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보증으로 ‘빚 내서 빚 갚기’…부동산 꺾이면 한번에 와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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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건설사 보증에 의존한 구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태영건설 위기를 시작으로 연쇄 부실이 터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 사례를 보면 '빚내서 빚을 갚는 구조'와 '건설사 신용이 기초담보인 구조'라는 국내 부동산 피에프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10% 자금으로 시작되는 사업 건설사들은 이처럼 복잡한 피에프 구조 속에서 대부분 거래에 보증을 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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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건설사 보증에 의존한 구조’
한국 경제의 뇌관으로 꼽혀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태영건설 위기를 시작으로 연쇄 부실이 터질 것이라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태영건설 사례를 보면 ‘빚내서 빚을 갚는 구조’와 ‘건설사 신용이 기초담보인 구조’라는 국내 부동산 피에프의 취약점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건설사들로 위기가 번질 수 있으며 건설사들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전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오는 까닭이다.
빚으로 빚을 갚는 부동산 피에프
부동산 피에프는 개발 사업이 성공할 것으로 보고 자금을 미리 빌려주는 투자기업이다. 미래 발생할 현금이 빚을 갚을 상환 재원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빚내서 빚을 갚는 구조가 발생한다.
부동산 피에프는 ①토지매입과 인허가 완료까지의 ‘착공 전 단계’ ②개발과 분양이 시작되는 ‘공사 단계’ ③공사가 완료된 이후인 ‘준공 이후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대출도 ‘브릿지론→본피에프→집단대출’을 거친다. ①단계는 불확실성이 큰 사업 초기인 만큼 주로 제2금융권에서 만기 1년 이내의 고금리 대출인 ‘브릿지론’이 이뤄지며, ②단계에서는 3∼5년 만기의 중·저금리 대출이 발생한다. 은행권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대주단을 구성해 대출, 지분참여, 피에프 대출을 담보로 발행되는 유동화증권 매입 등으로 자금을 공급한다. 또한 ②∼③단계에서 선분양으로 중도금대출과 잔금대출이 들어오면 이 또한 사업비로 쓰이게 된다.
문제는 앞서 실행된 대출이 이후에 실행된 대출을 통해 상환되는 연쇄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고금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많은 피에프 사업장은 다음 개발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있다. 다음 대출을 일으키지 못해 빚을 갚지 못하는 곳이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①단계에서 ②단계로 넘어가지 못하면서 생기는 ‘브릿지론’ 부실이 큰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10% 자금으로 시작되는 사업
건설사들은 이처럼 복잡한 피에프 구조 속에서 대부분 거래에 보증을 선 상태다. 태영건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피에프 보증 규모가 지난해 9월 말 기준 374%에 이른다. 부동산 피에프가 위험성이 큰 사업인 데다 공사 전 과정을 관리하는 시행사들이 영세하면서 돈을 빌려주는 금융권이 신용보강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보통 부동산 피에프 시행사들은 총 사업자금의 10%만 갖고 토지매입을 시도하면서 90% 이상은 대출을 일으켜 공사를 진행한다. 현재 법인의 경우 최소 자본금 3억원만 있으면 부동산개발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공사인 건설사들이 도급 계약을 따내는 대신 금융권에 시행사가 ①단계인 ‘브릿지론’을 미상환하면 본인들이 갚겠다는 지급보증을 서는 일이 부지기수다.
건설사들의 보증은 ②단계에서도 이어진다. 피에프 사업장의 본피에프 대출과 유동화증권 발행에 있어 책임준공(기한 내 준공 완료), 연대보증, 채무인수, 자금보충 등의 약정을 대주단이나 투자자들에게 또 제공한다. 이 배경엔 우리나라는 수분양자 자금이 사업비에 사용되면서 이들도 토지 및 건물에 대한 담보권이 생기는 까닭에 온전한 담보권 확보가 어려운 대출기관들이 신용보강을 요구해 건설사들이 참여하게 되는 특수성도 존재한다.
건설사 신용에 의한 담보대출
전문가들도 부동산 피에프가 사실상 건설사 신용을 담보로 한 대출이라고 바라본다. 김정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2022년 ‘부동산 피에프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방안' 보고서에서 “국내 부동산 피에프는 시공사가 제공한 신용보강 장치가 모든 금융거래의 기초적인 담보로 활용되는 구조다”라고 밝혔으며,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우리나라 부동산 피에프 구조의 문제점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부동산 피에프가 브릿지론을 본피에프 대금으로 상환하거나 수분양자 자금을 이용하고, 시공사의 신용도에 의존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고 언급했다.
이 때문에 최근 건설사 위기가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각종 부동산 피에프 거래에 보증을 선 건설사들이 자금난에 빚을 갚지 못하면 얽혀 있는 금융기관의 건전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다. 아울러 대출 채권을 토대로 발행되는 유동화증권의 신용등급도 시공사 신용등급과 연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건설사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유동화증권 발행에 문제가 생기고 여기에 보증을 선 증권사들도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시장에서는 부동산 피에프 문제가 태영건설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벌써 중·소형 건설사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거론돼 업체들이 적극적인 해명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기자본 대비 피에프 보증 규모가 50%를 넘은 곳은 롯데건설(212.7%), 현대건설(121.9%), 에이치디시(HDC)현대산업개발(77.9%), 지에스(GS)건설(60.7%), 케이시시(KCC)건설(56.4%), 신세계건설(50.0%) 등이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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