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尹 ‘바이든·날리면’ 논란, MBC 정정보도하라”

주형식 기자 2024. 1. 12.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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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 “객관적 확인 절차 없이 허위보도, 무책임한 일”
MBC “대단히 유감...곧바로 항소하겠다”
/MBC 뉴스데스크 유튜브 채널 캡쳐

2022년 9월 윤석열 대통령 미국 순방 과정에서 불거진 MBC의 ‘자막 논란’에 대해 법원이 정정 보도를 하라고 12일 선고했다. 윤 대통령은 미 의회나 바이든 대통령을 거론한 적이 없다고 했고, 법원이 선임한 음성 분석 전문가 역시 당시 발언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MBC 측은 “허위 보도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양측은 ‘바이든’이냐 ‘날리냐’를 두고 법적 공방을 해왔고, 1년여 만에 판결이 나왔다.

◇법원 “MBC 보도 근거 자료 신뢰할수 없어…다른 해석 가능성 원천적으로 차단”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재판장 성지호)는 외교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정정 보도 청구 소송에서 이 같이 선고하며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최초로 방송되는 뉴스데스크 프로그램 첫머리에 진행자로 하여금 별지 기재 정정보도문을 통상적인 진행 속도로 1회 낭독하고, 낭독하는 동안 위의 정정보도문의 제목과 본문을 통상 프로그램 자막과 같은 글자체, 크기로 계속 표기하라”고 12일 밝혔다.

법원이 주문한 정정보도문은 다음과 같다. “1. 제목 : 윤석열 대통령의 글로벌펀드 7차 재정공약회의에서 한 발언 관련 정정보도 2. 본문 : 2022년 9월 22일 뉴스데스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글로벌펀드 제 7차 재정공약회의 장소에서 미국 의회와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 하였다는 취지로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윤석열 대통령은 ‘미국’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없고 ‘바이든은’이라고 발언한 사실도 없음이 밝혀졌으므로 이를 바로잡습니다. 이 보도는 서울서부지방법원의 판결에 따른 것입니다.”

재판부는 “피고(MBC)가 의무(정정 보도)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기간 만료일 다음날부터 그 이행 완료일까지 1일 100만원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고, 소송 비용은 피고(MBC)가 부담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MBC)가 언급하는 이 사건 보도의 근거 자료는 신뢰할 수 없거나 그 증거가치가 사실인정의 근거로 삼기에 현저히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피고(MBC)는 ‘윤석열 대통령이 바이든을 언급하였다’라는 사실적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라는 단어의 일반적인 사용례에 반하여 ‘미국’을 자막에 추가하였다고 보인다”며 “이는 ‘바이든은’이라는 자막과 함께 작용하여 시청자로 하여금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욕설과 비속어를 사용했다’라고 인식하도록 유도하여 다른 해석의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했다.

◇쟁점이 됐던 윤석열 대통령 당시 발언

이번 논란은 2022년 9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재한 뉴욕의 회의 장소를 나서던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비롯됐다. MBC는 윤 대통령 발언을 보도하며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았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고 말한 것이고, 미 의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 MBC는 각 방송사를 대표해 이 영상을 촬영하고 송출했다. 대통령의 해당 발언을 처음 알린 것도 MBC였다. 첫 보도가 나오기 2시간 전부터 소셜미디어엔 대통령 발언 편집 동영상과 내용을 담은 글이 돌았다.

곧이어 더불어민주당도 논란에 가세했다. 야당은 “총체적 외교 참사”라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김은혜 대통령실 당시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은 저개발 국가 질병 퇴출을 위해 1억 달러 공여를 약속했고 예산 심의권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 야당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던 것”이라며 윤 대통령 발언이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나 미국 의회를 향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이재명 당대표는 2022년 9월 30일 전남 무안군의 전남도청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윤 대통령을 향해 “지금 들어도 바이든 맞지 않으냐. 욕 했지 않느냐. 적절하지 않은 말 했잖느냐”고 했다.

