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과다부과 호소에도…납세자 구제 않는 보호제도(종합)
이의신청 기각·각하 늘어…납세자 피해 사례
과다부과 장치 있지만 조사관 재량 따르지 못해
신종 사업 포괄치 못하는 행정시스템도 문제 지적
[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부산에서 문자중계관련 사업을 하는 A법인은 지난해 세무서로부터 세금계산서 허위발급을 사유로 3억7000만원의 세금을 부과받았다. A법인이 이의신청을 했으나 세무서 측은 허위발급이 아닌 발행방식의 잘못이라며 이를 기각했다. A법인 대표는 세무서 관계자로부터 '이의신청이 인용되면 담당 조사관은 감사를 받게 된다'며 조세심판과 행정소송 절차를 밞으라는 회유성 답변을 들었다. A법인 대표는 "세무서에서 잘못된 과세를 한 뒤에도 내부 감사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조세심판과 행정소송을 강요하고 있다. 이 사건으로 후속투자유치도 받지 못하게 돼 사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선 세무서에서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과 각하를 남발하면서 인용률이 14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납세자 권익보호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납세자 권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2년 납세자의 이의신청 인용률은 13.1%로 통계작성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이의신청은 납세자가 위법 또는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세금을 부과받은 경우 세무서 또는 지방국세청에 이의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납세자 보호절차다.
처리건수 가운데 납세자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비율인 인용률은 2008년 최초 통계 작성 당시 28.0%로 30%에 육박했으나 추세적으로 감소했다. 2018년까지 20%대를 유지한 뒤 2019년 최초로 20% 아래로 떨어졌고 지난 2022년에는 13.1%까지 내려갔다.
반대로 이의신청에 대한 '기각'과 '각하'는 급증했다. 기각은 이의신청이 이유가 없다고 인정될 때 나오는 처분이다. 청구기간을 넘기거나, 불복청구 대상이 된 처분이 존재하지 않을 때, 불복청구 대상이 된 당사자가 아닌 경우, 불법청구 대상이 아닌 경우, 대리권이 없는 경우 등에는 '각하'된다.이 같은 판단은 국세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하는데 최근 들어 기각 처분이 급증하고 있다.
납세자가 '기각' 또는 '각하'에 불복하게 되면 이후에는 감사원와 국세청에 심사청구를 하거나, 조세심판원에서 처리 할 수 있어 납세자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다는 것이 국세청의 설명이다.
여기서도 구제받지 못할 경우 행정심판 절차가 있다. 하지만 법정처리기한이 있는 최대 90일로 정해져있는 세무서와 달리 조세심판과 행정재판은 무기한 연장될 수 있다. 세무서 단계를 넘어서게 되면 개인과 기업의 대응 시간과 비용이 그만큼 늘어나는 셈이다.
김동현 세무사는 "납세자의 일뿐만 아니라 일상에도 지장이 커 처리를 신속하게 해주는 것이 실익이지만 세무서 단계를 넘어서는 경우가 다반사"라며 "조세심판원 단계부터는 영세한 납세자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고 시간과 돈을 많이 들이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납세자 권익 보호를 위해 마련한 규정들이 인용률이 떨어지는 근거가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례로 국세청 본청 감사관실은 과다부과 기준을 개인 5000만원, 법인 1억원으로 두고 있다. 조사관이 감사대상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잘못된 과세를 인지하고도 이의신청을 기각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늘어나고 있으나 이를 따르지 못하는 행정시스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김동현 세무사는 "새로운 경제환경이나 비즈니스모델이 나오면 기존 법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기획재정부에서 답변을 해주는 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기재부에 질의를 하면 답변을 받기까지 1년이 넘는 경우도 많고 그마저도 80~90%는 기본적인 법조문 설명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막막함을 호소하는 납세자들이 많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이의신청 인용률이 떨어진데는 2021년도와 2022년도에 종합부동산세가 두 배 올라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한 이의신청이 많았던 점과 과세 인프라 고도화로 고지단계에서 과세품질이 향상된 효과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납세 공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ny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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