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이거 다 남의 일인 거 아시죠? [The 5]
‘우리가 시간이 없지 관심이 없냐!’ 현생에 치여 바쁜, 뉴스 볼 시간도 없는 당신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뉴스가 알려주지 않은 뉴스, 보면 볼수록 궁금한 뉴스를 5개 질문에 담았습니다. The 5가 묻고 기자가 답합니다.
지난 2일 윤석열 대통령이 ‘2024년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해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년 시행될 예정인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같은 금융상품 투자 수익에 매기는 세금입니다. 국내주식 수익이 연 5000만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원 이상일 경우 그 수익의 22%(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합니다. 금투세를 없애려면 국회에서 소득세법을 통과시켜야 해 당장은 실현되기 어렵지만, 4월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되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는데요. 금투세가 사라지면 누가 혜택을 볼까요? 경제산업부 정책금융팀 박종오 기자에게 물어봤습니다.
[The 1] 금투세가 폐지되면 개인투자자들이 세금을 안 내도 되는 건가요?
박종오 기자: 금투세는 국내 주식 매매로 5000만원이 넘는 양도차익(이익·손실 합산)을 거두면 그 초과분에 대해 세금을 물리는 거거든요. 특히 연 5000만원까지 양도차익에 기본공제를 해줍니다. 따라서 매년 주식 매매로 5000만원 이하로만 양도차익을 실현하면 세금을 한 푼도 안 냅니다. 5억원으로 주식 투자를 해서, 물론 5억원도 엄청난 액수인데요, 1년에 10% 수익을 내면 5000만원을 벌 수 있어요. 1년에 10%는 어떨까요? 그 정도면 세계적인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수익률의 절반을 올리는 겁니다. 대부분의 일반 투자자에겐 너무나 먼 얘기입니다. 실제 법을 만들던 2020년 기준 과세 대상자는 15만 명에 불과해요. 전체 주식투자자(1400만 명)의 약 1%입니다.
[The 2] 99%의 투자자와는 상관없는 얘기네요. 근데 대부분 투자자는 왜 금투세 폐지를 반길까요?
박종오 기자: 세금 없애준다는 데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내가 당장 상위 1%는 아니어도, 언젠가 많이 벌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거니까 좋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다른 이유도 있어요. 개인투자자들은 내년에 금투세가 시행되면 (세금을 안 내려고) 큰손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빠져나가면서 증시가 불안해질 거라고 예상해왔어요. 틀린 말은 아니에요. 대만이 1989년 주식 양도차익에 최대 50% 세금을 부과했는데, 주가가 한 달 만에 30% 넘게 떨어졌거든요. 결국 1년 뒤 폐지됐고요.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일본도 주식양도소득세(부과율 20%)를 매기기 시작했는데 대만과 달리 제도가 연착륙했다는 평가를 받아요.
[The 3] 윤 대통령은 금투세 폐지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합니다. 그런가요?
박종오 기자: 미국·일본·독일과 같은 국가들은 주식에서 수익을 내면 주식양도세를 매겨요. 대신 수익을 냈냐, 손실을 봤냐와는 상관 없이 주식을 팔 때 무조건 내는 증권거래세는 없습니다.
한국은 반대입니다. 그래서 2020년 과세제도를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기 위해 정부와 학계, 증권업계의 공감대를 토대로 정치권이 숙의를 거쳐 금투세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습니다. 그게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과세 기본 원칙에 맞기도 하고요. 근데 그걸 윤 대통령이 한 번에 뒤집으려 하고 있는 거예요.
[The 4] 기획재정부는 부자 감세가 아니라 ‘투자자 감세’라고 하잖아요. 세금 부담이 없어 슈퍼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을 많이 사면 나머지 투자자들에게도 좋은 일 아닌가요?
박종오 기자: 투자자 감세라는 말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윤 대통령 발표 뒤) 나중에 갖다 붙인 말이예요. 사실 최 부총리도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1차관으로 일하던 2016년엔 주식양도세를 포함한 자본소득 과세 강화를 주장했던 사람입니다. 지금은 협의도 없이 윤 대통령이 던져놓은 말을 수습하고 있는 거고요.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발표한 지난 2일, 기재부 출입기자단은 차관으로부터 2024년 경제정책방향에 대한 사전 브리핑을 듣고 있었어요. 나눠 준 자료에 그런 내용은 없었어요. 기자들도 전혀 몰랐고요. 기재부가 국민들에게 설명할 내용엔 없던 부분이라고 봐야겠죠. 결국 대통령이 기재부를 패싱하고 터뜨린 거예요. 하지만 세금 문제는 국민들이 최소한 예측하고 대비하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The 5] 윤 대통령은 왜 갑자기 이런 발표를 했을까요?
박종오 기자: 금투세 폐지의 시작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내놓은 주식양도세 폐지라고 봐야 해요. 당시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윤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차례로 나왔거든요. 주식 투자 경험이 많다고 하는 이 후보가 주식 전문가로 대접받으면서 인기가 좋았어요. 그래서 윤 후보에겐 1400만 투자자들의 표심을 얻을 반전 카드가 필요했어요. 근데 삼프로TV 출연 직후에 윤 후보 SNS에 한줄이 딱 올라온 거예요. 주식양도세 폐지. 이번에도 석 달 정도 남은 총선을 의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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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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