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된다면 日 도전을..." 청대 친구들이 ML로 떠났다, 트랜스포머 에이스도 조심스레 꿈을 꺼내본다
[OSEN=조형래 기자]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꾸지 않는 게 잘못된 것이 아닐까.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6)도 더 큰 무대에 대한 동경을 품고 있다. 함께 동고동락했던 친구들이 모두 더 큰 무대를 향해 떠나게 되자 조심스럽게 꿈에 대한 생각들이 피어나고 있다.
나균안은 과거 2016년 아시아선수권대회 청소년대표팀 멤버였다. 개명 전 이름인 나종덕으로 대형 포수 유망주의 잠재력을 과시하고 있을 때였다. 나균안 뿐만이 아니라 지금 돌아보면 당시 멤버들의 면면은 화려했다.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했던 이때 멤버들은 2017년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대부분 상위 라운드에 지명을 받았고 현재 대부분의 선수들이 팀의 주축 멤버로 거듭났다. 그리고 이 가운데 2명이 메이저리그로 떠났다.
이정후가 KBO리그를 평정한 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6년 1억1300만 달러의 대형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고우석도 LG의 통합우승을 이끈 마무리 투수로서 자리매김하고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년 450만 달러 계약을 맺고 도전에 뜻을 이뤘다.
그리고 키움 김혜성 역시 올 시즌이 끝나면 포스팅으로 메이저리그 도전을 꿈꾸고 있다. 이 외에도 강백호(KT), 박치국(두산), 박성한(SSG), 김성윤(삼성), 김형준, 하준영, 김태현(이상 NC) 등이 당시 멤버들이었다.
나균안은 프로 입단 이후 포수로서 성장통을 겪다가 투수로 포지션을 바꾼 뒤 커리어가 본격적으로 만개했다. 투수로 완전히 전향한 3년차 시즌이었던 지난해 4월, 리그 월간 MVP를 수상하며 최고의 시즌 출발을 보였다. 이후 팔꿈치 염증과 햄스트링 부상 등으로 부침의 시간을 겪었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발탁되기에는 무리가 없었고 금메달까지 목에 걸었다. 병역 특례도 따라왔다.
23경기 130⅓이닝 6승8패 평균자책점 3.80의 성적으로 개인 최다승, 개인 최다 이닝 시즌을 만들었다. 9이닝 당 볼넷이 2.90개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날카로운 제구를 뽐냈다. 포지션을 전환한 선수들이 으레 겪을 수 있는 혼란기를 최소화하고 투수로서 빠르게 정착했다. 포수가 아닌 투수로서 커리어의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
그렇기에 나균안에게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팀과 금메달은 더욱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병역특례도 있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함께 웃으면서 성장한 이정후, 고우석 등과 다시 함께할 기회이기도 했다. 2016년 청소년대표팀 이후 약 7년 만에 태극마크를 달고 의기투합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정후가 발목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나균안과 고우석은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이정후와 곧바로 영상통화를 하면서 우애를 과시하며 기쁨을 함께 만끽하기도 했다.
이런 두 선수가 이제는 한국을 떠나서 더 큰 무대인 메이저리그를 누비게 됐다. 이들이 떠나는 것을 지켜본 나균안은 “아시안게임 때 (이)정후도 함께 갔어야 했는데 부상을 당해서 많이 아쉬웠다. 그래도 금메달 따고 영상통화를 하면서 함께 좋아했다”라면서 “어릴 때부터 저희 3명이 청소년대표팀도 함께 가면서 정말 많은 얘기들을 나눈 사이다. 이번에 아시안게임에 (고)우석이와 함께 가면서 얘기도 많이 나눴다. 메이저리그 진출은 경사이고 정말 좋은 일이다. 함께한 시간이 많았기에 제가 더 기분이 좋은 것 같다”라고 친구들의 도전에 미소지었고 또 응원했다.
그러면서 나균안은 가슴 속에 품고 있었던 꿈을 조심스럽게 얘기했다. 그는 “친구들이 더 큰 무대로 떠나는 것을 보면서 기분이 좋았고 또 저도 목표가 또 뚜렷하게 생기는 것 같았다”라면서 “저는 미국도 좋지만 일본 무대에 도전을 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미국 야구도 좋지만 일본에서 한 번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라며 일본프로야구 무대에 대한 꿈을 언급했다.