이 논란을 계기로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출근길 약식 회견)은 2022년 11월 21일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최근 발생한 불미스러운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 재발 방지 방안 마련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2022년 11월 18일 윤 대통령이 MBC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허와 관련해 “악의적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라고 답하자, 슬리퍼 차림으로 팔짱을 낀 MBC 기자는 대통령을 향해 “뭐가 악의적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후 기자와 대통령실 비서관 사이에 설전도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18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재진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이날 문답 후 집무실로 향하는 윤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mbc 기자가 대통령실 비서관과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이 MBC 기자가 취재 당시 슬리퍼(빨간 원) 차림이었다는 것으로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사진=대통령실

◇언론중재위서도 MBC 정정보도 거부해 결국 소송으로

MBC는 ‘윤 대통령 발언을 왜곡·편집 없이 보도했고, 대통령실 반론도 충실히 전했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에 외교부는 2022년 10월 “관련 사실 관계를 바로 잡고 외교부에 대한 동맹국 및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필요성이 크다”며 언론중재위원회에 MBC의 해당 보도에 대한 ‘정정 보도 청구’ 조정을 신청했다. 외교부 측은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우리나라에 대해 동맹국 내 부정적 여론이 퍼지고 우리 외교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리는 등 부정적 영향이 발생했다”고 했다. 반면 MBC는 “허위 보도가 아닌 것으로 보기 때문에 정정보도는 어렵다”며 “대통령실의 반론도 후속 보도를 통해 충분히 전했다”고 주장했고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언론중재위는 ‘조정 불성립’을 결정하면서 조정 절차가 종료됐다.

결국 외교부는 2022년 12월 19일 이 보도에 대해 MBC를 상대로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냈다. 외교부 당국자는 “MBC의 사실과 다른 보도로 인해 우리 외교에 대한 국내외 신뢰에 부정적 영향이 있었다”며 “이에 관련 사실 관계를 바로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정정보도 청구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고 했다. 외교부는 소송 원고가 된 배경에 대해 “외교부는 우리 외교의 핵심 축인 한미 관계를 총괄하는 부처로서 MBC 보도에 가장 큰 피해자인바 소송 당사자 적격성을 가진다”고 했다.

◇재판부도, 전문가도 “MBC 보도대로 ‘바이든’인지 판독 불가”

“허위 보도가 아니다”는 MBC 측 주장과 달리, 재판부 역시 수차례 문제의 발언을 들어도 윤 대통령의 발언을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번 소송을 심리한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 12부는 작년 7월엔 MBC 측에 “음성을 명확히 파악할 수 없다”며 영상 원본을 제출하라고 명령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윤 대통령의 발언을 단정적으로 보도한 MBC 보도에 대해 “보통 사람이 듣기에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발언 중 비속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취지 자체는 이해가 되나 ‘미국’이라는 말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며 “이를 확정적으로 보도한 MBC 측도 너무 나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당시 MBC 측은 “보도 이전 대통령실 관계자가 ‘외교관계를 고려해 보도를 자제해달라’고 말한 점 등을 종합해 발언의 내용을 판단했다”고 밝혔다.

법원이 선임한 외부 전문가 역시 지난해 12월22일 ‘감정 불가’ 판단을 내렸다. 전문가는 수차례 윤 대통령 발언을 들었지만, 정확히 판단할 수 없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보도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서 당시 윤 대통령의 음성을 감정하는 방안을 원고와 피고 측에 제안했고 양측이 수용함에 따라 음성 감정이 이뤄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감정인은 “각 영상에는 배경음악 주변 인물들의 웅성거리는 말소리 그 밖에 잡음 등이 섞여 있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화소리만 변별해서 성문분석을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밝혔다. 또 “발화소리 자체도 미약하거나 불량ㆍ부실하여 합리적인 의심 없이 예측되는 신호로 최종 감정 의견을 제시할 수준이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감정인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해**(일부 판독불가) (중간 부분 판독불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감정결과를 제시했다. 양측 쟁점이 됐던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여부는 판독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날 법원 판결 후 외교부는 “이번 판결은 사실과 다른 MBC 보도를 바로 잡고 우리 외교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공영이라 주장하는 방송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인절차도 없이 자막을 조작해 국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허위보도를 낸 것은 대단히 무책임한 일”이고 밝혔다.

MBC 측은 12일 입장문에서 “정정보도 청구를 인용한 판결을 내린 것은 대단히 유감”이라며 “잘못된 1심 판결을 바로 잡기 위해 곧바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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