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긴장 고조시 전세계로 큰 여파"…D-1 대만 선거에 관심 집중 이유
中 "라이칭더 당선시 전쟁 위험 고조"…유권자 1954만명 새로운 리더 선출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대만 총통 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진당과 제1야당 국민당 후보가 막판까지 신경전을 벌이며 표심을 호소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대만 정권이 8년만에 친미·독립 성향을 버리고 친중 노선을 선택할지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대만 현지 매체를 종합하면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총통 후보와 제1야당 국민당 허우유이, 제2야당 커원저 후보가 선거 막판까지 양안(중국-대만) 공약을 내세워 표심잡기에 총력전을 펼쳤다.
◇ 사상 최초 의사 또는 경찰 출신 총통 탄생
라이칭더 후보는 전날 "우리는 평화에 대한 환상이 아닌 이상을 가져야 한다. 92공식(九二共识·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되 각자 명칭을 사용하기로 한 합의)을 따르면 대만은 결국 홍콩 처럼 될 것"이라면서 "대만의 민주주의를 굳건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유권자들이 올바른 길을 선택해야 한다" 촉구했다.
라이칭더 후보는 중국과의 관계에 있어 '현상 유지'를 추구한다. 차이잉원 현 총통의 친미 정책을 계승하고, 경제 교류는 유지하면서도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겠단 공약이다.
만일 라이칭더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그는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이 된다. 또한 1996년 총통 선거 이후 대만에서는 단일 정당이 8년 이상 정권을 잡은 사례가 없었는데, 라이칭더가 선출될 경우 민진당은 전례 없는 3연임 기록을 세우게된다. 대만 총통 임기는 4년제이며 중임이 가능하다.
같은 날 국민당 후보인 허우유이는 민진당을 견제하며 자신이 '친중파이자 대만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배신자'라는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대만은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국가다. 중국이 어떻게 생각하든 대만의 주류 여론이 원하는 것은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우유이는 미국과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미국은 대만 해협의 안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미국산 무기를 늘릴 뿐만 아니라 미국과의 군사 협력도 강화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미국과 좋은 소통 관계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허우유이는 중국을 인정하고 중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데, 그가 선거에서 승자로 거듭날 경우 대만은 역사상 최초로 경찰 출신 총통을 선출하게 된다.
아울러 대만에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모든 총통은 국립타이완대학에서의 학위를 보유하고 있는데, 허우유이가 당선될 경우 그는 사상 처음으로 국립타이완대학 출신이 아닌 총통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허우유이는 대만 중앙경찰관학교에서 형사경찰학을 공부했다.
이번 총통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제2야당 커원저 후보는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후보로 꼽힌다. '양안일가친'(兩岸一家親·양안은 한 가족)이란 이념을 지지하며 양안관계 개선을 추구하는 커원저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양안 문제에 대해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며 국내 현안에 집중할 것을 호소하고 있다.
그는 "국민 90%는 양안 문제에 있어 현상 유지를 원하는데, 왜 해결하지 못할 문제를 논의하는데 이렇게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현재 중국 본토에는 큰 문제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고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했다.
커원저가 당선될 경우 그 역시 라이칭더와 마찬가지로 대만 역사상 최초의 의사 출신 총통이 된다. 특히 커원저가 당선될 경우 그는 대만 역사상 처음으로 민진당 또는 국민당이 아닌 제3 정당에서 총통에 오르는 기염을 토한다.
