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역대 최강팀 구성할 수 있을까

박정욱 기자 2024. 1. 1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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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박정욱 기자]
지난해 11월 프랑스 원정 친선경기에 선발 출전한 올림픽 대표팀 11명의 모습. /사진=대한축구협회
한국의 4대 프로스포츠는 농구, 배구, 야구, 축구(가나다 순)다. 많은 팬을 거느리고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종목들이다. 이 네 종목 가운데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어떤 색깔이든 메달을 노려볼 수 있는 종목은 몇이나 될까. 아니, 있기는 한 걸까. 안타깝게도 밝고 희망찬 대답을 내놓기는 어렵다.

우선 야구는 파리 올림픽에서 열리지 않는다. 종목 채택이 되지 않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경험이 있고, 메이저리그 빅스타들이 출전하지 않는 올림픽에서는 메달권의 성적을 올릴 수 있다고 평가받지만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는 2028 LA 올림픽에서나 메달 사냥에 재도전할 수 있다.

남녀 농구와 배구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권조차 확보하지 못한 처지다. 남녀 농구는 지난해 올림픽 예선에서 모두 본선 진출권을 따내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했다. 남녀 배구도 올림픽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고 세계 랭킹에 따라 추가 배분되는 출전권도 얻기 어려운 현실이다. 설사 본선 무대에 오른다고 해도 메달권에 접근할 수 없는 전력이다. 코로나19 대유행 탓에 한 해 연기돼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참패를 맛봤다. 아시아 무대에서도 2류로 전락한 약세가 1년도 안돼 갑자기 개선될 리는 없다.

여자축구도 지난해 예선에서 일본 중국의 벽에 막혔다. 기대를 걸 곳은 남자 축구뿐이다. 9개 주요 구기종목으로 확대해도 여자 핸드볼만이 파리 올림픽 진출을 확정했을 뿐이다.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 2024 파리 올림픽에 도전하는 한국 축구

남자 축구도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손에 거머쥔 것은 아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23세 이하(U-23) 올림픽 대표팀은 오는 4월 15일부터 5월 3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리는 '2024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아시안컵'에 출전해 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야 한다. 이 대회는 파리 올림픽의 최종 예선을 겸하고 있다. 총 16개국이 참가해 4개국씩 네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상위 2개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해 우승을 다툰다. 여기서 상위 3개 팀이 올림픽 본선 직행 티켓을 차지하고, 4위는 아프리카축구연맹(CAF) 소속팀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마지막 본선 진출권을 놓고 경쟁한다.

한국은 1988 서울 올림픽부터 2020 도쿄 올림픽까지 대회 사상 최다인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이루었다. 이번에 그 횟수를 늘려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나선다. 쉽지 않은 도전이다. 만만치 않은 대진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11월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4 U-23 아시안컵 조 추첨에서 일본, 중국, 아랍에미리트(UAE)와 조별리그 B조에 포함됐다. '죽음의 조'다. 한국은 직전 우즈베키스탄 대회 8강에서 일본에 0-3으로 완패하며 탈락해 포트2에 배정되면서 포트1의 일본과 한 조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받아들었다. 개최국 카타르와 직전 대회인 2022 U-23 아시안컵 1~3위 팀인 사우디아라비아, 우즈베키스탄, 일본이 포트 1에 배정됐다.

U-23 아시안컵의 마지막 관문을 잘 뚫은 뒤에 파리 올림픽에서 본격적인 메달 경쟁에 나설 수 있다. 한국 축구가 올림픽 무대에서 수확한 메달은 홍명보 감독(현 울산 HD 감독)이 이끌던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따낸 동메달이 유일하다.

2024 AFC U-23 아시안컵 조 편성. /사진=대한축구협회
'황선홍호'는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한 2024 U-23 아시안컵을 앞두고 오는 14일부터 2월 3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해 유럽 클럽팀들과 다섯 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는 등 새해 첫 담금질에 나선다. K리그에서 뛰는 국내 선수들을 주축으로 27명의 전지훈련 선수 명단을 구성했다. 해외파는 황인택(에스토릴 프라이아, 포르투갈) 뿐이다. 26명이 K리그 선수다. 지난해 11월 A매치 기간에 파리 올림픽 개최지인 프랑스에서 가진 현지 훈련 때 참가한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 다시 합류했다. 당시 한국은 프랑스 올림픽 대표팀을 3-0으로 완파하는 성과를 올렸다. 3연속 금메달의 위업을 달성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4명의 선수(김정훈, 고영준, 안재준, 황재원)도 포함됐다. 올림픽 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는 모두 4명이다. 지난해 4위를 차지한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브론즈볼을 수상했던 이승원과 공격수 이영준 박호민, 수비수 황인택이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튀르키예 전지훈련 선수 명단(27명)은 다음과 같다.

