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야권위원 2명 해촉 건의안 의결…尹 재가 땐 여권 절대 우위 구도

김기범 기자 2024. 1. 12. 11: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야권 추천 위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전체회의 후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윤성옥, 옥시찬, 김유진 위원.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12일 임시 전체회의를 열고 야권 인사인 김유진·옥시찬 위원에 대한 해촉 건의안을 의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4 대 3이었던 방심위 내 여야 구도는 4 대 1으로 바뀌면서 여권 절대 우위가 된다. 야권 위원들은 류희림 위원장이 받고 있는 ‘민원 사주’ 의혹에 대한 입막음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심위는 김 위원의 해촉 건의 배경으로는 ‘비밀유지의무 위반’을 들었다. 지난 3일 야권이 소집한 전체 회의가 취소된 후 취재진에 안건 제의 배경을 공개한 것에 대한 내용이다. 옥 위원의 해촉 건의 배경은 ‘폭력행위’와 ‘욕설모욕’으로, 지난 9일 방송심의소위원회에서 류 위원장에게 서류를 집어던지면서 욕설을 한 것에 대한 내용이다.

이날 류 위원장을 비롯한 여권 추천 위원 4명은 김 위원과 옥 위원에 대해 “업무 수행 자격과 공신력을 상실했다”며 “공정, 중립, 객관을 핵심으로 하는 독립적인 방심위 업무를 더 이상 수행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여야 위원들은 그동안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지인을 동원해 청부 민원을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달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는 방심위의 뉴스타파 인용 보도 관련 심의 과정에서 류 위원장이 가족, 지인 등을 동원해 방심위에 민원을 넣었다는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이 접수된 바 있다. 류 위원장은 내부 감찰을 지시하면서 공익신고자 색출에 나섰고, 검찰에도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방심위는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에 두 위원의 해촉 건의 공문을 제출했다. 방통위와 인사혁신처를 거쳐 대통령실로 공문이 전달되면 윤 대통령이 두 위원의 해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대통령 재가 시 방심위는 일시적으로 여야 4 대 1 구도가 된다. 이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추천한 김 위원과 옥 위원의 공석이 윤 대통령 몫의 여권 인사로 채워지면 여 6 대 야 1의 여권 절대 우위 구도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방심위 위원은 9명이 정원이지만 야권 위원들이 잇따라 해촉되고, 지난해 김진표 국회의장이 추천한 인사들에 대해 윤 대통령이 위촉을 미루면서 위원 7명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김 위원, 옥 위원이 해촉되면 이번 정부 들어 해촉된 야권 위원은 5명으로 늘어난다. 마지막 남은 야권 위원인 윤성옥 위원도 대통령이 재가할 경우 위원직을 사퇴할 수 있다는 뜻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야권 위원 6명 전원이 방심위에서 물러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정연주 전 위원장, 이광복 전 부위원장을 해촉했고, 지난해 9월에는 정민영 전 위원을 해촉한 바 있다.

김준희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지부장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방심위에서 열린 ‘류희림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행위 조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해촉 건의안 대상이 된 김 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방심위 구성원들과 언론 자유를 걱정하는 시민들은 제가 해촉되는 진짜 이유를 잘 알고 있다”며 “류희림 체제 방통심의위에서 벌어지는 언론 통제에 맞섰고, 이른바 ‘민원 사주’ 의혹의 진상규명을 요구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것은 자랑스러운 해촉이지만 그렇다고 해촉을 무기력하게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앞서 해촉된 정 전 위원장과 이 부위원장 역시 해촉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바 있다. 다만 두 위원의 가처분 신청은 서울행정법원에서 각하됐다.

옥 위원은 이날 전국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의 기자회견에 동석해 “정 전 위원장 해촉 때부터 자기들의 큰 죄는 덮어주고 야권 위원들의 작은 죄는 키워서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류 위원장이 받고 있는 민원 사주 의혹과 관련해 방심위 직원들은 이날 류 위원장의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행위에 대해 조사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공익신고를 권익위에 제출했다. 류 위원장이 뉴스타파 보도에 관한 민원인들이 가족 등 사적 이해 관계자라는 사실을 알고도 심의와 징계 의결 과정 등에 참여했다는 이유에서다. 방심위 노조에 따르면 공익신고에 동참한 방심위 직원은 149명에 달한다. 방심위 전체 직원은 260명 정도로, 절반이 넘는 수가 공익신고에 동참한 것이다. 방심위 노조는 전체회의 후 바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이해충돌 문제에 어떤 입장도 내놓지 않고 공익신고자를 위협하는 류 위원장은 즉각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 11일 노조는 지난달 방심위원들의 직무 수행 능력 평가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96.8%(미흡 20.6%, 매우 미흡 76.2%)가 류 위원장에 대해 부정 평가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힌 바 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는 없었다. 이날 해촉 대상이 된 김 위원은 방심위원 중 유일하게 긍정 평가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는 다음 주부터 류 위원장 사퇴 촉구 1인 시위를 진행할 계획이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