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 일어나니 죽어있어”…바둑 두다 9곳 찔려 숨진 이웃

[이데일리 채나연 기자] 처음 만난 이웃과 자신의 집에서 바둑을 두다 상대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11일 제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살인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에게 20년을 선고하고 1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5년간 보호관찰 명령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두 사람이 우연히 만나 벌어진 사건으로, 피해자가 사망해 진술을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피고인은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상해치사와 여러 차례의 폭력 전과가 있음에도 알코올 관련이나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반성을 하지 않아 엄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씨는 혐의를 부인하며 “지금도 너무 무섭다. 자고 일어났는데 사람이 죽어 있었고, 무서워서 휴대전화를 찾다가 2층 집주인에게 가서 신고 좀 해달라고 했다”며 “제 결백보다도 같이 술을 마셨던 분이 돌아가셔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A씨의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무죄 선고를 요청하며 “피고인이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다투는 소리를 들었다는 해당 건물 거주자 진술을 근거로 범행 시각을 특정했으나 시간에 대한 진술이 정확하지 않으며, 제출된 CCTV 영상만으로는 건물 출입 사항을 명확히 확인할 수 없어 제3자 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A씨는 지난해 7월 8일 밤 서귀포시 자신의 주거지에서 60대 B씨를 흉기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두 사람은 같은 건물 이웃으로 사건 당일 처음 만나 식당에서 소주 3병을 나눠 마시고 A씨의 주거지로 술자리를 옮겨 이어나갔다.

이튿날 B씨는 가슴과 목 등 9곳을 찔린 상태로 발견됐다. B씨의 혈중알코올 농도는 0.141%로 항거 불능 상태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한 달여 뒤인 2월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을 진행할 예정이다.

채나연 (cha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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