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최대 290만명에 '연체이력 삭제.."신용평가체계 혼란·도덕적 해이 우려" [출근길 money]
5월까지 대출 갚으면 '연체 이력 삭제'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에 銀 리스크 관리 '고충'
사면 반복 시 제도 악용 '도덕적 해이' 우려
"총선용 정책...횟수 제한 등 보완책 마련해야"
당정에선 "장기연체 발생률 오히려 낮아져"
금융회사들은 '돈 갚을 능력이 되는지'를 보고 소비자에게 대출을 해주는데, 연체 이력 삭제로 그 근간이 흔들릴 수 있어서다. 연체이력을 가진 채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와 그간 어렵게 원리금을 상환해온 차주와의 역차별 우려도 있다.
신용평가사를 포함한 금융사가 최대 290만명의 연체 이력을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는 게 핵심이다. 개별 금융사들이 연체 기록을 삭제한 후 신용정보원에 공유하면, 신용정보원이 다시 금융사에 삭제된 내용으로 공유하는 구조다. 신용사면 시 연체 차주의 신용점수가 오르고, 금융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신용점수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리스크 관리 체계에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5월까지 대출을 전액 상환한 차주를 대상으로 한다는 전제가 있다"라면서도 "은행들의 신용평가모형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평가사가 차주 연체 이력을 공유해주지 않으면 타 은행이나 금융사에서 연체를 했는지, 안 했는지 알 수 없다"라며 "돈을 갚을 수 있는 고객에게 적정 금리로 대출을 하는 게 은행의 핵심 영업인데, 신용사면을 하면 신용점수가 전반적으로 다 올라가 정교한 신용평가가 어려워진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번 신용사면은 2021년 8월 신용사면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체감 물가상승률이 높고, 기준금리가 3.5%로 높아 서민 어려움이 크지만 과거 외환위기, 코로나19 팬데믹과 비교할 때 명분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는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똑같이 어려운 상황에서 연체하지 않고 대출을 갚은 성실상환자, 소액 연체 이력을 갖고 이미 대출을 받은 차주들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도덕적 해이 문제와 함께 성실상환자에게 대한 역차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주별 신용사면 횟수를 제한하거나, 신용사면 이후 연체 발생 시 패널티를 주는 등 도덕적 해이·형평성 문제에 대한 보완대책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정에서는 코로나19 이후 고금리·고물가·저성장의 어려운 경제상황을 고려해 '불가피'하게 신용사면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협의회에서 "지난 2021년 코로나 위기로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어려운 상황이 있다"며 "이럴 때 상황에 연체를 하는 분들은 도덕성에 큰 문제가 있기보다는 본인이 예측하기도 어렵고 통제할 수 없는 이유로 인해서 연체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과거 신용사면 효과를 거론하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신용사면 당시 신용점수 상승으로 서민과 소상공인의 카드 발급 등 금융 접근성이 개선되고 신용사면을 받은 차주의 장기 연체 발생률이 비(非)사면 차주 대비 1.1%p 낮았다"고 설명했다.
당정은 오는 5월까지 대출전액을 상환한 차주에게 연체 이력을 삭제해주는 것인 만큼 부작용도 크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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