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이준석’은 2가 될까, 0이 될까
원칙과 상식·금태섭·양향자에도 손길…‘제3지대 빅텐트’ 주목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전 국민의힘 대표)에 이어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까지 탈당을 공식화하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거대 양당의 당대표를 지낸 인사들이 각각 자당을 떠나 새로운 세력화에 나서는 전례 없던 모양새가 연출됐다. 이낙연 전 대표의 구상은 이준석 위원장을 비롯해 뜻이 맞는 신당 세력과 최대한 연대한다는 것이다. 이 위원장 측도 가능성을 닫아놓지 않아 이른바 '낙준 연대' 결성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찌감치 신당을 꾸린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도 이낙연 전 대표 측이 꼽는 연대의 대상이다. 다양한 신당 세력이 한데 모여 '제3지대 빅텐트'를 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 파급력은 거대 기성정당에 위협적일 수 있다. 그러나 난관이 많다. 현재로선 연대의 정도부터 방식까지 각 세력의 구상에 괴리가 커 보인다. 이견차를 좁히지 못하면 동력은 약해진다. 이들의 합종연횡은 가능할까.
"민주당은 저를 포함한 오랜 당원들에게 이미 '낯선 집'이 됐다.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하는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 1월11일 탈당 기자회견에 나선 이낙연 전 대표는 탈당의 변을 전하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정면 겨냥했다. 이어 그는 "혐오와 증오의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 4월 총선이 그 출발이 되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도와주시기 바란다"며 신당 도전을 공식화했다.
"낙준 연대, 2016년 안철수 현상에 준할 수도"
이낙연 전 대표의 행보에는 그의 최측근 인사들과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최성 전 고양시장 등 다수 원외 인사가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젊은 시의원, 구의원, 사회복지사 등 청년들과 함께 섰다. 다만 탈당 선언 때까지 동참하는 원내 현역 의원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파괴력은 덜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럼에도 5선 국회의원, 전남지사, 국무총리, 당대표까지 지낸 데 이어 대통령 후보로까지 나선 이 전 대표가 당을 떠난 건 그 자체만으로도 민주당 내에는 큰 파장이 있다. 박성민 정치컨설턴트 민 대표는 "다른 의원들이 나가면 탈당이지만 이 전 대표가 나가는 건 사실상 분당"이라고 봤다. 당장 실질적 영향은 미미하지만 이재명 대표에 대한 당내 원심력은 계속 커지면서 점차 분당급 효과가 나타날 여지가 있다.
무엇보다 현역 의원의 동참 가능성이 여전히 진행형으로 남아있다. 곧 시작될 공천이 큰 변수다. 현재 당내 주류인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계 의원 지역구 '자객공천' 논란 등 공천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자칫 공천 결과가 비명계에 대한 '탄압'이나 '공천학살'로 비춰지는 빌미가 된다면 원심력이 폭발할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에 실시된 현역 의원에 대한 민주당 선출직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면 경선에서 20~30%의 득표 수 감산 페널티를 적용받는다. 아직까지 하위 20% 당사자들에게 결과가 통보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는데, 추후 경선 과정에서 뇌관이 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당 밖에 이낙연이라는 또 다른 구심점이 존재하는 건 민주당으로선 큰 부담이다. 한 민주당 전직 의원은 "하위 20%에 속하는 의원들을 비롯해 공천 과정에서 20~30명 정도가 민주당을 떠나 이 전 대표 측에 합류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기자회견에서 이낙연 전 대표는 이준석 위원장 등 다른 신당 세력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협력할 용의가 있다. 그리고 협력해야 한다"며 "지금의 나라를 망가트릴 정도로 왜곡되고 있는 이 양당 독점 정치구도를 깨는 일, 그게 만만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말 그대로 뜻만 맞는다면 최대한 많은 신당 세력과 함께 빅텐트를 치겠다는 구상이다.
일단 그 첫발은 뗐다.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보다 하루 앞서 민주당 내 비명계 의원 모임이었던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도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이 전 대표 측과는 별개의 행보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나 현재 양측은 창당준비위원회부터 함께 꾸려 같이 창당하는 방향으로 긴밀히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전 대표는 기자회견에서도 "우선 민주당에서 혁신을 위해 노력한 의원 모임 '원칙과 상식'의 동지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여기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정태근 전 한나라당 의원이 동참할 거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열린 태도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원칙과 상식 등은 이 전 대표 중심으로 신당이 돌아가는 걸 상당히 경계하고 있어 주도권 싸움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 측 사정을 잘 아는 야권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새로운 세력이 성공적으로 구성되기 위해 자신의 기득권은 포기할 수 있는 한 최대한 포기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영-호남 신당'으로 시너지 낼지 주목
이 전 대표는 이미 신당 창당을 마친 금태섭·양향자 대표에게도 계속 손을 내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월9일 양 대표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국민이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이때, 양향자 대표의 도전이 있어야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이라며 "양당의 철옹성 같은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주저앉겠다는 절박한 위기의식으로 이 자리에 모였다"고 했다. 이 자리에는 금 대표, 이준석 위원장도 참석해 신당 도전에 나선 핵심 4인이 나란히 앉은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다.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두 전직 대표의 연대, 낙준 연대의 결성 가능성이다. 두 전직 대표의 연합이라는 점에서 시너지가 예상된다. 최근 여러 여론조사에선 '이낙연 신당'과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이 각각 10%를 넘거나 10%에 가깝게 나타났다. 양측의 지지율을 단순 합산했을 때 20%를 넘기는 조사도 있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각자 지역적 기반인 영-호남 연대를 결성할 경우 파괴력이 클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놨다. 이 전 대표의 호남 기반, 이 위원장의 영남 기반 지지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진원 경희대 교수는 "전략적으로 두 사람이 각각의 지역적 기반을 활용해 연합한다면 파괴력이 있을 것"이라며 "총선에서 2016년 안철수 현상에 준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문제는 양측이 서로에 대해 여지는 열어놓으면서도 연대의 정도나 방식 등에선 이견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이준석 위원장 측에선 비례대표는 따로 후보를 내고 지역구는 연대하는 '느슨한 연대'를 거론하고 있지만, 이낙연 전 대표 측은 '화학적 결합'을 필수적으로 보고 있다. 이 전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화학적 결합 없이 양당 구조를 혁파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느슨한 연대로는 구심력이 아닌 원심력이 작동해 또 다른 분열 요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준석 위원장 측 역시 화학적 결합의 가능성을 아예 닫아둔 건 아니다. 개혁신당의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화학적 결합 가능성도 열어두지만 1 더하기 1이 과연 2가 될 거냐, 2까진 안 가더라도 1.7은 돼야 한다"며 "그게 가능할지 지켜봐야 하고, 또 그게 가능할 정도로 최대한 좋은 컨디션에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의 차이는 낙준 연대만의 문제는 아니다. 원칙과 상식, 새로운선택, 한국의희망 등 여러 신당 세력이 서로 얼마만큼 맞추며 어떤 방식으로 제3지대 빅텐트를 꾸려 나갈지가 총선의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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