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멈칫한 SK하이닉스…지금 들어가도 될까
"메모리 가격 오르고 재고도 줄어…방향 아니라 속도의 문제"
25일, SK하이닉스 4분기 잠정 실적 발표
올해 들어 SK하이닉스 주가는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3개 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 흐름을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증권가에선 반도체 업황에 힘입어 1분기부터 흑자 전환할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5분 기준 SK하이닉스는 전일 대비 1400원(1.03%) 내린 13만4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까지 8거래일간 SK하이닉스 주가는 4거래일 오르고, 4거래일 하락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SK하이닉스를 3062억원 순매수했다.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1901억원, 1248억원을 순매도했다. 전날 장중엔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2위 자리를 LG에너지솔루션에 잠시 내주기도 했다. 현재 SK하이닉스(97조9891억원)와 LG에너지솔루션(95조9400억원) 시총 격차는 2조원 수준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잠시 숨을 고르고 있지만 증권가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실적 개선에 힘입어 주가가 오를 것이란 분석에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SK하이닉스에 제시한 평균 목표주가는 16만565원이었다. 전날 종가인 13만6000원보다 18%가량 높다. 최근 NH투자증권(1만5800원→17만원), 상상인증권(16만원→17만7000원), 메리츠(16만7000원→18만5000원) 등 증권사는 목표가를 높여 잡았다.
낙관적인 전망의 배경엔 '반도체 업황 반등'이 있다. 증권가는 오랜 기간 반도체 업황을 괴롭혀 온 스마트폰과 PC의 과잉재고가 점차 해소되면서 반도체 업황이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작년 4분기 D램 사업 부분은 흑자 전환될 것으로 전망됐다. 여기에 메모리 가격 상승률이 시장 기대치보다 훨씬 가파르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에 대해 "지난해 3분기부터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고대역폭메모리3(HBM3), 고성능 모바일 D램 등 주력 제품들의 판매가 늘기 시작했다"며 "4분기 D램 혼합 평균판매단가(ASP)는 직전 분기 대비 12% 올랐으며 대규모 감산 이후 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확실히 '공급자 우위'로 돌아서며 업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SK하이닉스의 실적이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추정치는 2394억원이다. 1분기 3조4023억원, 2분기 2조8821억원, 3분기 1조7920억원으로 작년 내내 이어진 분기별 대규모 적자폭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른 지난해 매출과 영업손실 추정치는 각각 31조7951억원, 8조3545억원이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5일 지난해 4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한다.
일각에선 신중론을 펴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미·중 갈등 등 악재가 여전하고 전 세계적인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어 반도체 업황 반등을 예단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신중론자들도 최근 AI 시장이 확대되고 반도체 재고도 소진되면서 업계가 분명한 회복세 접어들었다는 점은 부정하지 않고 있다.
이런 흐름은 최근 발표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2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5.03% 줄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이번 발표에서 부문별 실적은 밝히지 않았지만, 증권가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지난해 4분기 적자가 1조~2조원대로 축소됐을 것으로 예상한다. 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은 반도체를 담당한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반도체 시장 약화의 서막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며 "반도체 가격은 점차 오르고 있고 올해 반도체 업황의 회복세는 분명해 보인다. 속도의 문제이지 결코 방향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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