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전복·고추 유전체서 '사람 맞춤형 약·음식' 정보 캔다
2004년 설립, 게놈 분석 기반 빅데이터 기업
토종자원 60여종 유전체 해독…"국내 최다"
"동물·식물·미생물 등 서로 영향 미치며 생존"
"사람, 다른 동물, 식물, 미생물 등은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살아갑니다. 이처럼 다양한 생물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리는 특정 유전자나 단백질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아내고 의학적 연구나 신약 개발에 이용할 수 있죠."
최남우 인실리코젠 대표는 12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유전체(게놈) 분석의 중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인실리코젠은 최 대표가 2004년 창업한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 생물정보 전문기업이다. 그 동안 한우, 닭, 참전복, 고추, 밤, 배추 등 국내 토종자원 60여종에 대한 유전체 해독을 진행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국내에서 '최다'라고 했다. 인실리코젠은 이를 바탕으로 87편의 논문도 발표했다. 최 대표는 "국제적으로 인정하는 유전자 분석 기술을 보유했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인체 외 생물의 유전체 분석과 인간 유전체 분석 간 연관성이 의아할 수 있다. 최 대표는 원헬스(One Health·사람, 동물과 식물, 미생물 등 건강이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있다는 개념) 측면에서 인체 외 생물체가 인간 생물학, 의학의 밑거름이 된다고 봤다. 최 대표는 "인체 외의 유전체 분석은 인체 유전체 분석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다양한 생물체의 유전체 분석을 통해 우리는 생물체 간 공통된 유전적 기능, 생물의 다양성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특정 생물학적 프로세스나 세포 신호 전달 경로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고, 유전적 변이와 질병 간 연관성도 찾아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인실리코젠은 다수의 인체 유전체 분석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전사자 유해 발굴(국방부), 이산가족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통일부), 실종아동 유전정보 검색시스템 고도화(경찰청), 강제동원 희생자 유전정보 데이터베이스 구축(행정안정부) 등이 그것이다. 바탕이 된 건 인실리코젠이 구축한 혈연관계정보 검색시스템 '킨매치'(KinMatch)다. 최 대표는 "대량의 DNA 유전정보로부터 개인 간 혈연관계를 고속으로 검색하는 전문 검색엔진"이라며 "자사가 직접 개발하고 특허 등록한 알고리즘이 사용된다"고 했다.
이는 성큼 다가온 개인 맞춤형 시대를 실현해줄 수 있는 큰 자산이다. 최근 유전체 분석 결과를 기반으로 개개인마다 맞춤형으로 항암제를 처방하고(동반진단), 비타민을 먹는 등 수요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 대표는 "어떤 약은 A라는 사람에 맞고, B라는 사람에는 안맞을 수 있다"며 "데이터가 쌓이면 이러한 결과들을 통계화할 수 있게 된다. 그렇게 되면 바이오마커를 찾아 조기진단이 가능해지고, 이후 해당 대상자에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있는 약을 정확히 처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개인 맞춤형 시대는 섭취하는 음식에도 적용된다. 최 대표는 "약만큼 중요한 게 먹는 음식"이라며 "개개인마다 맞고, 안맞는 음식이 있다"고 운을 뗐다. 그 동안에는 자체 임상으로 판별해온 영역이다. 최 대표는 "청양고추가 맞는지 안맞는지를 예로 들면, 사람이 가진 유전자와 청양고추가 가진 유전자의 발현 특성을 파악해 연결 포인트를 알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안맞는 포인트에 대한 데이터를 쌓다보면, 통계화돼 마커를 알 수 있고 진단키트까지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인실리코젠은 보다 세밀한 개인 맞춤형 솔루션(음식)을 위한 경쟁력도 쌓고 있다. 바로 디지털 육종이다. 디지털 육종은 빅데이터 기반 시뮬레이션을 통해 교배해 신품종 개발에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이다. 작물 육종에 드는 시간, 비용, 노동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우수품종의 보급이 가능해진다. 최 대표는 "전통 육종이 10년 이상이면, 디지털 육종은 2~3년 만에 신품종을 만들 수 있다"며 "개인 맞춤형 시대와 연계되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개인 맞춤형 시장이 현재는 감성 기반이지만 점차 과학적 데이터 기반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음식에서도 내게 맞는 것들이 새로 만들어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해당 기술은 화장품에도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햇빛에 강한 사람이 있고 약한 사람이 있는 등 피부도 유전자 영향을 받는다"며 "유전자를 분석해서 A사람에는 알로에가 맞겠다, B사람에는 안맞겠다 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유전자 분석 결과를 토대로 맞춤형 화장품이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사는 환경부 산하 생물자원관 등과 우리나라 자생 생물에서 유용한 성분을 뽑아내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최 대표는 인실리코젠의 지향점을 '데이터로 바이오를 하는 기업'으로 제시했다. 최 대표는 "고유한 데이터 기술로 바이오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이 되고 싶다"며 "미생물, 식물, 동물, 사람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원헬스) 다시 올 수 있는 팬데믹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저희가 가진 기술이 백신 개발, 치료제 개발 등에 응용돼 원헬스를 실현해나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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