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군 신뢰회복 위해 뼈 깎는 혁신… 회계감사 첫 ‘적정’평가 큰 보람”[M 인터뷰]

정충신 기자 2024. 1. 12.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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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 인터뷰 - 향군 70년 역사상 첫 非장성 출신 회장 신상태
대위 출신으로 70% 압도적 득표
껍질 못 벗은 뱀은 죽는단 각오로
읍면동까지 전국 조직체계 완성
전투력 근간 초급간부 중요한데
복무여건·보수체계 열악한 현실
예우 잘 받아야 우수 자원들 입대
향군의 존재 이유는 ‘국가 안보’
제2전선 수호하며 봉사도 매진
국민 존경받는 단체 되도록 노력
신상태 대한민국재향군인회 회장이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입구 전쟁영웅 동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1000만 제대군인 결사체로 예비역 대장·중장이 독식하다시피 하던 대한민국재향군인회(향군) 회장 자리를 비(非)장성 출신이 맡은 것은 70년 향군 역사상 처음 있는 대이변이었다. 향군은 10여 년간 이어진 투자·경영 실패로 부채 4670억 원에다 정체성 위기까지 겹쳐 조직이 와해 직전이었다. 지난 2022년 4월 향군이 70% 넘는 압도적 득표율로 신상태(73) 예비역 대위를 37대 회장에 선출한 것은 향군을 기사회생시킬 구원투수가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2024년을 맞은 향군은 어떻게 변했을까? 취임 직후 문화일보와 인터뷰에서 “껍질을 벗지 못하는 뱀은 죽는다”며 “향군의 70년 역사를 새로 쓰겠다”고 약속한 신 회장은 그동안 읍·면·동에 이르기까지 전국 조직체계를 완성했다. 처음으로 외부 회계감사에서 ‘적정’ 평가도 받았다. 지난 10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커피숍에서 신 회장을 만났다.

―올해 4월로 임기 절반인 취임 2주년인데 그동안 가장 큰 보람이라면.

“향군 창설 이래 최초로 외부 회계감사에서 ‘적정’ 평가를 받았다. 지난 4년간 외부 회계감사에서 ‘의견거절’ 또는 ‘한정’을 받았는데, 회계감사 ‘적정’ 평가는 회계의 투명화, 경영의 합리화, 재정 안정화를 기반으로 재정위기 극복의 기본 토대를 구축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향군 신인도를 높이고, 실질적으로 은행 금리 산정에 도움을 줄 것이다.”

―향군 조직이 실질적으로 활성화됐는가.

“본부에서부터 3077개에 이르는 읍·면·동에 전국적인 조직체계를 처음 완성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향군의 풀뿌리 조직이지만 실행에 못 옮겼던 읍·면·동회 회장과 여성회장, 시·군·구의 청년단장을 모두 임명해 1만2000명 핵심임원을 상시 가동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1달에 한 번 정도 SNS로 소통한다.”

―향군 재정이 안정화됐는가.

“취임 후 향군 경영 쇄신을 통한 재정 안정화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2022년에는 전년 대비 매출이 약 300억 원 증가한 2200억 원 정도 됐다. 매출을 올리기 위한 판매 및 관리비는 전년 대비 약 100억 원이 줄어든 26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이 전년도 1.8%에서 2022년 8.7%로 약 5배 증가했다. 불요불급한 경비 절약으로 가능했다. 향군 산하 각급 회도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보조금을 획득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강조한 결과, 전국적으로 전년 대비 30억 원이 증가한 61억 원의 예산을 획득했다. ‘향군발전기금’도 모금 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말에 1억 원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조금씩 희망이 보인다.”

―취임 후 조직 대수술을 약속했는데.

“취임 후 본부와 산하 업체 인력을 100여 명 감축하고, 사무실 축소 운영, 부서장 이상의 연봉 삭감, 시·도회의 직제 감축과 운영비 지원 등을 조정해 수십억 원의 예산 절감 효과를 거뒀다. 지출을 줄이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본부 108명 인원이 현재 59명으로 줄었다.”

―갑진년은 전 세계적으로 변화의 시기다. 올해 세계 안보정세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올해는 전 세계적인 선거의 해다. 1월 대만, 3월 러시아, 4월 인도, 6월 유럽의회, 11월 미국 대선까지 47개국에서 선거가 진행된다. 4월엔 우리도 총선이 있다. 그중 대만, 러시아, 미국의 선거 결과는 세계의 안보 전선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오는 13일 실시되는 대만 총통선거는 ‘독립·친미’ 성향의 민진당 후보와 ‘친중’ 성향의 국민당 후보의 대결로, 미국과 중국 간 대리전 성격을 띠고 있다. 민진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현재의 미·중 관계가 유지되겠지만, 국민당 후보가 당선된다면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중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이는 한반도가 포함된 동북아 정세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미국 대통령 선거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는 안보 측면에서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 조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 안보전략이 전면 수정될 가능성이 높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철회될 수 있고, 이는 러시아의 전쟁 승리와 중국이 대만 침공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낳을 것이다. 우리에겐 한·미동맹에 변화가 올 수 있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과도한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주한미군 철수·감축 위협, 한·미 연합훈련 축소 등을 요구했던 점을 상기하면 우려가 깊다. ‘워싱턴선언’에서 합의한 한·미 확장억제 체제 구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대북정책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할 것이다. 미·북 관계는 다시 요동치고 한·미·일 3자 협력은 물론 한·중 관계, 미·중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격변의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한반도 안보환경 전망은.

