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워크아웃 개시…한숨 돌렸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실사 시작…"추가 우발채무 발견 시 중단"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태영건설의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이 개시됐다.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한숨 돌렸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정부는 물론 채권단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연착륙을 위해 엄중한 옥석가리기를 예고한 상태다. 태영 측이 내놨던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거나 추가 우발채무가 발견될 경우 워크아웃을 종료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만큼 앞으로도 살얼음판을 걷게 될 전망이다.
태영건설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인 지난 11일 태영건설의 채권자 협의회를 열어 워크아웃 개시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채권단의 동의율 96.15%를 얻어 워크아웃이 개시됐다고 12일 밝혔다.
한숨 돌린 태영건설…채무 최대 4개월 유예
태영건설에 대한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4월 11일 혹은 5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의 모든 금융채권에 대한 상환이 유예된다. 금융권에 진 빚을 당분간은 갚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당장 빚을 갚지 못해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입장에서는 한 숨 돌린 셈이다.
이와 관련 현재 태영건설의 보증채무 규모는 9조5044억원 규모다. 이 중 태영건설이 당장 갚기 힘들다고 주장하고 있는 채무 규모는 2조5259억원 수준이다. 이번 워크아웃이 실행되면서 태영건설은 이에 대한 빚을 유예받은 셈이다.
이제 태영건설은 구체적인 기업 개선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아울러 채권단은 이때까지 외부전문기관과 함께 태영건설에 대한 부채실사와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 등을 평가한다.
채권단이 태영건설의 자구계획에 대한 평가와 실사를 마치면 오는 4월 11일로 예정된 제2차 채권자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을 더 본격적으로 추진할 지를 다시 따져본다. 다음 채권자 협의회에서 워크아웃이 최종 의결되면 태영건설은 채권단 주도아래 본격적인 기업 정상화에 돌입하게 된다. 단 2차 채권자 협의회는 추가 실사 등이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경우 5월 11일까지 연장될 수 있다.
채권단 측은 "협의회가 워크아웃 개시를 결의한 것은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계획과 책임이행 방안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이행하겠다고 대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신뢰하기 때문"이라며 "계열주와 태영그룹이 자구계획을 차질없이 이행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말했다.
추가 우발채무·자구안 이행 등 관건
태영건설 입장에선 아직 완전히 안심하기는 이르다.
일단 채권금융기관에 대한 채무상환은 유예 됐지만 갚아야 하는 돈도 있다. 인건비 공사비 등과 같은 일반 상거래 채권과 금융채권으로 분류되지 않는 채무에 대해서는 만기까지 갚아나가야 한다. 이와 관련 채권단 측은 태영건설이 당장 갚아야 하는 빚의 규모는 4800억~5000억원 규모로 보고 있다.
채권단은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이 마련했던 자구안이 계획대로만 진행된다면 이는 크게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있다. 다만 태영건설이 자금 마련을 위해 내놓기로 한 블루원 등 일부 계열사 지분 매각이 제 때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자체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힘들다.
채권단 한 관계자는 "일단 태영 측은 에코비트, 블루원 매각 혹은 담보 제공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일정이 단기간 내에 이뤄질 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해서 남는 상황"이라며 "결국 최종 약속한 SBS 담보 제공 등이 이뤄져야 할 수 있는데 말을 바꾸게 되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실사 과정에서 추가 우발채무가 발생될 경우에도 채권단은 워크아웃 중단을 예고했다. 채권단 측은 태영 측의 사업장이 워낙 많고 이해관계자가 다양한 만큼 실사 과정에서 추가 우발채무가 발생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채권은행 한 관계자는 "추가 우발채무가 발생하면 태영 측에서 애초 했던 얘기와 달라 신뢰를 다시 잃게 되고 회계적으로도 기업을 존속시키는 가치가 청산시키는 가치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열린다는 의미"라며 "추가 우발채무 발생여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단 PF 도미노 위기는 막았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일단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개시되면서 부동산PF 발 연쇄 부도 및 채권시장 경색은 막게됐다고 평가한다.
이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는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소위 F4회의라 불리우는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 워크아웃과 이후 시장 상황을 점검했다.
회의에서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채권시장은 안정화 되는 모습을 보였고 PF-자산유동화어음(ABCP)도 대체로 정상적으로 차환되는 등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해외투자자들 역시 이번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국내 부동산 PF 시장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해석해 다른 리스크로 전이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평가한다고 봤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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