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형우도 도루하는 KIA표 뛰는 야구, '베이스 확대'로 더 무서워진다... '타이거즈 새 역사'에도 도전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024년 제1차 이사회를 열고 올 시즌 ABS(자동 투구판정 시스템) 적용을 최종 확정했으며 이와 더불어, 피치 클락, 베이스 크기 확대 등 주요 제도의 중요도와 시급성을 고려해 순차적 도입 및 적용 시기를 확정했다. 또한 비 FA 선수 다년 계약 관련 규정 등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베이스 크기 확대는 2월 중 각 구장에 신규 베이스를 설치해 KBO리그 및 퓨처스리그 모두 전반기부터 도입된다. 선수의 부상 발생 감소, 도루 시도 증대에 따른 보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가 기대되는데 이는 한발 앞서 베이스 크기 확대를 도입한 메이저리그에서 효과를 봤다. 지난해 11월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이 정리한 바에 따르면 2023시즌 메이저리그의 도루 성공률은 80.2%로 역대 최고였다. 도루 시도 비율은 1.8개로 2012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30개 팀 중 5개 팀이 150도루를 달성했다. 21세기 들어 팀 도루 150개 이상이 되는 팀이 5개나 되는 것은 2023년이 처음이었다. 또 10년 만에 6명의 선수가 40도루 이상을 했고, 34년 만에 51명의 선수가 20도루 이상을 성공했다.
KBO리그에도 많은 도루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 빠른 자원을 다수 보유한 KIA가 눈에 띈다. KIA에는 베이스 확대 전부터 이미 한 시즌 40도루를 경험한 선수를 둘이나 보유하고 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선수는 2019년 39도루, 2022년 41도루로 두 차례 도루왕을 차지한 박찬호(29)다. 박찬호는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지난해 130경기 타율 0.301, 52타점 73득점 30도루, 출루율 0.356 장타율 0.378 OPS(출루율+장타율) 0.734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매해 타격 생산성을 늘려가며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어 올해도 주전 유격수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최원준(27)은 한 해 40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리드오프형 외야수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 전 최원준은 자신의 타격 잠재력을 뽐내며 차세대 KIA의 리드오프로 여겨졌다. 2020년에는 타율 0.326, OPS 0.808로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고, 입대 직전 해인 2021년에는 143경기 타율 0.295, 4홈런 44타점 82득점 40도루, OPS 0.742로 리그에서 두 번째로 많은 베이스를 훔쳤다.
마지막으로 김도영(21)은 건강하게 풀 시즌을 치른다면 50도루도 기대된다는 높은 평가를 받는 기대주다. 지난해 84경기 25도루로 144경기로 환산하면 42개 페이스를 보여주면서 왜 자신이 그러한 평가를 받는지 일부 증명했다. 조재영(44) KIA 1군 작전-주루 코치는 지난해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스타뉴스를 만나 "김도영의 신체 능력은 압도적이다. 빠르기만 보면 우리 팀에서 단연 톱이고 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김혜성(25·키움 히어로즈)과 비슷하다"며 "당장은 경험이 많은 김혜성이 주자로서 능력은 앞선다. 하지만 (김)도영이도 건강하게 주전으로 나서고 경험을 쌓다 보면 한 시즌 50도루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KIA의 뛰는 야구가 더욱 기대되는 건 '통산 28도루'로 발 느린 최형우(41)도 도루를 가능하게 하는 조재영 코치의 존재도 있다. 2022시즌을 앞두고 합류한 조 코치는 도루 개수보다 성공률이 중요하다는 지도 철학으로 KIA의 작전 수행 능력을 크게 향상했다. 지난해 조 코치는 "KIA에 처음 왔을 때 (전 소속팀) 키움에 비해 빠른 선수가 부족한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난 도루 개수보다 성공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수의 주력과 그때의 상황에 맞게, 뛰어야 할 때 뛰게 한다는 의미"라고 자신의 지론을 설명한 바 있다.
대표적인 예가 2022년 10월 5일 LG 트윈스전에서 정우영-허도환 배터리를 상대로 2루를 훔친 최형우였다. 당시 최형우는 퀵모션이 느린 정우영과 상대 배터리의 방심을 이용 2018년 6월 27일 인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전 이후 4년 만에 단독 도루를 기록했다.
이렇듯 어느 선수든 도루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덕분에 2021시즌 73도루(리그 9위), 도루성공률 70.2%(5위)였던 KIA는 조 코치 부임 1년 만에 103도루(1위), 도루 성공률 75.7%(3위)로 효율이 크게 좋아졌다. 선수들을 어느 정도 파악한 지난해에는 도루 시도율도 6.2%에서 7.3%로 늘리면서도 더 높은 도루성공률(78.2%·리그 2위)과 더 많은 도루(122도루·3위)를 기록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으로 지적받던 주루사 확률마저 한국 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기준 4.59%에서 3.16%로 크게 낮췄다.
그러면서 타이거즈 역대 최초 기록에도 도달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동안 타이거즈에는 김일권, 이순철, 이종범, 김종국, 이용규 같은 대도가 꾸준히 나왔으나, 한 해에 40도루 이상 기록한 듀오가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범위를 넓혀 30도루 듀오는 몇 차례 있었어도 30도루 트리오는 없었다. 따라서 박찬호, 최원준, 김도영이 모두 40도루에 성공할 경우 이들은 구단의 새 역사를 쓰게 된다.
한 팀에서 한 시즌 30도루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셋이 나오는 사례는 타이거즈뿐 아니라 KBO리그 전체를 놓고 봐도 귀하다. 2007년 두산 베어스의 이종욱(47개)-고영민(36개)-민병헌(30개), 2009년 히어로즈의 이택근(43개)-황재균(30개)-김일경(30개), 2010년 삼성 라이온즈의 조동찬(33개)-이영욱(30개)-김상수(30개), 2015년 박민우(46개)-김종호(41개)-에릭 테임즈(40개) 등 네 차례뿐이었다. 이 중 NC는 KBO리그 사상 초유의 40도루 트리오를 배출해 놀라움을 안긴 바 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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