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효과? 1월 악몽!…연초 코스피 하락률, 16년 만에 최대 [투자360]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 성적표
기관 4.2조 순매도…시총 상위 대형주 약세 두드러져
“‘과열’ 코스피 조정 겪을 것…중장기적 강세장 기대”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연초 코스피 지수가 16년 만에 최악의 상태로 출발했다. 신년 투자자들의 낙관적 전망이 반영돼 다른 달보다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게 나타난다는 ‘1월 효과’는 커녕, 지난 2008년 불어 닥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첫 8거래일 간 코스피 지수 등락률은 -4.33%(-115.01포인트)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초 코스피 시장이 보여준 부진은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전 세계가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던 지난 2008년 연초 코스피 지수 등락률이 -6.05%(-114.86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전 세계가 금융위기의 늪에 빠져 있던 시기만큼 상황이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3일부터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코스피가 7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간 건 지난 2022년 6월(7~15일) 이후 약 1년 반 만이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종가 기준 2655.28포인트까지 치솟았던 코스피 지수는 전날 종가 기준으로 2540.27포인트까지 급속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첫 8거래일 간 코스피 지수가 5.51%(123.13포인트)나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셈이다.
이 같은 올 초 코스피 급락세는 1월 들어서만 4조2398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를 기록한 기관 투자자가 주도했다. 해당 물량은 같은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 4조1545억원어치 주식을 사들인 개인이 받았다. 외국인 투자자는 2072억원 규모의 순매수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코스피에 상장된 총 953개 종목 중 61.18%인 583개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시총 상위 10개 대형주의 약세가 눈에 띌 수준이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 주가가 6.75%(7만8500→7만3200원) 하락한 가운데, 2위 SK하이닉스(-3.89%), 3위 LG에너지솔루션(-2.81%), 4위 삼성바이오로직스(-1.18%), 5위 현대차(-8.11%), 6위 포스코홀딩스(-9.61%), 8위 기아(-10.30%), 9위 LG화학(-7.92%) 등의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7위 네이버(3.35%), 10위 셀트리온(1.74%) 뿐이었다.
증권가에선 작년 말 코스피 지수가 급등세를 보였던 만큼, 반작용 격인 조정장세가 연초 벌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해 11~12월 두 달 동안에만 16.56%(2277.99→2655.28포인트) 올랐다.
작년 말 코스피 지수 급등세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피벗(pivot, 금리 인하) 개시에 대한 기대감이 주요 요인이었던 만큼, 최근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두고 있는 연준과 조기 피벗을 기다리고 있는 시장 간의 간극이 얼마나 좁혀질 수 있을지 여부를 확인할 시간만큼 주가 흐름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준 금리가 앞으로 열리게 될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에서 인하할 확률이 현재 수준의 금리를 유지할 것이란 확률을 밑돌기 전까지 코스피 지수는 과열된 시장 분위기를 소화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시장에서 연준이 오는 3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67% 수준이다. 이는 1주일 전 62.3%에 비하면 소폭 상승한 수준이다. 이 연구원의 설명대로면 여전히 코스피 시장이 과열 단계에 들어서 있는 만큼 조정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1~3월 이어질 작년 4분기 기업 실적 발표도 변수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일회성 비용을 연간 실적에 반영함에 따라 어닝쇼크가 나타나는 시기”라며 “또한 4분기 실적시즌이 진행되는 1~3월 기간에는 통상적으로 당해 연도 실적 전망치도 함께 하향 조정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말 정부가 양도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기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면서 과세 회피 물량이 평년보다 줄었던 만큼, 1월 재유입되는 자금 역시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밖에도 남은 1월 주가 흐름의 향방은 지난해 11~12월 선물 매수에 적극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 강도에 달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11~12월 기록한 9조5000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매수는 대규모 외국인 선물 매수에서 시작됐고, 연초 외국인은 1조8900억원대 순매도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당분간 미국발(發) 피벗 기대 과열, 중국발 경기 불안 심리에 이어 국내 수급 부족이란 ‘삼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높으며, 1월은 단기 반등에 대한 기대보단 2차 하락세 전개 가능성을 경계할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다만, 낙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 고위관계자는 “피벗에 대한 기대 심리 만으로도 증시엔 호재가 되는 상황인 만큼, 미 연준에서 구체적인 피벗 개시 움직임이 나타날 때 증시가 또 한 번 강세장을 맞이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동안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기술적 조정세가 마무리되면 올 한 해 증시는 전반적으로 중장기적 상승세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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