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괴물과 독립군 이야기… 日서도 731부대 찾아본다네요”

안진용 기자 2024. 1. 12. 09:0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본 10대들이 731부대를 검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났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 크리처'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넷플릭스 ‘경성 크리처’ 강은경 작가
생체실험 만행 보여주려 작품써
크리처물 장르묘미 약한 점 인정
20대 독립군에 인간적 접근 집중
옷맡긴 돈으로 김구 선생 위로한
나석주 이야기 차용 ‘가슴 먹먹’
‘경성의 봄’ 꿈꾼 사람들 이야기
강은경 작가

“일본 10대들이 731부대를 검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힘이 났어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경성 크리처’를 집필한 강은경 작가는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이 일본에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에 대해 고무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성 크리처’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인간을 대상으로 자행된 일본군의 생체 실험으로 인해 탄생한 괴생명체의 이야기를 다뤘다. 실제 사료를 찾아보며 강 작가가 느낀 분노는 이 작품을 쓰는 원동력이 됐다. ‘경성 크리처’ 9회 도입부에서는 아무런 배경 음악 없이 생체 실험의 참상을 담은 사진을 열거하며 과거 일제의 만행을 알린다.

지난 10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굉장히 오래전부터 이 시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일본에서 ‘한류’라는 물결이 시작되면서 이 시기를 다루는 드라마가 사라져 버렸다”며 “전 세계에 731부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일본에선 외면당할 줄 알았는데 공개 이후 일본 10대를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731부대 검색량이 부쩍 늘었다는 얘기를 듣고 힘이 됐다”고 말했다.

‘경성 크리처’는 1, 2부가 동시 제작됐다. 700억 원 규모의 대작이다. 하지만 공개 직후 반응은 엇갈렸다. 제목이 ‘경성 크리처’였지만 그리 새롭지 않은 크리처 1마리의 등장에 실망감을 표출하는 시청자가 적잖았다. 또한 독립군이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동료들을 밀고하는 장면에 대한 거부감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강 작가는 “제목이 ‘경성 크리처’인데 제가 장르적인 부분을 놓친 것 같다. 저는 ‘생존’과 ‘실종’이라는 두 가지 코드를 들고, 그 시대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며 크리처물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 것을 인정했다. 아울러 “당시 독립군들은 대부분 20대다. 그분들의 대단함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조금 더 인간적으로 접근하고 싶었다. 서글프게 동료의 이름을 불렀겠지만, 그다음(독립)을 위해 또 나아가는 모습에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일제의 생체 실험 과정에서 탄생된 괴물(사진 왼쪽)은 자신의 딸인 윤채옥을 만나자 본능적으로 모성을 드러낸다. 넷플릭스 제공

강 작가의 의도대로 ‘경성 크리처’에서는 그 시기 독립에 투신했던 이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읽힌다. 주인공 장태상(박서준 분)이 “본디 힘이 없는 것들이 힘을 내야 할 때 단합이라는 걸 하죠”라고 말하는 장면은 실제로 일제에 저항하는 뜻으로 일제히 문을 닫았던 시장 상인들을 향한 헌사다. 전당포를 운영하는 장태상이 한쪽에 걸린 ‘윤동주 코트’를 가리키며 “윤동주 선생이 후배들 밥 사 먹이느라 맡기고 간 것인데 끝내 못 찾아간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도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이는 옷을 맡겨 받은 돈으로 김구 선생을 위로했던 ‘백범일지’ 속 나석주 선생의 이야기를 차용했다.

여전히 모성을 간직한 괴물의 설정은 엄혹한 시기, 일제에 의해 괴물이 될 수밖에 없었던 민초의 슬픔을 대변한다. 강 작가는 “경계에 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 시기가 아니었다면 겪지 않았을 일을 겪은 이들의 아픔”이라며 “인류애가 배제된 권력은 역사적으로 반복돼왔고, 그 당시도 그랬다. ‘서울의 봄’을 꿈꿨듯, 그 당시는 ‘경성의 봄’을 꿈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