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 무함마드 핫산 이븐 후세인 이븐 할릴 알 꾸드시’…한 사람 이름이라고?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6]
필자가 처음 두바이에서 거주할 때 가장 먼저 부딪쳤던 문제가 ‘아랍인들 이름이 너무 길다’는 것이었습니다. 대충 무함마드 어쩌고 이렇게 시작하는 이름이 너무 긴데 이걸 어떻게 불러야 하는지, 뭐가 성이고 뭐가 이름인지 그리고 어떻게 불러야 공손하게 하는건지 헷갈릴 때가 많아서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렇듯 아랍에서는 종종 가족이름을 쓸 때 아버지와 할아버지 이름을 같이 쓴다든지, 혹은 가족 관계를 상징하는 단어나 출신 지역명을 사용하는 경우도 많아 다소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복잡하게 들릴 수 있지만 따져보면 의외로 재미있는 점도 있고 이름만 듣고서 그 사람의 배경이나 출신을 짐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1. 이슴과 쿤야가 뭐길래
우선 아랍인의 이름을 이해하려면 ‘이슴(Ism)’을 알아야 합니다. 이슴은 민수, 영식이, 서준이처럼 개인의 이름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아랍 남성에게 흔히 사용되는 이슴으로는 ‘무함마드’, ‘아흐마드’, ‘카심’,‘아민’, ‘아니스’, ‘후세인’, ‘하릴’, ‘사미’, ‘무스타파’, ‘자키’, ‘하산’ 등 약 70~80종류가 흔하게 사용됩니다. 여성의 이슴으로는 ‘아말’, ‘아이샤’, ‘파티마’, ‘자밀라’, ‘카리마’, ‘마리암’, ‘루자인’, ‘라이라’ 등이 있습니다.
보다 공식적인 상황에서는 ‘쿤야’ 형식이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이븐(Ibn)’은 ‘~의 아들’이란 뜻으로 ‘이븐 무하마드’는 ‘무하마드의 아들’을 의미합니다. 전통이 깊은 가문에서는 선조의 이름을 수 세대에 걸쳐 나열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공식 문서에서 남성의 이름은 보통 3대까지 기록합니다.
또한 아이가 태어날 때 ‘A의 아버지’ 혹은 ‘A의 어머니’라는 의미로 붙일 때도 쿤야가 사용됩니다. ‘아부 이스팍’, ‘아부 자이드’란 이름에서 이때의 ‘아부(Abu)’는 아랍어로 ‘아버지’란 뜻입니다. 그러니 ‘아부 자이드‘는 ‘자이드의 아버지’란 뜻이겠네요.
여기에 각종 별칭이 붙습니다. 지명의 경우 ‘니스바(nisba)’라고 하는데, 만약 아랍인 아흐마드씨가 예루살렘 출신이라면 예루살렘의 아랍어 호칭(꾸드스)을 붙여 ‘아흐마드 알 꾸드시’라 부릅니다. 중세 이슬람의 유명한 지리학자인 ‘알 마끄리지’는 ‘마끄리즈 지역의 사람’, 정치학자이자 철학자인 ‘알 바그다디’는 ‘바그다드 지역의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때로는 조상의 직업이 붙을때도 있습니다. 캅바즈(khabbaz), 하자르(hajjar), 하다드(haddad), 나자르(najjar), 사라프(sarraf) 등 앞에서부터 빵장수, 석공, 대장장이, 목수, 환전상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무협지나 판타지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칭호’가 붙을때도 있습니다. 이를 라카브(laqab)라고 부릅니다. 흔히들 ‘살라딘’으로 알고 있는 살라흐 앗 딘(salah ad din; 신앙의 정의) 부터 시작해서 바드르 알람(badr ‘alam; 세상을 비추는 보름달), 야민 앗 다울라(yamin ad dawla; 국가의 오른손), 사이프 알라(sayf allah; 알라의 검) 등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이제 이걸 다 붙이면 됩니다. 만약 꾸드스(예루살렘) 출신 아랍인 핫산이 국가적으로 큰 공헌을 세워 샴스 앗 다울라라는 별칭을 받았고, 또한 무함마드라는 아들을 낳았습니다. 그의 아버지 이름은 후세인이고 할아버지 이름은 할릴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전통적인 아랍식 이름은 이렇게 됩니다.
‘샴스 앗 다울라 아부 무함마드 핫산 이븐 후세인 이븐 할릴 알 꾸드시’
이것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별칭이 제일 먼저 오고, 그 다음에 쿤야가 오며, 그 다음에 이슴, 그 다음에 아버지 이름, 그 다음에 할아버지 이름, 마지막에 니스바입니다. 요즘에는 별칭이나 쿤야등은 다 빼버리고 대개 ‘핫산 알 후세인 알 할릴’ 이런식으로 쓰는게 추세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핫산 후세인 할릴‘ 이런식으로요.
미국의 유명 패션모델인 ‘지지 하디드(Gigi Hadid)’도 보시죠. 그녀의 본명은 ‘젤레나 누라 “지지” 하디드(Jelena Noura “Gigi” Hadid)’입니다. 그녀의 이름 중 젤레나(Jelena)는 슬라브 어원으로 ‘밝은 빛’을 뜻하고, 누라(Noura) 역시 아랍어로 ‘밝은 빛’, ‘광채’ 어원을 가진 동의어입니다. 팔레스타인 출신 부동산 거부인 아버지와 네덜란드 출신의 전직 모델(욜란다 하디드)인 어머니를 둔 다국적 정체성이 보이는 듯 합니다. 애칭인 ‘지지(Gigi)’까지 같이 고려하면 그녀의 이름은 “하디드 가문에 속하고 애칭 ‘지지’로 불리는 밝은 빛 예레나”가 되겠네요.
하나만 더 해볼까요? 만수르보다 재산이 10배 더 많은 세계 최고 갑부이자 화제의 인물인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입니다. 우리가 ‘빈살만’이라 부르는 그의 정식 이름은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Mohammed bin Salman Al Saud)’입니다. 이는 정리하자면 “살만의 아들이자 사우드 가문 소속인 무함마드”가 됩니다. 때문에 우리가 ‘빈살만’이라고 지금껏 그를 불렀다면 그건 엄밀히 말해 틀린 호칭이 되겠습니다. 사실 언론에서는 전임 왕세자 이름이 무함마드 빈 나예프였기 때문에 둘을 구분하기 위한 궁여지책이긴 했지만요. 그래도 알고 그렇게 부르는것과 모르고 부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잘 이해하면 좋을듯 합니다.
※ 참고자료
- Wikipedia, Mohamed Salah & Gigi Hadid
- 역사교육자협의회,『세계사밖의 세계사:아랍편』,채정자 옮김,비안(2004)
- 앨버트 후라니,『아랍인의 역사』,김정명·홍미정 번역,심산(2010)
- 노석조,“[깨알지식] 아랍인들의 긴 이름에 담긴 뜻은”,조선일보,2015.05.21
- 공일주,“아랍어 꾸란의 이싸 이븐 마르얌에 대한 어휘 및 신학적 연구”,종교와 문화 21권(2011)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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