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실적 턴어라운드" 자신한 11번가, 성공 가능성은

정재웅 2024. 1. 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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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은 사장 "올해 오픈마켓 흑자 전환"
"내년 전사 영업익 창출로 턴어라운드"
매각 등 과제 산적…실현 여부 미지수
/그래픽=비즈워치

대주주인 SK스퀘어의 콜옵션 포기로 FI(재무적 투자자)에 의해 사실상 강제매각 수순에 돌입한 11번가가 내년 실적 턴어라운드를 자신했다. 올해 오픈마켓(OM) 흑자 달성 후 내년에는 전부에서 영업이익을 내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11번가의 상황 등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11번가는 지난 11일 서울시 중구 서울스퀘어에 위치한 11번가 본사에서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2024 1st 타운홀미팅’을 진행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안정은 11번가 사장은 “꾸준한 수익성 개선 기조 아래 지난해 영업손실을 줄이는데 성공했고 특히 OM(오픈마켓) 사업은 지난달(12월) EBITDA(상각전 영업이익) 기준 흑자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어 “11번가는 커머스 경쟁력 강화에 더욱 집중하고 사업지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효율 개선 노력을 병행해 2024년 OM 사업의 연간 흑자를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정은 11번가 사장이 지난 11일 11번가 본사에서 열린 새해 첫 전사 구성원 대상 타운홀미팅에서 새해 경영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11번가

11번가는 이번 타운홀미팅을 통해 오는 2025년 실적 턴어라운드 목표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올해를 오픈마켓 사업의 흑자 전환 원년으로 만들고 2025년 리테일 사업을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 창출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하겠다는 계획이다.

11번가는 지난해 6월 OM 사업이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흑자전환의 가능성을 봤다는 것이 11번가의 설명이다. 실제로 11번가는 지난해 5월부터 7월까지 3개월 연속 OM EBITDA 흑자를 기록한데 이어 12월에도 OM EBITDA 흑자를 기록했다. 11번가는 올해 1분기 내 OM 사업이 온전한 수익 기조에 들어서는 것은 물론 올해 연간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번가는 올해 수익성 강화를 위해 △판매자 성장 △가격 △트래픽 △배송 △AI 등 5개의 신규 ‘싱글스레드(Single Thread·ST)’ 조직을 운영키로 했다.

11번가는 각 ST조직별로 오직 핵심과제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이커머스의 기본 경쟁력인 △상품 △가격 △트래픽 △배송 △편의성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각 영역에서의 전방위적 개선을 이뤄 ST 조직의 성과가 수익성 개선의 선순환으로 이어지는 플라이휠(Flywheel)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비즈워치

아울러 11번가는 OM의 흑자전환과 동시에 리테일 사업인 익일배송 서비스 슈팅배송의 효율적 운영과 성장을 통해 2025년 연간 영업이익을 기록해 흑자 전환한다는 목표다. 그동안 수익성 개선 작업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 규모도 전년 대비 수백억원가량 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안 사장은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과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출 그리고 주변 환경 변화 등 올해도 모든 것이 녹록지 않지만 11번가의 힘을 믿고 우리 고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11번가의 실적 턴어라운드 선언이 실제로 이뤄질지 여부에 대해서는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11번가가 FI에 의해 매각 수순을 밟고 있어서다. 11번가의 FI인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은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을 행사해 SK스퀘어가 보유한 11번가 지분까지 모두 묶어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11번가의 몸값은 5000억~6000억원 수준이다. 매각 주관사를 통해 국내외 여러 기업에게 인수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1번가는 매각 여부와 상관없이 본업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이다. 분명 불리한 상황이지만 본업에 충실하면 실적 턴어라운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 11번가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업계가 11번가의 실적 턴어라운드 선언에 대해 의구심을 갖는 것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이 독주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 등 다양한 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투자와 전략이 필요하다. 하지만 11번가는 주인이 바뀔수도 있는 상황인 만큼 전략 수립과 투자 등에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11번가의 계획과 선언의 방향성은 맞지만 11번가를 둘러싼 환경이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라며 "이미 매각이 기정 사실화된 상황에서 11번가가 실제로 움직일 수 있는 범위와 여력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의구심이 많이드는 것이 사실이다. 목표는 목표로 그칠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재웅 (polipsycho@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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