“한반도 안보환경에서 가장 큰 변수는 뭐니 뭐니 해도 북한이다. 북한은 정권의 생존을 위해 올해도 강도 높은 도발을 계속할 것이다. 식량난 상황에서도 주민들을 억압하면서 핵무장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서 정권의 건재함을 과시하려 할 것이다. 후계 작업이 본격화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초 “남조선 영토 평정 대사변, 주적 대한민국 초토화” 위협을 가했는데.

“김 위원장은 이미 우리에게 ‘유사시 핵무기 선제공격’ 의지를 천명했고, 내부적으로는 핵무기 보유량을 대폭 늘리고 새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8형 발사에 이어 군사정찰위성의 추가 발사를 공언하고 있다. 북한은 휴전 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도발을 멈춘 적이 없다. 특히 오는 4월 우리의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행동으로 옮기면서 긴장을 조성하는 동시에, 미국 대선을 염두에 둔 미사일 발사를 계속할 것이다. 북한은 항상 위기에 몰리면 정권의 과시를 위해 도발을 반복해왔지 않은가.”

―북한 도발 대비책은.

“군의 철저한 자체 대비태세도 중요하지만 한·미 연합훈련으로 북한의 위협에 공동 대응할 수 있도록 한·미동맹을 공고히 하는 게 최선책이다. 만약 북한의 핵 공격 징후가 보일 경우에는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이 가능토록 하고, 이는 김정은 정권의 종말로 이어질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할 때다. 중·장기적으로 자위적 차원의 핵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북한 도발에 대한 국방태세는 어디에 중점을 둬야 하는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무형전력, 즉 정신전력 강화다. 군이 아무리 좋은 무기체계를 구비하고 있어도 전쟁 승리의 핵심은 무기체계를 운용하는 장병들 손에 달려 있다. 사실 그동안 장병들의 주적개념이 모호해졌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신원식 국방부 장관 취임 직후부터 장병 정신 재무장을 강조하고, ‘정신전력교육 기본교재’에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명백한 우리의 적’이며 종북세력을 내부 위협세력으로 규정하는 등 대적관(對敵觀) 분야를 대폭 보완한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평가한다.”

신 회장은 “향군은 전문 안보 강사를 운영하면서 학생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안보교육을 지원하고 있다”며 “올해는 군 장병을 대상으로 활동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조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초급간부 지원율이 급감하는 등 대책이 시급하다.

“창끝 전투력의 근간인 초급간부 역할이 군에 매우 중요하다.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병 복무 기간이 줄어든 만큼 초급간부 확보가 중요한데 복무여건은 열악하다. 간부에 걸맞은 근무여건과 보수체계, 복무 기간을 현실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초급간부가 제대 후 사회 진출 시에는 군 복무 기간을 경력으로 인정하고, 대기업 취업 우대 등 유인책도 정부가 제도화하는 게 필요하다. 초급간부 처우 개선은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정부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올해 향군 운영 계획은.

“향군의 존재 이유는 오직 ‘국가 안보’다. 올해도 안보 제2전선을 더욱 굳건하게 지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지난해 향군 창설 71주년을 맞아 전국 읍·면·동 회장을 비롯, 국내외 5000여 명의 임직원이 결집해 총력안보 결의대회를 가진 것도 이런 차원의 노력이다.”

―변화와 개혁은 계속되는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긴축경영, 지속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한 신규사업의 적극 개발 등 경영쇄신을 위한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조직 운영 측면에서는 지난해 구축한 1만2000명 핵심임원 가동체제를 적극 활용해 국민으로부터 존경받는 향군, 정치권으로부터 예우받는 향군의 위상을 회복하겠다. 전국 각지에서 활발한 안보활동과 봉사활동을 통해 국민 속으로 들어가 향군의 대외 이미지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다.”

―해외 조직도 확대한다는데.

“세계 속의 글로벌 향군을 위해 해외지회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정전협정 70주년을 맞아 하와이지회를 창설해 미국에만 9개 지회, 13개국 23개 해외지회를 설립했다. 6·25 참전 16개국 중 8개국에 지회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지회 역할을 강화하고 화상회의를 개최하는 등 민간외교의 폭을 넓히려 한다.”

―현재 향군의 재정 상황은.

“솔직히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매출이 증가하긴 했지만 금리 인상으로 운영에 애로를 겪고 있다. 그래서 지난해 정부의 일반예산을 획득하고자 노력했지만 아쉽게도 최종 단계에서 무산됐다.”

―제대군인 복지는 개선되고 있는가.

“향군은 제대군인의 복지와 안보활동을 위해 존재한다. 제대군인은 현역의 미래다. 제대군인들이 어떤 예우를 받는지에 따라 우수한 자원들이 현역으로 입대한다. 향군이 국가의 소중한 예비자산을 관리하는 단체인 만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자체 수익금만으로는 전국적인 조직을 운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올해는 정부가 이 부분을 인지해서 꼭 예산을 반영해주기를 기대한다. 향군의 재원과 정부의 지원이 결합된다면 대한민국 최고·최대 안보단체인 향군이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하는 단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은.

“결론적으로 향군은 소중한 ‘국가자산’이다. 국가자산의 건전한 운영에 국민이 성원해 주시고 정부가 지원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정충신 선임기자 csjung@munhwa.com

△1951년 경북 구미 출생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경영학 박사 △군 복무(1972∼1977년) △육군3사관학교 총동문회장 △사단법인 충효예실천운동본부 부총재 △민주평화통일 정책자문위원 △건국대 겸임교수 △27∼28대 서울시재향군인회장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이사,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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