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임윤찬 효과’에 츠베덴, 김선욱 등판…2024 클래식 ‘흥행 예감’
츠베덴-김선욱 예술감독 취임…오케스트라 활기
2024년, 국내 클래식 음악계는 중흥의 전기를 맞았다. 강력한 팬덤을 지닌 피아니스트 조성진(30), 임윤찬(20)은 새로운 청중을 유입시킬 요소다. 뉴욕필의 ‘맹장’ 얍 판 츠베덴(64)과 스타 피아니스트 김선욱(36)이 각각 서울시향과 경기필 예술감독으로 취임하면서 다른 악단들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에 이어 국외 명문 악단들의 내한 공연도 이어진다.
■ ‘진-찬 투톱’ 새로운 청중 유입
임윤찬의 국내 첫 출격은 츠베덴 서울시향 예술감독 취임연주회다. 오는 25~26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협연한다. 2월엔 첫 일본 리사이틀 투어에 나서 쇼팽 연습곡 전곡(12곡)을 연주한다. 그는 일본 잡지 인터뷰에서 “전설의 피아니스트들이 모두 이 프로그램을 다뤘는데, 저도 그 뿌리를 이어받고 싶다”며 장차 ‘전설’이 되기를 소망했다. 6월7~8일엔 국내 독주회다. 7월엔 스위스 베르비예 축제에 오른다. 12월18~19일엔 파보 예르비(62)가 이끄는 도이치 캄머필과 국내 협연 일정이 있다.
조성진은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 ‘톱 3’에 들었다. 클래식 사이트 ‘바흐트랙’이 연주 횟수를 기준으로 발표한 수치다. 1, 2위는 러시아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5)과 다닐 트리포노프(33)였다. 조성진은 올해도 수많은 공연장을 찾아 국내외를 바삐 누빈다. 베를린 필하모닉 ‘상주 음악가’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선 5월에 정명훈이 지휘하는 도쿄필과 협연이 잡혀 있다. 10월엔 안드리스 넬손스가 지휘하는 빈 필과 11월엔 사이먼 래틀이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협연한다.
두 사람 공연 티켓을 구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다. 오는 25~26일 임윤찬과 서울시향 공연은 예매 시작 1분 만에 매진됐다. 페이스북에선 온갖 방법을 써도 예매를 못 했다는 어느 유명 피아니스트의 ‘티케팅 실패담’이 화제에 올랐다. 서울시향은 ‘임윤찬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연간 100만원 이상 후원자에게 우선 예매 혜택을 주는데, 이번 공연 앞두고 고액 후원자가 40명 이상 늘었다는 후문이다. 클래식 동호회에선 ‘추첨제 도입’ 얘기까지 나온다. 실제로 서울시향은 서울시 25개 구별로 2인씩 추첨해 14살 이상 시민 50인에게 2매씩 이번 공연 티켓을 제공한다.
■ 국내 오케스트라 경쟁 구도
카리스마 넘치는 지휘자 츠베덴은 서울시향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켰다. 지난달 연간 패키지 티켓이 예매 3시간 만에 완판됐다. 시작은 말러 교향곡 1번이다. 바그너 악극 ‘발퀴레’ 1막도 콘서트 오페라 형식으로 공연한다.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7번과 브루크너 교향곡 7번, 베토벤 교향곡 5번과 9번을 들려준다. 츠베덴은 “렘브란트 같은 무거운 색채도, 고흐의 화려한 색채도 표현할 줄 알아야 한다”며 ‘카멜레온 같은 악단’을 강조한 바 있다.
케이비에스 교향악단에 새로운 색을 입힌 피에타리 잉키넨(44) 음악감독은 올해 7차례 지휘봉을 잡는다. 1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은 자주 접하기 어려운 곡이다. 3월 800회 정기공연에선 레스피기 ‘로마 3부작’으로 불리는 로마의 축제, 로마의 분수, 로마의 소나무 3곡을 한 자리에서 선보인다. 5월 말러 교향곡 3번에 이어 7∙9월엔 브루크너 교향곡 7번, 9번을 연주한다.
임기 3년 차에 들어선 다비트 라일란트(45) 예술감독은 그동안 다진 국립심포니의 내실에 새로움을 더한다. 프랑스와 러시아 작품들을 전면 배치한 점이 두드러진다. 라벨과 드뷔시, 베를리오즈, 샤브리에, 엘가 등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국립심포니의 아들’로 불리는 지휘자 윤한결 공연도 기대된다. 지난해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에서 우승한 그는 2021년 국립심포니 주최 제1회 국제지휘콩쿠르에서 2위를 했다.
피아니스트에서 지휘자로 변모한 김선욱은 경기필 예술감독 입성 첫해인 올해에 안정과 실험을 안배했다. 브람스와 말러의 교향곡 1번, 베토벤의 교향곡 3번과 9번은 비교적 대중에게 친숙한 곡들이다. 승부수는 10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대형 교향시 ‘영웅의 생애’다. 김선욱은 독주 바이올린이 중요한 이 곡에서 빈 필하모닉 악장으로 활동 중인 라이너 호넥을 초청했다. 그가 악장과 독주자 역할을 동시에 소화한다.
■ 명문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가장 눈길을 끄는 악단은 처음 한국을 찾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6월19~20일 서울 롯데콘서트홀)다.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한다. 2022년 내한 예정이었으나 팬데믹으로 취소를 반복하다 마침내 한국을 찾는다. 구스타프 말러, 토스카니니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조련한 세계 최고 오페라 극장 오케스트라다.
사이먼 래틀이 예술감독으로 새로 취임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도 빼놓을 수 없다. ‘바흐트랙’의 지난해 조사에서 베를린 필, 빈 필에 에어 ‘톱3’에 오른 명문 악단이다. 골수 클래식 애호가들 사이에선 시대악기 연주의 선구자인 지휘자 존 엘리엇 가디너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 널리 회자된다. 10월7일부터 12일까지 5차례 공연에서 9개 교향곡을 완주하는 일정이다.
롯데콘서트홀(1번, 8번, 9번)과 엘지아트센터(2번, 3번), 성남아트센터(4번, 5번), 인천아트센터(6번, 7번) 등이 분담해 사이클을 완성하는 공연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가디너의 분신과도 같은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와 ‘몬테베르디 합창단’의 첫 내한이기도 하다.
가디너가 베토벤이 작곡한 당대의 악기와 주법으로 1990년대에 녹음한 교향곡 시리즈는 이후 다른 악단들의 연주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독일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4월7일, 롯데콘서트홀)가 들려줄 바흐 마태수난곡, 일본 지휘자 스즈키 마사아키가 ‘콜레기움 보칼레 서울’을 지휘해 연주할 바흐의 ‘비(B)단조 미사’를 고대하는 애호가들도 많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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