공교롭게도 나균안 지난해 일본무대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자매구단인 지바 롯데 마린스와 일주일 가량 합동 훈련을 치렀고 지바 롯데 2군과 교류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때 나균안이 선발 투수였다.
나균안은 3이닝 41구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를 펼쳤다. 2군이기는 했지만 당시 라인업의 면면을 보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과거 2012년과 2016년 타격왕을 두 차례나 차지했던 가쿠나카 가쓰야, 2021년 최다안타왕과 도루왕을 차지했던 오기노 다카시, 2018~2019년, 20홈런을 친 거포 이노우에 세이야 등이 포진해 있었다.
나균안은 이때를 되돌아 보면서 “당시 일본 팀이랑 해서 더 잘던지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다. 일본 타자들도 상대해보고 싶었다. 비록 짧은 이닝이었지만 일본 타자들은 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낀 것 같다”라면서 간접 체험의 후기를 들려줬다.
포수로서 적지 않은 시간을 보냈기에 어느덧 나균안의 FA 취득연한을 벌써 5년이나 채웠다. 등록일수 150일 이상의 시즌을 2년 더 보내면 포스팅 시스템으로 해외무대에 도전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기고 3년을 더 보내면 FA 자격까지 획득할 수 있다. 그리 머지 않은 미래에 나균안은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된다.
그렇다고 아직은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그는 “FA에 대해서 의식하지는 않는 것 같다. 올해 끝나면 2년 정도 남게 되니까 그때는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웃었다.
혹독한 과도기와 방황기가 없다고 했지만 남모를 고민들과 함께했던 시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나균안은 더 철저하게 준비했고 결과를 쟁취했다. 올해 성적, 아시안게임 발탁 등도 우연이 아니라고 주위에서 인정했고 스스로도 자부한다.
그는 “지난해 부상이 아쉬웠고 제 불찰이었던 것도 맞다. 신경을 쓰고 관리를 했어야 하는데 몸 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라면서도 “사실 지난해 아시안게임 등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가고 싶다는 목표가 확실히 있었기에 정말 열심히 했다. 코치님들도 ‘네가 열심히 했으니까 노력한 만큼 따라온 결과’라고 말씀해주셨다. 운도 운이겠지만 제가 열심히 준비해서 얻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투수로서 또 한 번 성장하고 경험한 시간들이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선발과 불펜을 오갔던 시기를 뒤로하고 이제는 선발로 정착해 나가고 있다. 23경기에서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경기를 12번 기록했다. 5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도 19경기였다. 5이닝 전에 강판한 경기는 4경기 밖에 되지 않았다. 선발 투수로서 이닝을 많이 소화한는데 쾌감을 느낀다는 취향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나균안은 “올해 초반에 이닝을 많이 소화할수록 기분이 너무 좋더라. 내가 선발 투수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에 제 스스로 뿌듯함을 느꼈고 그만큼 제가 잘 준비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했다”라면서 “퀄리티스타트 경기를 할수록 제가 한 경기를 복기했을 때 정말 많은 것을 느끼고 그걸 토대로 제 스스로의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것 같다. 자신감이 항상 상승했다. 그 다음 경기에도 영향을 끼쳤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역시도 “풀타임 시즌을 소화한다는 목표를 갖고 어떻게 더 꾸준히 할 수 있을까, 선발 투수로 어떻게 내 역할을 할 수 있을까를 항상 고민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나균안도 올해 김태형 감독을 만나게 되면서 벌써 5번째 사령탑을 겪게 됐다. 모두 나균안을 선발 로테이션의 일원으로 사실상 확정하고 있다. 그러나 나균안은 절대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감독님, 코치님, 프런트분들 모두 바뀌었다. 저에게도 도전이다. 처음 선보이는 것이지 않나”라면서 “감독님께서 저희 팀에 오셔서 가까이에서는 처음 보시기 때문에 나 역시도 도전자라고 생각하고 새마음 새 뜻으로 더 어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조금 잘 했다고 생각해서 내 자리가 있다는 생각은 절대 안하겠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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