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 금융의 교양 365

노자운 기자 2024. 1.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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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 얘기다.

창세기 29장에 따르면, 야곱은 외삼촌의 둘째딸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7년 간 무보수로 일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동생이 먼저 결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라헬 대신 큰딸 레아를 야곱과 동침시켰다.

결국 야곱은 7년 노동의 대가로 우선 레아와 결혼했고, 라헬과도 결혼하는 조건으로 무보수 노동을 7년 더 제공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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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교양 365. /캐피털북스

야곱의 7년 간 노동 계약은 옵션 거래일까?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아브라함의 손자 야곱 얘기다. 창세기 29장에 따르면, 야곱은 외삼촌의 둘째딸 라헬과 결혼하기 위해 7년 간 무보수로 일할 것을 약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7년이 지나자 외삼촌 라반의 태도가 돌변했다. 동생이 먼저 결혼할 수는 없다는 이유로 라헬 대신 큰딸 레아를 야곱과 동침시켰다. 야곱과의 약속을 어긴 것이다. 결국 야곱은 7년 노동의 대가로 우선 레아와 결혼했고, 라헬과도 결혼하는 조건으로 무보수 노동을 7년 더 제공하기로 했다. 애초에 야곱이 원한 배우자는 라헬이었기 때문이다. 레아와의 결혼이 7년의 무상 노동 이후에 이뤄진 것과 달리, 라헬과의 결혼은 추가 7년의 무상 노동 전 ‘외상’으로 치러졌다.

야곱이 외삼촌 라반과 맺은 첫번째 계약을 일종의 선도거래로 보는 시각이 있다. 선도거래란 값을 먼저 지불하고 상품을 나중에 넘기는 거래다. 당시 시대적 상황을 고려하면 라반은 두 딸을 자기가 소유한 상품으로 여겼을 것이다.

‘금융의 교양 365′ 저자 김정수는 이에 대해 “야곱이 라반과 체결한 첫번째 계약은 선도거래나 옵션거래로 보기 어렵고 오히려 선불거래와 유사하다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선불거래란 물건을 나중에 받고 대금을 먼저 지급하는 거래다. 물건을 현재 인도 받고 대금을 나중에 지급하는 외상거래와 구분된다. 레아와의 결혼이 선불거래였다면, 라헬과의 결혼은 외상거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또 야곱과 라반의 첫번째 계약에 대해 “계약을 파생상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의 관건은 기초자산의 존재 여부”라며 “야곱과 라반의 계약에서는 기초자산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야곱의 노동계약은 금융의 입장에서 본다는 옵션거래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한다. 구약성서의 내용을 현대의 금융거래에 빗댄 흥미로운 분석이다.

저자 김정수는 연세대 법대를 졸업하고 연세대 법학대학원에서 법학석사를 취득한 자본시장법 전문가다. 독일 빌레펠트 대학에서 1년 간 연구했고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 로스쿨에서 법학석사를 받았다. 한국거래소에서 27년 간 근무한 뒤 9년 간 법무법인 율촌에 고문 자격으로 몸담았고, 현재는 금융법전략연구소 대표로 일하며 여의도 금융인·법조인들과 함께 금융독서포럼도 운영 중이다.

‘금융의 교양 365′는 그동안 저자가 ‘자본시장법원론’, ‘월스트리트의 내부자들’ 등을 펴내며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금융에 관한 핵심 키워드 365개를 정리한 교양서다. 매일 한 개의 키워드씩 1년 간 읽으면 한 권을 마스터할 수 있다.

앞에 소개한 야곱의 무보수 노동 계약 외에도 19세기 초 나폴레옹의 사망 소문을 퍼뜨려 채권 가격을 요동치게 했던 ‘세계 최초의 주가 조작 사건’, 영국 런던증권거래소의 전신이 된 ‘조나단 커피하우스’, 주식 투자를 미인대회에 비유한 존 케인즈의 이론, 1920년대 투기로 큰 돈을 번 반복창의 얘기 등을 다뤘다.

역사 속 사건이나 에피소드 뿐 아니라 금리·채권 등 금융 시장의 핵심 원리, 유동화·헤지거래 등 투자의 핵심 개념, 가상자산의 증권성과 레고랜드 사태 등 최근 몇년 간 여의도를 뒤흔든 사건들에 대해서도 알기 쉽게 썼다. 다양한 주제를 담았지만 내용은 깊고 단단하다. 금융을 처음 배우는 사람뿐 아니라 금융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에게도 친절한 안내서가 될 것이다.

김정수 지음ㅣ캐피털북스ㅣ530쪽ㅣ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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