▲골키퍼(GK) = 김정훈(전북 현대) 백종범(FC서울) 신송훈(충남 아산)
▲수비수(DF) = 김륜성(포항 스틸러스) 김주환(울산 HD) 이재원(천안시티FC) 변준수(대전 하나시티즌) 서명관(부천FC) 이준재(경남FC) 이태석(FC서울) 조위제(부산아이파크) 황인택(에스토릴 프라이아)
▲미드필더(MF) = 강성진(FC서울) 고영준 홍윤상(이상 포항 스틸러스) 박창환(서울 이랜드) 박현빈 홍시후(이상 인천 유나이티드) 안재준(부천FC) 엄지성(광주FC) 오재혁(전북 현대) 이강희(경남FC) 이승원(강원FC) 황재원(대구FC)
▲공격수(FW) = 박호민(부천FC) 이영준(김천 상무) 허율(광주FC)

황선홍 올림픽 대표팀 감독. /사진=뉴시스
이강인. /사진=대한축구협회
# 해외파 선수들이 모두 합류한다면...

한국 올림픽 대표팀의 선수 자원은 튀르키예 전지 훈련에 참가하는 27명에 그치지 않는다. 훨씬 더 많은 이 연령대 '해외파' 인재들의 추가 합류가 가능하다.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결코 뒤지지 않는 역대 최강의 멤버를 꾸릴 수 있는 자원들이 즐비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황금재능' 이강인(23, 파리 생제르맹·PSG, 프랑스)을 비롯해 공격수 오현규(23) 양현준(22, 이상 셀틱, 스코틀랜드)과 수비수 김지수(20, 브렌트포드, 잉글랜드)는 올림픽 대표팀에서도 큰 활약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전지훈련에 함께 했던 수비수 권혁규(23, 셀틱)와 공격수 정상빈(22, 미네소타 유나이티드FC, 미국)뿐 아니라 지난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에 힘을 보탠 수비수 박규현(23, 디나모 드레스덴, 독일)과 이한범(22, 미트윌란, 덴마크), 2023 U-20 월드컵 4위의 주역인 공격수 배준호(21, 스토크시티, 잉글랜드)와 이지한(21, 프라이부르크, 독일)도 합류 가능한 선수들이다. 미드필더 이현주(21, 베헨 비스바덴, 독일)도 차출 가능한 해외파 유망주다.

김민재. /사진=대한축구협회
이강인(왼쪽)과 손흥민. /사진=뉴시스
여기에 올림픽 본선 무대에서는 나이 제한을 받지 않는 3명의 와일드카드 선수를 포함시킬 수 있다. '캡틴' 손흥민(32, 토트넘, 잉글랜드)과 황인범(28, 츠르베나 즈베즈다, 세르비아) 황희찬(28, 울버햄튼, 잉글랜드) 김민재(28, 바이에른 뮌헨, 독일) 등 성인 국가대표팀의 선배들 가운데 3명을 선발해 공격과 수비의 주요 포지션에서 전력을 보강한다면 입상권뿐 아니라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는 역대 최강의 올림픽 대표팀을 꾸릴 수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역대급' 선수들을 모두 올림픽 대표팀에 불러 모을 수 있느냐다. 23세 이하 연령별 대회인 올림픽 축구는 선수 차출을 강제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한축구협회의 행정력과 해당 선수들의 출전 의지가 꼭 필요하다. 물론 소속 구단의 배려와 허락이 있어야만 한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일본을 2-1로 꺾고 우승한 뒤 기뻐하는 한국 선수들. /사진=뉴시스
한국 축구는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과 2014 인천 대회부터 2018 자카르타-팔렘방을 거쳐 2022 항저우 대회까지 아시안게임 3연패를 통해 많은 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의 선물을 안겼다. 이에 따라 역설적으로 선수를 올림픽 대표팀에 끌어들일 동기 부여 요인이 약해졌다. '애국심'에 호소해 올림픽 출전을 요청하기에는 여러 제약이 따른다. 유럽의 소속 클럽은 부상 위험을 안고 있는 연령별 국제 대회에 선수를 내보내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선수도 올림픽 대표팀 소집에 응할 적극성이 떨어진다. 2020 도쿄 올림픽 때 손흥민의 와일드카드 합류를 타진했다가 끝내 무산된 사례가 불과 3년도 안 된 일이다.

23세 이하에 해당하지만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병역 혜택을 안은 해외파 선수인 이강인 박규현 이한범과 이미 2020~2021년 상무에서 병역 의무를 마친 오현규의 차출도 장담할 수 없는 이유다. 특히 프랑스 리그1 명문클럽 PSG의 주전 선수로 뛰는 이강인의 합류는 결코 쉽지 않은 협상 과정을 거쳐야한다. 자칫 특정 선수의 합류를 기다리다가 올림픽 대회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과연 한국 축구는 이강인과 손흥민 김민재가 모두 뛰는 올림픽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을까.

박정욱 기자 st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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