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한끼 해결 못하는 아동급식카드

권승현 기자 2024. 1. 1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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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급식카드로는 식당 음식이 너무 비싸 못 가고, 편의점 도시락이랑 삼각김밥만 매일 먹었더니 이젠 질려서 못 먹겠어요."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 아동급식카드를 쓰기 어렵다 보니 아이들은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다.

아동급식카드로 두 아들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40대 박모 씨는 "최근 아이들이 매일같이 편의점 도시락만 사 먹는다는 것을 알고 속상했다"며 "'왜 편의점만 가느냐'고 묻자 아이들이 '식당은 비싸서 못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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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한끼니 당 8000원 책정해
결식 우려 저소득층 아이들 지원
마포구 가맹점 32곳 조사해보니
21.9%에서만 끼니 해결 가능해
제대로 된 음식은 비싸서 못 먹고
편의점 도시락·김밥 등으로 때워

“아동급식카드로는 식당 음식이 너무 비싸 못 가고, 편의점 도시락이랑 삼각김밥만 매일 먹었더니 이젠 질려서 못 먹겠어요.”

외식 물가가 무섭게 치솟으면서 끼니당 8000원 정도를 지원하는 아동급식카드가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권장 단가를 9000원으로 올렸지만,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관련 예산을 확보하지 못해 물가 상승에 따른 인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12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복지부는 올해 아동급식카드의 끼니당 권장 단가를 지난해 8000원에서 올해 9000원으로 올렸지만, 서울시와 강원도는 관련 예산을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서울 지역의 경우, 구비로 자체 예산을 더 확보한 4개구(강남·서초·송파·종로구)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21개구가 올해도 8000원 단가를 유지할 예정이다. 아동급식카드는 18세 미만의 결식 우려가 있는 저소득층 아동에게 식비를 지원하기 위한 카드로, 복지부가 권장 단가를 정하면 각 지자체가 이를 참고해 실제 지원 단가를 결정한다.

아동급식카드를 이용하는 가정에선 8000원으론 끼니 해결이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 중동의 아동급식카드 가맹점 32곳을 전수 조사해보니 11곳(34.3%)에서만 8000원 안에서 음식을 사 먹을 수 있었다. 이 중 끼니를 때우기 어려운 간식류를 제외하면 7곳(21.9%)에서만 가능했다. 가맹점 5곳 중 1곳에서만 아동급식카드로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셈이다. 한 닭칼국수 가게는 1인분을 9500원에 판매하고 있었으며, 파스타 가게의 가장 저렴한 메뉴는 1만1600원이었다. 1만3000원에 떡볶이를 판매하는 곳도 있었다.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음식점에서 아동급식카드를 쓰기 어렵다 보니 아이들은 편의점으로 몰리고 있다. 아동급식카드로 두 아들의 끼니를 해결하고 있는 40대 박모 씨는 “최근 아이들이 매일같이 편의점 도시락만 사 먹는다는 것을 알고 속상했다”며 “‘왜 편의점만 가느냐’고 묻자 아이들이 ‘식당은 비싸서 못 간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동급식카드 이용자인 박모(12) 군은 “가격 때문에 주로 편의점에 간다”며 “예전에는 도시락을 자주 먹었는데 이젠 질려서 주로 빵, 라면 등을 사 먹는다”고 말했다. 실제 복지부가 전국 17개 시도의 지난해 상반기 아동급식카드 사용처 현황을 분석한 결과, 편의점이 41.7%로 가장 많았다.

권승현·노지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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