"이라며 "전문가 입장에서는 꼭 2~3차 접종까지 필요하다고 권하겠다"고 강조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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