◇ 中 "라이칭더 당선시 전쟁 위험 고조" 경고
선거를 앞두고 중국은 라이칭더 후보를 콕 지목하며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경우 대만의 전쟁 위험이 고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 문제를 담당하는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은 전날 천빈화 대변인 명의의 성명을 내고 "지난 8년 동안 양안 관계가 평화 발전에서 긴장된 대립으로 급변했다는 사실이 충분히 입증됐다. 이른바 '차이잉원 노선'은 대만 독립, 대결, 대만을 해치는 노선"이라면서 "대만 전쟁과 위험을 고조시키고 사회적 분열을 대결로 이끄는 근본적 원인으로 국민의 이익에 "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라이칭더는 이러한 노선을 이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는데, 이는 대만을 평화와 번영, 전쟁과 쇠퇴에 점점 더 가깝게 만들 것이다. 대만인들은 라이칭더가 양안 대결과 갈등을 촉발시키는 극도의 위험을 불러일으킬 인물이라는점을 인식하고 엇갈림의 기로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바란다"고 경고했다.
◇ 총통 선거 13일 오전 8시부터…올해 유권자는 1954만명
13일 현지시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실시되는 총통 선거는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선거 당일 대만 유권자들은 투표장에서 세장의 투표용지를 받아 △총통·부통 △지역구 의원 그리고 △비례대표 선출을 위한 정당 등 세 가지에 투표권을 행사하게 된다.
대만 중앙선거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유권자 수는 1954만8531명이다. 이 중 유권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신베이시로 340만2064명에 달한다. 이어 타이중시 232만면, 가오슝시 231만명, 타이베이시 209만명, 타오위안시는 188만명, 타이난시 156만명 순이다.
연령대별로는 40~49세가 389만명으로 전체 유권자 가운데 19.9%를 차지했고, 이어 50~59세가 353만명(18.1%)으로 뒤를 이었다. 20~29세 유권자는 285만명(14.6%)이다.
◇ 중국의 숙원은 '대만 통일'…향후 정세 변화따라 심대한 파장도
중국은, 대만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양안 통일이 평화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해왔지만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대만에 대한 군사적, 경제적 압박을 강화해 왔다.
중국의 숙원이 '대만 통일'인 만큼 대만의 정치 지형 변화 혹은 미국과의 갈등 심화에 따라 중국의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대만의 외교 정책이 결정되는 총통 선거에 전세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민진당이 정권을 유지할 경우 양안해협에선 무력 충돌 위험이 고조될 것은 자명하다. 국민당 정부가 집권하면 대만 해협의 긴장이 완화되고 차이잉원 정부 하에서 감소했던 양안간 무역, 관광, 문화 교류를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지난 수년 간 시진핑 주석의 중국이 과거보다 훨씬 권위주의적 체제가 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당으로 정권이 넘어간다고 긴장이 해소되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선거 결과 그리고 이와 맞물린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시진핑 주석 혹은 후임자가 인내심을 잃고 만약 무력 옵션을 선택한다면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 규모와 여파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압도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일각에선 침공에는 100만에서 200만 병력이 필요할 것이며,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고 있다.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지난해 내놓은 워게임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등 동아시아 동맹국을 포함한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은 3주 내에 승리할 수 있겠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20년 간 싸운 병력의 절반을 잃을 수 있다.
◇ "대만 봉쇄시 경제 손실 2629조원"
전쟁은 대만 섬 주변으로 억제될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적 여파는 전 세계에서 감지될 수 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해 전쟁이 발생하면 세계 경제 국내총생산(GDP)이 10조 달러(약 1경 3000조원) 줄고, 특히 한국 GDP가 20% 이상 급감할 수 있다고 미 경제매체 블룸버그 산하 연구소인 이코노믹스는 진단했다.
'칩 워' 저자 크리스 밀러는 전쟁 과정에서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 의 공장들이 큰 피해를 입거나 파괴된다면 "우리는 세계 대공황 동안 보았던 혼란에 필적하는 전세계적 경제 위기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민간연구소 로듐 그룹은 중국이 대만을 봉쇄할 경우 세계 경제에 2조 달러(약 2629조원) 손실이 발생하며 전 세계 물동량의 50%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국제 무역 물동량의 약 절반이 대만해협을 통해 이동하고 있어서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연구원인 아이비 쿽은 "이번 선거는 향후 4년간 양안 관계의 다이내믹을 결정할 뿐만 아니라 역내 안정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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