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균 방지법 만들자" 봉준호 감독, 문화예술인 인권 보호 위해 나섰다(종합) [SE★현장]
'이선균 방지법'을 촉구하기 위한 대중문화예술인들이 뭉친 가운데 봉준호 감독이 故 이선균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지난해 12월 27일 사망한 故 이선균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및 언론의 자정 노력을 요청하기 위한 자리다.
12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에 위치한 프레스센터에서 '고(故)이선균 배우의 죽음을 마주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요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사회를 맡은 장원석 대표와 성명서 발표자인 봉준호 감독과 윤종신 가수 겸 작곡가, 이원태 감독, 최덕문 배우와 관련 단체장들이 참석했다. 국내 유명 영화제들을 비롯해 영화, 드라마 제작사협회들도 뜻을 함께 했다.
앞서 '문화예술인 연대회의(가칭)'는 "지난 12월 27일 작고한 고(故)이선균 배우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하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데 뜻을 같이하고 수사당국 관계자들의 철저한 진상규명 촉구, 언론의 자정 노력과 함께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 삭제 요구, 문화예술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현행 법령 재개정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라고 전했다.
먼저, 처음으로 말문을 연 사람은 배우 최덕문이었다. 그는 성명서 발표 사회를 맡았다. "문화예술계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깊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만큼 취재를 위해 참석해 주셨다"라고 운을 뗀 그는 "故 이선균의 안타까운 죽음을 마주한 문화예술인의 첫 번째 노력의 일환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장원석 대표는 성명서가 발표되기까지의 과정을 언급했다. 그는 故 이선균의 장례식장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수사 및 언론 보도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문제점에 대하여 목소리를 내야 할 필요성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성명서 초안 작성 및 수정 작업을 진행했다"며 "방송, 영화, 음악 등을 아우르는 단체들이 동의해줬다. 배우 송강호를 비롯해 29개의 문화예술단체와 약 2000여명의 개인 문화인들이 동참해 주셨다"라고 덧붙였다.
성명서 낭독은 봉준호 감독과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 등이 나섰다. 먼저, 성명서 낭독에 나선 배우 김의성은 "지난 12월 27일 한 배우가 안타깝게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지난 10월 19일 한 일간지에 '배우 L씨의 마약'기사를 토대로 10월 23일 그가 정식 입건된 때부터 2개월 여 동안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언론과 미디어에 노출됐다. 간이 시약 검사, 국립 과학 수사부터 음성 판정 과정의 전 과정이 세 차례 조사에 출석하는 모습이 언론을 통해 생중계됐다. 증거능력 유무조차 판단이 어려운 녹음 파일이 언론과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됐다. 결국 그는 열아홉 시간의 조사가 진행된 세 번째 조사에서 거짓말 탐지기로 진술의 진위를 밝혀달라는 요청을 하고 스스로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참혹한 선택을 했다. 지난 2개월 동안 벌어진 인격 살인에 대해 밝히는 것이 동료로서의 최소한의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수사당국에 요구사항을 전했다. 그는 "고인의 내부 정보가 유출된 시점부터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기까지 경찰의 수사 과정에 한 치의 문제가 없었는지, 관련자들의 공보 책임자의 부적법한 언론 대응이 없었는지, 개별적으로 기자와 접촉하거나 부적격한 답변을 한 적이 없는지 한 치의 의심없이 조사하여 공개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이어 "음성 판정이 나왔던 지난 24일 KBS 단독 보도에는 다수의 수사 내용이 포함돼있는데 어떠한 목적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언론 관계자의 취재는 적법한 범위에 의해 일어나야 한다. 고인의 출석 정보를 공개한 점, 고인이 노출되지 않도록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점이 적법한 행위인지 밝혀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수 겸 작곡가 윤종신은 "사생활을 부각하여 선정적인 보도를 한 것은 아닌가, 대중문화예술이라는 이유로 고인을 포토 라인에 세울 것을 무리하게 요청한 적은 없었는가, 사적대화에 관한 고인의 음성을 보도에 포함한 KBS는 공영방송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한 보도였다고 확신할 수 있는가. 보도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기사를 조속히 삭제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숨을 고른 그는 이어 "대중문화예술이 대중의 인기에 기반된다는 사실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검증할 수 없는 소스를 흘리거나, 이슈화에만 급급한 유튜버를 포함한 황색 언론들의 병폐에 대해 우리는 언제까지 침묵해야 하는가. 정녕 자정의 방법은 없는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마지막으로 '이선균 방지법'에 대한 향후 계획을 언급한 사람은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최정화 대표였다. 그는 "향후 활동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도록 하겠다"라며 "성명서를 통해 말씀드리는 바와 같이 피해 사실 공표로 인한 부당한 피해를 입는 것에 대해 예방하는 차원에서 '이선균 방지법'을 위하여 적극적으로 단체들과 협력해나갈 것이다. 여러 의견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논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정지은 기자 jean@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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