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어닝쇼크', 반도체 주도력 약화?…증권가는 "No"
4분기 기업들 실적 하회 경향…코스피 단기 과열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고평가株 변동성 영향 가능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어닝 쇼크’에 반도체 주도력 약화, 국내 증시 약세장 전환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다만 증권가는 반도체 업황 개선은 추세적으로 ‘속도’의 문제이며, 증시는 작년이 아닌 올해 실적을 주가에 반영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삼성전자의 지난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며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어닝 쇼크가 시장을 약세장으로 전환하는 재료가 되거나 혹은 반도체 주도력 약화의 서막이라고 판단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의 주요한 요인은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실적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쳤다고 짚었다. 속도의 문제로, 개선 방향성은 유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변 연구원은 “이번 실적 부진으로 인해 올해 반도체 업황 방향성을 크게 훼손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올해 반도체 수출 및 가격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속도 우려가 반영된 이후에는 재차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달 발표된 실적이 지난해 실적이며, 주식시장은 이미 올해 실적을 반영하고 있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변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 부진은 올해를 고려하면 오히려 기저 효과를 강화시켜주는 요인이 된다”며 “이번 실적 발표로 2024년 컨센서스가 소폭 하향 조정됐으나 올해 영업이익 예상 증가율은 지난해 말 362%에서 현재 418%까지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아직 ‘정점’ 아냐…4분기 기업들 실적 하회 경향”
또한 4분기 삼성전자 어닝 쇼크가 주가에 큰 영향을 준 사례가 드물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4분기 실적은 거의 대부분 기업들이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하는 경향이 있고 이를 시장 참여자들이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민감도가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역시 2015년 이후 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경우는 2020년 1월에 발표된 2019년 4분기 실적이 유일하고 나머지 8번은 전부 시장의 예상을 하회했다. 하지만 2016년 이후 삼성전자 1월 주가는 최근 9번의 사례 중 5번 상승하고 4번 하락했다.
변 연구원은 “결론적으로 삼성전자 4분기 실적이 시장 대비 어떻게 나오는지가 주가와 그다지 상관성을 보이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며 “1월 현재 삼성전자는 6.8% 하락하며 최근 20년 내 하락률 밴드 하단에 근접한 상황이다”고 했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 부진에 대해서는 “코스피는 9주 연속 상승한 이후 2주째 하락세로, 삼성전자의 어닝쇼크가 이러한 단기 과열과 맞물려 발표되면서 더 강력한 차익실현 재료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시장의 단기 과열이 해소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업황 및 실적 개선에 따라 재차 우 상향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말했다.
변 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2차 전지 주가 사이클, 자동차 주가 사이클 등이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보다 길었고 조기 매도의 위험성을 우리는 어느 정도 실감한 바 있다”며 “이번 반도체 주가 사이클도 그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 고평가株 변동성 커질 수 있어”
다만 삼성전자 주가 자체의 부정적 영향은 상당 부분 반영됐다고 보지만 4분기 실적시즌 과정에서 그 여진이 여타 업종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는 의견이다. 업황 개선 과정에서도 삼성전자 실적이 부진했던 만큼, 업황이 그다지 좋지 못한 업종에서의 실적 부진 우려가 여진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변 연구원은 “그 여진은 특히 주가가 크게 상승해 있는 업종과 종목에 대해 재차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즉 4분기 실적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 주가가 많이 올라 있는 종목군들에 대한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란 점”이라고 말했다.
이은정 (lej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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