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고갈 안돼”… 국민연금, 공단 전략목표에 ‘기금운용 고도화’ 추가
국민연금공단이 기금 운용 고도화로 수익을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을 공단 전략목표에 추가했다. 국민연금이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국민 노후 자금을 굴리고 목표 수익률 달성을 추구하는 건 늘 해온 일이지만, 이를 공단 차원의 전략목표로 명시한 건 처음이다.
또 국민연금은 이번에 기금 운용 인프라를 강화하겠다는 내용을 전략과제에 새로 담기도 했다. 1000조원에 달하는 기금의 고갈 시기가 계속 앞당겨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수익률 극대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아 공단 전략목표와 전략과제를 수정했다. 4대 전략목표는 모두가 누리는 상생의 연금 구현, 기금 운용 고도화로 수익 제고, 삶의 질 향상을 위한 복지 서비스 강화, 경영 혁신을 통한 생산성 및 사회적 책임 강화다.
이 중 ‘기금 운용 고도화로 수익 제고’는 기존에 없던 목표가 새롭게 추가된 것이다. 이 항목은 지난해까지 ‘지속 성장을 위한 기반 고도화’였는데, 기금 운용 역량 강화를 통한 수익률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목표를 재설정했다.
국민연금은 전략목표 달성을 위한 전략과제에도 기금 수익 제고 관련 내용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안정적인 기금 운용 수익 제고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심의 책임투자 활성화만 전략과제에 담겼다. 올해부터는 이 둘을 비롯해 선제적·체계적 리스크 관리 고도화, 기금 운용 인프라 강화도 전략과제에 포함됐다.
국민연금이 기금 운용에 관한 의지를 조직 전체의 전략목표로 설정해 드러내는 건 기금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윤석열 정부 노력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12% 넘는 투자 수익률을 달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역대 최고치다. 연간 수익금도 100조원을 넘어서며 전체 기금 적립금도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국민연금 기금을 향해 다가오는 미래는 녹록지 않은 상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연금 급여는 2022년에 처음으로 30조원을 돌파했다. 2005년 3조5849억원 수준이었는데, 불과 17년 만에 10배가량 급증한 것이다.
국민연금 지출 가속화의 가장 큰 배경은 고령화다.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2005년 165만명이던 국민연금 수급자 수는 2016년 400만명을 돌파했고, 4년 후인 2020년 539만명으로 치솟았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급자는 2030년 874만명, 2040년 1290만명으로 빠르게 불어날 전망이다.
수급자 급증은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 단축과 연결된다. 제5차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현행 제도하에서 국민연금 적립금은 2040년 1754조원으로 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수지 적자가 발생해 2055년 고갈된다. 윤석열 정부가 연금을 노동·교육과 함께 3대 개혁 과제로 꼽은 이유다.
연금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연금 개혁은 세대 갈등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투자 수익률 극대화를 통한 기금의 생명 연장 카드가 날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는 배경이다. 예산정책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1%포인트(p)만 높여도 기금 고갈 시기를 6년 정도 늦출 수 있다.
정부는 신규 전략과제인 기금 운용 인프라 강화에 이미 나섰다. 올해부터 국민연금 기금운용직 정원을 50명 늘렸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4번째 해외 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향후 5년간 목표 수익률(5.6%)을 달성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도 올해 초 신년사에서 기금 수익률 제고를 중점 추진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이사장은 “지난해 발표한 ‘국민연금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금 운용 인프라 개선 방안’이 계획대로 추진되도록 노력하고, 신속한 투자 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외 사무소 권한을 강화하겠다”며 “해외 사무소 운용 인력 채용 제도 도입 등 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한 기반 마련과 역량 강화에도 집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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