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키’ 음악 맞춰 등장한 헤일리에 환호...캠프 측 “상승세 느껴진다”

아이오와/이민석 특파원 2024. 1. 1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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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 USA] 美 대선 첫 선거지 아이오와주 르포
“표심 막판까지 들썩...일주일 안에도 바뀌어”

“이렇게 많은 언론사들을 한꺼번에 본 건 처음입니다. 상승세인 게 느껴지네요.”

11일 오전 10시 미국 아이오와주(州) 소도시 앵커니에 마련된 공화당 대선 후보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 대사의 선거 유세 행사장에 취재진이 몰리자 캠프 관계자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행사 2시간 전부터 미국은 물론 유럽 및 아시아 등 각국에서 온 기자 50여 명이 몰려 입구가 꽉찼다. 11월 미국 대선의 첫 경선인 오는 15일 아이오와 공화당 코커스(당원 대회)를 앞두고 헤일리의 지지율이 계속 오르자 캠프 내부에선 기세를 몰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독주’를 저지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전날 ‘반(反)트럼프 전선’의 선봉에서 경선 레이스에 참여했던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가 사퇴하자 아이오와 현지에선 보수 중도층의 표심이 헤일리로 쏠릴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다른 후보가) 트럼프의 대안을 찾는 공화당 유권자들을 선점할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얻었다”고 했다.

11일 오후 미 아이오와주(州) 소도시 앵커니에 마련된 선거 유세 행사장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가 발언하고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200여명이 넘는 주민들이 모였다. /이민석 특파원

이날 정오 헤일리가 영화 ‘록키 3′ 주제가 ‘호랑이의 눈(Eye of the Tiger)’에 맞춰 행사장에 등장하자 200여 명의 지지자들이 환호했다. 흰색 블라우스에 짙은 파란색 재킷을 입은 헤일리는 표정이 환했다. 헤일리는 지지자들을 향해 “(전국에서 첫 투표를 하는) 당신들이 나라의 앞길을 좌우한다”며 “소중한 한 표를 (제대로) 행사해 달라”고 했다. 그는 “아이오와에서 우리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면 (2차 경선지인) 뉴햄프셔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헤일리는 두 번째 공화당 경선지인 뉴햄프셔주에 선거 유세 역량을 상당 부분 집중해왔다. 최근 뉴햄프셔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를 오차 범위 내까지 따라잡기도 했다. 헤일리는 조 바이든 행정부에 대해선 “(그가 집권하고 나서) 물가가 오르고, 기름값이 오르고 보험료가 오르는 걸 다 느꼈지 않으냐”며 “내가 (바이든이나 트럼프의) ‘대안’이다. 당선되면 나라를 원래대로 돌려놓겠다”고 했다.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면서 고립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트럼프와 달리 헤일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있다.

11일 오전10시 미 아이오와주(州) 소도시 앵커니에 마련된 공화당 대선 후보 니키 헤일리(51) 전 유엔대사의 선거 유세 행사장에 만난 60대 빈스씨가 발언하고 있다. 그는 "아직 누구에게 표를 던질 지 고민하고 있다"며 "헤일리의 발언을 계속 들어볼 것"이라고 했다. /이민석 특파원

아이오와 주민들은 여전히 고민하고 있었다. 이날 행사에 앞서 사회자가 ‘헤일리를 처음 보는 분들은 손들어 달라’고 하자 대부분이 손을 들었다. 헤일리의 급상승세에 그의 비전과 정책 방향을 들어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한 살짜리 쌍둥이 자매를 데리고 남편과 함께 온 제인 필립스(34)씨는 “선거 전날까지 누가 승리할 수 있을지 고민할 예정”이라고 했다. 60대 빈스씨는 “헤일리와 론 디샌티스(플로리다 주지사) 두 명 중에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후보들의 이야기를 계속 들어볼 예정”이라며 “나는 내 표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오와의 한 표는 단순한 한 표가 아니다”라고 했다.

미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선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가 지난 9일 미 아이오와주 소도시 시더래피즈에서 유세하고 있는 모습. /AFP 연합뉴스

아이오와주는 초반에 승리할 경우 상승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대선 풍향계’로 불린다. 미 서퍽대가 아이오와주 코커스에 참여할 의사가 있는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 6~10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헤일리를 선택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20.4%로 디샌티스(12.8%)보다 7.6%포인트 앞섰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54%로 여전히 독보적 선두였다. 이날 두 차례 유세를 진행한 헤일리는 12일에도 3개 아이오와 소도시를 훑으면서 ‘막판 스퍼트’에 나섰다.

이날 트럼프는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민사재판에 출석했다. 트럼프는 최후변론에서 자신을 기소한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을 겨냥해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회사가 은행 대출을 쉽게 받게 하기 위해 뉴욕 저택과 빌딩 등 담보 자산의 가치를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로선 헤일리가 막판에 지지율이 급상승해 ‘1위 구도’에 균열을 내는 결과가 가장 피하고 싶은 각본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공개한 TV 광고에서 사회보장제도 혜택의 축소를 주장하는 헤일리를 공격했다. 이 광고는 “미국인들은 안전한 은퇴를 약속받았지만 니키 헤일리의 계획은 이를 끝내버릴 것”이라며 “헤일리의 계획은 미국인들의 사회보장 혜택을 삭감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결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고 했다. 헤일리는 그간 기대수명이 갈수록 높아지는 만큼 은퇴 시기(65세)를 더 늦추고 사회보장 혜택도 일부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의 이날 ‘TV 광고 공격’에 헤일리 캠프는 즉각 성명을 내고 “트럼프의 공격은 그가 헤일리의 부상을 두려워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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