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요즘 시대가 원하는 쿨한 어른상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4. 1. 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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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사진='골든걸스' 방송 영상 캡처

"좀 더 연습하셔야 할 듯…."

춤으로 둘째가라면서 서러울 가수 겸 프로듀서 박진영은 얼마 전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K-팝 스타'를 비롯해 다양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그로서는 '굴욕'적인 지적일 수 있다. 게다가 이 발언의 주인공은 박진영의 분신과도 같던 걸그룹 트와이스의 정연이다. 

박진영은 지난해 말 자신의 채널을 통해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은 '슬릭백' 영상을 올렸다. 대구 용산중학교 이효철 군이 마치 하늘을 걷는 듯한 슬릭백 영상으로 2억 뷰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바 있는데, 춤꾼으로 소문난 박진영이 이에 도전한다니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딸같은 후배 가수인 정연의 일침에 이어 원더걸스 출신 선미는 "머릿결 좋으시다"고 딴소리를 했고, 트와이스의 또 다른 멤버는 "PD님, 연습실에서 슬리퍼 금지입니다. 벌점!"이라며 놀렸다. 이에 박진영은 "할 때는 되는 것 같았는데 ㅠㅠ"라고 엄살을 부렸다.

이 대화는 여러 의미를 함축한다. 일단 53세 박진영의 도전에는 끝이 없다. 지난 1995년, 2집 앨범 '딴따라를 발표하며 첫 곡인 '나는'에서 "나는 딴따라다 태어났을 때도 지금도 앞으로도 그리고 그게 자랑스럽다"고 외치던 그는 약 3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역'이자 누구보다 대중의 관심을 받길 원하는 '딴따라'다. 

아울러 그는 후배들과도 격없이 어울린다. 적잖은 프로듀서와 그들이 만든 그룹 멤버들은 시간이 지나면 각자의 길을 간다. 서로에 대한 존중은 남아도 이처럼 어우러지긴 쉽지 않다. 후배가 이런 상황을 만들긴 어렵다. 결국 박진영이 깔아놓은 판이다. 평소 그가 후배들과 수직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소통해왔다는 방증이다.

사진='오날오밤' 방송 영상 캡처 

그러다보니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 2015년, 박진영은 '어머님이 누구니'로 각종 음원차트를 석권했다. 허리가 24인치, 힙이 34인치인 여성을 향한 찬양을 담은 파격적인 가사와 뮤직비디오가 화제를 모았다. "박진영답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당시, 박진영이 프로듀싱한 걸그룹 미쓰에이이 신곡 '다른 남자 말고 너'를 발표 후 선전하고 있었다. 하지만 박진영의 신곡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이에 미쓰에이 멤버 페이는 자신의 SNS에 "PD님! 이거 저희 웃어야 될까요? 울어야될까요? 축하해요"라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박진영은 "앗 그게 그러니까…금방 다시 내려갈거야"라는 너스레로 화답했다. 누군가는 '주책맞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역 가수로서 후배들과 동등한 입장에서 겨루겠다는 그의 의지가 돋보이는 대목이었다.

"환갑 때도 지금도 똑같이 춤추는 것이 목표입니다." 박진영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여러 차례 이같이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이를 지키기 위해 그는 매일 식단 관리와 운동으로 몸을 다진다. 지난해 연말에는 단독 콘서트 '80's Night'(80년대의 밤)을 개최했다. "1980년대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공존한 시대다. 두 개의 해류가 만나면 어종이 풍부한 것처럼 이 시기의 풍성한 음악은 내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래서 1980년대 음악에 집착하고 그때의 음악을 사랑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두 가지 시대를 모두 경험한 박진영의 음악은 다양하고 또한 풍부하다. 도전에도 주저함이 없다. 그러면서 "먹는 것도 조심하고 운동도 열심히 해서 이대로 최고의 환갑 공연 보여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사진='청룡영화상 시상식 축하무대 방송 영상 캡처 

K-팝 시장을 대표하는 프로듀서로서 20년 간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박진영은 최근 새로운 시도를 했다. KBS 2TV '골든걸스'다. 인순이(66), 박미경(58), 신효범(57), 이은미(57) 등 쟁쟁한 선배들을 모아 걸그룹을 결성했다. 박진영은 그들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원 라스트 타임'에 이어 1950∼60년 분위기를 풍기는 재즈풍 신곡 '더 모먼트'로 승부수를 띄운다. 선배들을 향한 존경과 예의, 그러면서도 하나의 걸그룹을 탄생시키기 위한 프로듀서로서의 고군분투에서 음악을 대하는 박진영의 진정성이 읽힌다.

박진영이 타고난 딴따라라는 것은 지난 연말 다시금 증명됐다. 그는 2023년 세밑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룡영화상 축하무대를 꾸몄으나 혹평 받았다. 긴 드레스를 활용한 퍼포먼스 등이 눈길을 끌었지만 목상태도 좋지 않아 무대의 완성도는 떨어졌다. 그 직후 그는 KBS 2TV 예능 '더 시즌즈 악뮤의 오날오밤'에 출연했다. MC인 악뮤가  "이런 무대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 줄 상상도 못 했다"라고 운을 뗐고, 그 무대를 지켜보던 배우들의 어쩔 줄 몰라하는 반응이 재차 공개됐다. 박진영은 "이 무대(오날오밤)만을 벼르고 있었다. 청룡영화상 때 제가 목이 너무 아팠다. 그 날 새벽 6시에 '뮤직뱅크' 사전녹화하고, '골든걸스' 찍고. 갑자기 목이 안 나와서. 옷, 헤어, 화장 다 좋았는데"라고 해명했다. 이에 박진영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K-팝 스타'를 통해 데뷔한 악뮤 이찬혁은 "목 관리도 실력이라고 하셨었는데"라고 돌직구를 던졌고, 박진영은 관객들에 "주변에 '그때 아팠대' 꼭 좀 전해달라"고 당부했다.

박진영 입장에서는 피하고 싶은 상황이자 해명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유연함을 보여줬다. 그 덕분에 박진영이라는 아티스트가 다시금 대중에게 회자됐고, 또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늘었다. 그는 체면을 차리지 않는다. 점잖은 척하지도 않는다. 그는 "나는 딴따라다"라고 외칠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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