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변화시킬 수 없지만 선물할 순 있다’ … 흐린일상 속 무지갯빛 사유[북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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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날씨 앞에 겸손하다.
땅을 정복하고, 하늘을 날지만 날씨를 바꿀 순 없다.
"정원에서 태양을 향해 분무기로 빗방울을 날려 보내면 경이로운 무지개가 나타나던 어린 시절, 나는 내게 날씨를 선물했다"는 그의 오래된 기억은, 철학이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다.
날씨를 바꿀 순 없어도 선물할 수 있다는 이 발칙한 생각은 버틸수록 소진되기만 하고, 매일 당연하기만 한 흐린 일상에 무지개가 그려주는 철학적 사유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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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욱 지음│김영사
사람은 날씨 앞에 겸손하다. 땅을 정복하고, 하늘을 날지만 날씨를 바꿀 순 없다. 날씨의 변덕에 따라 사람은 민소매 셔츠를 입고 맨살을 드러낼 때가 있는가 하면, 목도리와 두꺼운 외투로 온몸을 꽁꽁 싸매기도 한다. 서동욱 서강대 철학과 교수는 이런 당연한 관계성에 반기를 든다.
“정원에서 태양을 향해 분무기로 빗방울을 날려 보내면 경이로운 무지개가 나타나던 어린 시절, 나는 내게 날씨를 선물했다”는 그의 오래된 기억은, 철학이 날씨를 바꿀 수 있다는 증거다. 날씨를 바꿀 순 없어도 선물할 수 있다는 이 발칙한 생각은 버틸수록 소진되기만 하고, 매일 당연하기만 한 흐린 일상에 무지개가 그려주는 철학적 사유가 왜 중요한지를 깨닫게 한다.
책은 완벽한 삶을 사는 해답을 주는 철학 강의가 아니다. 높은 성적을 얻는 법, 직장에서 성공하는 법, 이상형을 만나는 법을 갈구하고, 답을 내기 위한 편리한 최단 거리를 발견하는 데 목마른 우리에게 저자는 ‘제대로 질문하는 법’을 건넨다. 해답이란 그걸 얻어낸 질문과 뗄 수 없이 연결돼 있기에, 활짝 핀 꽃송이 꺾듯 해답만 똑 따낼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철학부터 문학, 미술, 영화, 만화, 게임까지 온갖 영역이 풍성하게 교차되는 마흔 편의 글을 통해 저자는 제대로 된 문제를 직시하는 눈을 길러보자고 제안한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칠 수 있는 개념들을 비틀고 뒤집어 새로운 사유에 도달하는 게 재밌는 지점이다. 기생충에서 예술과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끌어내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어떤 크리스털에 불순물을 집어넣어 보라. 그러면 요행히도 트랜지스터를 생산하게 될 것’이라는 철학자 미셸 세르의 책 ‘기식자’의 구절을 따온 저자는 기생충이 그저 불편한 해충으로만 보이지만, 숙주의 동일성을 흔들어 변화를 이끄는 매개체로도 작용한다고 밝힌다. 예수 그리스도가 헤롯 왕의 입장에선 박멸의 대상이었지만, ‘복음’이란 새로운 차원을 창조했다는 주장은 왜 저자가 국내 최고의 질 들뢰즈 철학 연구자인지를 깨닫게 한다.
저자는 나이가 든다는 건 가능성이 소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를 위로하기 위해 종종 사람들은 희망이나 발전 같은 개념을 건네지만, 위안보단 과제처럼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남이 주는 정답이 쓸모없는 시대, 낯선 질문을 던지며 춥고 황량한 마음의 날씨를 바꿔보면 어떨까. 344쪽, 1만8800원.
유승목 기자 mo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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