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덕희', 아는 맛이지만 맛있는걸 [강다윤의 프리뷰]

강다윤 기자 2024. 1.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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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민덕희' 리뷰
영화 '시민덕희' 포스터. / 쇼박스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잘 익은 김치와 맛깔난 양념에 엄마의 손맛까지. 누구나 아는 맛이지만 실망할리는 없는 김치찌개가 팔팔 끓었다. 영화 '시민덕희'의 이야기다.

어느 날, 평범한 시민 덕희(라미란)는 거래은행의 손대리(공명)에게 대출상품 제안 전화를 받는다. 이런저런 수수료 요구에 돈을 보낸 뒤에야 덕희는 이 모든 과정이 보이스피싱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런데, 덕희에게 손대리의 전화가 다시 걸려온다. 이번엔 살려달라고. 경찰도 포기한 사건, 덕희는 손대리도 구출하고 잃어버린 돈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직장 동료들과 함께 중국 칭다오로 직접 날아간다.

'시민덕희'는 2016년 경기도 화성시의 세탁소 주인 김성자 씨가 보이스피싱 총책 및 조직 전체를 붙잡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실화에 요모조모 픽션이 더해져 익숙한 맛, 아는 맛을 좀 더 감칠맛 있게 살렸다.

예상치 못한 반전이나 통통 튀는 특별함과는 거리가 멀다. 화려한 액션이나 치밀한 두뇌싸움 역시 없다. 그러나 '평범한 소시민의 통쾌한 사이다 복수극'에 기대하는 지점은 모두 충족시킨다. 답답한 전개로 '고구마'를 먹이지도 않는다.

보이스피싱을 다룬 탓에 생각지 못한 잔인함을 마주하더라도 때마다 깨알 같은 코미디가 적절히 분위기를 환기시킨다. 피해자가 자존감을 회복하고 일상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담아낸 것도 인상적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 당당하게 미소 짓는 덕희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라미란은 단연 맛있게 끓여낸 김치찌개의 일등공신이다. 직장을 다니고 두 아이를 키우는 평범한 소시민 덕희에 한 번,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러 떠나는 추친력 있는 덕희에 한번,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는 피해자 덕희에 또 한 번 그 깊은 내공을 느낄 수 있다.

든든한 지원군 염혜란과 에너지 넘치는 장윤주, 깜찍한 막내 안은진과의 케미스트리도 놓칠 수 없다. 캐릭터의 짜임 자체는 다소 익숙하지만 네 명의 평범한 이들이 보여주는 연대이기에 뜻깊다. 우당탕탕 굴러가며 선사하는 웃음도 즐겁다.

선한 눈망울의 공명은 이야기에 쫄깃함과 몰입감을 더하며 제 몫을 훌륭하게 해낸다. 묵직함은 끝 무렵에야 말끔한 슈트핏을 자랑하며 얼굴을 드러낸 이무생이 담당한다. 답답하고 융통성 없지만 마냥 밉지만은 않은 박형사도 유쾌하다.

특별한 미쉐린 스타를 원한다면 아쉽겠지만, 흰쌀밥에 뚝딱 해치울 수 있는 김치찌개.

오는 24일 개봉. 상영시간 114분,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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