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오타쿠 된 뒤로 무대 긴장감도 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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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에 빠진 뒤 거짓말처럼 긴장이 안 돼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에서 이렇게 작은 저란 존재가 뭣 하러 긴장을 하나 싶은 거죠."
지난 8일 만난 피아니스트 김준형(26·사진)은 지난해 여름 우주 유튜브에 빠졌다.
김준형은 "예술에는 끝이 없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나름의 답을 도출해야 한다"며 "연주자로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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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공연
“무대에서 긴장을 많이 하는 편이었는데 우주에 빠진 뒤 거짓말처럼 긴장이 안 돼요. 광활하고 거대한 우주에서 이렇게 작은 저란 존재가 뭣 하러 긴장을 하나 싶은 거죠.”
지난 8일 만난 피아니스트 김준형(26·사진)은 지난해 여름 우주 유튜브에 빠졌다. 새벽 4∼5시에 잠드는 ‘올빼미형’ 인간인 그는 전날 밤에도 우주 영상을 보다 잠들었다고 전했다. 스스로 “오타쿠 기질이 있다”고 칭하는 진지하면서 엉뚱한 연주자 김준형은 올해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로서 1년간 자신의 음악을 관객과 나눈다.
김준형은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에 선정된 데 대해 ‘운명’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음악적으로 고민이 많은 질풍노도의 시기에 찾아온 운명 같다”며 “그동안 외면했던 내 못난 점들을 이번 기회에 마주하며 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준형은 올해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총 5회 공연한다. 5회의 공연을 관통하는 주제는 ‘엽편소설’. 나뭇잎에 쓸 만큼 극도로 짧은 소설을 의미한다. 김준형은 “공연은 60분 남짓한 시간에 내 이야기를 담는 것으로 하나의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며 “짧은 글에 인생의 희로애락을 응축시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를 겸해 열렸던 11일 그의 첫 공연 제목은 ‘히어 앤 나우(Here & Now)’. 고등학교 1학년 때 독일로 유학해 10년 넘게 뮌헨에 살고 있는 김준형은 “첫 공연은 바흐, 베토벤, 브람스 등 나와 심리적으로 가까운 독일 작곡가를 연주하고 싶었다”며 “순수하고 투명하게 자신을 투영한 이들의 음악처럼 숨을 곳 없이 지금 나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준형은 뮌헨 국립음대에서 피아노 전공 학·석사 과정을 마친 후, 현대음악 석사 과정을 다시 밟고 있다. 김준형은 “혼자 연습하고 무대에도 대부분 혼자 오르는 피아니스트는 정신적으로 피폐하거나 예민할 때가 많다”면서 “현대음악 작곡가 연주자들과 소통하며 시야가 넓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형은 자신이 우승했던 2021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에서 들었던 “너드(nerd) 같다”란 심사평을 자신을 가장 잘 나타낸 말로 꼽았다. ‘너드’란 미국에서 모범생 또는 특정 분야에 대한 마니아적 성향을 가진 사람을 지칭하는 말로, 국내에서도 자주 쓰인다. “너드라는 단어엔 찌질하다는 뜻도 있고, 모범생 같다는 뜻도 있어서 욕인지 칭찬인지 잘 모르겠다”고 운을 뗀 그는 “오타쿠 기질이 확실히 있는 것 같은데, 음악을 할 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2013년 시작된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 제도는 지금껏 피아니스트 선우예권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지난해 피아니스트 김수연 등 내로라하는 젊은 클래식 연주자 다수가 거쳤다. 김준형은 “예술에는 끝이 없지만, 매번 무대에 설 때마다 나름의 답을 도출해야 한다”며 “연주자로서 최선을 다해 묵묵히 나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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