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레알이 AI 만들고, HD현대는 구글과 손잡고…경계 파괴 융합
1909년 설립된 프랑스 전통의 화장품 회사 로레알은 인공지능(AI)을 말했다. 건설·조선 산업을 아우르는 에이치디(HD)현대는 구글과, 대형마트 업체인 월마트는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력을 이야기했다. 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시이에스(CES) 2024’의 기조연설에 나선 기업들을 관통하는 열쇳말은 ‘전 산업군의 경계 파괴 융합’(Big Blur)이었다.
“안녕, 뷰티 지니어스! 나는 11시간의 비행을 마치고 방금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했어. 시차 피로(Jet lag)가 있고 얼굴에 티가 날거야. 조언 좀 해줘.” 9일 기조연설에 나선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로레알 최고경영자(CEO)가 로레알판 챗지피티(ChatGPT)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뷰티 상담사’를 소개하며 직접 시연을 펼쳤다. ‘뷰티 지니어스’란 이름의 인공지능은 그에게 히알루론산 성분이 들어간 화장품과 수분 크림을 추천했다.
세계 최대 가전·기술 전시회인 ‘시이에스’는 올해 기술 기업이 아닌 화장품 회사에 기조연설을 맡겨 큰 화제가 됐다. 하지만 발표 내용을 들어보면 “로레알이 기술 기업이 아니다”라고 말할 근거를 찾기가 어렵다. 니콜라스 이에로니무스 대표는 “70%의 소비자가 화장품 선택에 어려움을 겪어 친구의 추천, 온라인 검색 등에 의존한다”며 “우리는 2018년부터 37개국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해왔고 이제 생성형 인공지능 ‘뷰티 지니어스’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이에스의 중심 주제는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올 온(All On)’이다. 9일부터 나흘 동안 전시관뿐 아니라 주요 기업의 기조연설에서도 ‘융합’이 경계와 편견, 한계를 깨부수며 넘나드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더는 동종업계만 경쟁자라고 할 수 없고, 어느 기업이 기술(테크) 기업이고 아닌지를 구분하는 게 무의미해졌다는 게 드러났다.
10일 기조연설 무대에 오른 정기선 에이치디(HD)현대 부회장은 “건설 산업은 인류 문명의 토대를 마련했지만, 기술과 혁신에 있어 가장 느린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인공지능과 디지털, 로봇 등의 첨단 기술이 더해진 혁신으로 인류가 미래를 건설하는 근원적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에이치디현대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안전성 확보 △생산성 향상을 위한 무인 자율화 △에너지 밸류체인 구축과 탈 탄소화 등 3대 목표를 내걸었다.
이어 무대에 오른 이정민 에이치디현대 인공지능 팀리더와 필립 모이어 구글클라우드 부사장은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건설 현장에서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한 뒤 현장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개선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기선 부회장은 “우리 사업의 본질이 하드웨어 기반 장비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솔루션 제공업체로 진화했음을 의미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 9일 더그 맥밀란 월마트 최고경영자도 기조연설에서 생성 인공지능이 접목된 새로운 개념의 쇼핑을 제시했다. 스마트 자물쇠 업체인 어거스트와 손잡고 시도하는 ‘인 홈(In Home)’ 배송은 집 안의 냉장고에 직접 주문한 상품을 넣어둔다. 자주 구매하는 제품을 등록해두면 인공지능이 구매 패턴을 파악해 생필품을 보충해 냉장고에 채워두는 ‘개인화 자동 쇼핑’ 서비스를 계획 중이다. 또 현재 텍사스주 댈러스에 27개의 허브를 짓고 주문한 지 15분 내에 배송해 주는 드론 배송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지멘스는 ‘산업용 메타버스’를 내내 강조했다. 롤랜드 부쉬 지멘스 최고경영자는 “지멘스는 산업용 메타버스를 현실과 거의 구분할 수 없는 가상 세계로 생각하며, 이는 사람들이 인공지능과 함께 실시간으로 협업해 현실의 과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이를 활용해 전체 산업과 일상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지멘스는 기조연설 자리에서 소니, 아마존과의 협력과 신제품을 발표했다.
퀄컴의 크리스티아누 아몬 최고경영자도 10일(현지시간) 기조연설을 통해 “자동차가 새로운 컴퓨팅 플랫폼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퀄컴의 전시부스의 중앙에는 퀄컴이 개발한 모바일 시스템온칩(SoC) ‘스냅드래곤’이 장착된 자동차가 놓여져 있었다.
지멘스와 퀄컴의 기조연설을 직접 현장에서 들은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기업들이) 기존에 수십년간 해왔던 모델을 버리는 문제에에 당면했다”며 “맨날 하던 일만 갖고 하면 안되고 내가 변해야하는 시대, 협업(파트너십)으로 함께 만들어낸 솔루션을 팔아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라스베이거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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