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금연, 그리고 새 결심

박진용 동화작가 2024. 1. 12. 07: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해마다 새해가 밝으면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피우던 담배를 모두 버리고 금연침을 맞고 금연 패치도 붙이고 밤낮없이 금연 껌을 씹으며 버텼다.

그러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보통 보름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견디다가 담배를 다시 물었다.

새해가 되기 전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금연할 결심을 알리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번번이 체면만 구기고 말았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진용 동화작가.

해마다 새해가 밝으면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올해는 반드시 담배를 끊겠다고. 피우던 담배를 모두 버리고 금연침을 맞고 금연 패치도 붙이고 밤낮없이 금연 껌을 씹으며 버텼다. 그러나 실패의 연속이었다, 보통 보름에서 길게는 석 달까지 견디다가 담배를 다시 물었다. 새해가 되기 전부터 가족과 친구들에게 금연할 결심을 알리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지만 번번이 체면만 구기고 말았다.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피웠다. 대충 따져 봐도 잠자는 시간 빼고 삼십 분도 채 안 돼서 한 개비 씩 피운 것이다. 아내는 물론이고 주변 지인들의 걱정이 매우 컸다. 해마다 거듭되는 실패에 금연을 선언할 때마다 가족들은 고개를 저었다. 친구들은 내가 담배를 끊으면 세상이 뒤집힌다며 그냥 피우라고 비아냥거렸다. 그런데 내가 진짜로 담배를 끊게 되었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모두 놀라워했다. 도대체 비법이 뭐냐고 물었다.

한마디로 비법은 없었다. 다만 그전처럼 금연한다고 큰소리 치고 금연침을 맞고 패치를 붙이는 등 난리를 치지 않았다. 금연을 한다는 생각을 지워버렸다. 피우고 싶을 때마다 좀 이따 피우겠다고 미루고 또 미뤘다. 금단 현상은 심각했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고 앓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아내가 차마 볼 수 없다며 차라리 담배를 피우라고 했다.

견딜 수 없어서 담배를 물었다. 꿀맛이다. 연거푸 담배를 피우며 행복해한다. 그러다가 또 실패했다는 자괴감이 밀려온다.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 눈을 떴다. 꿈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하느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이렇게 조금 이따 피운다고 미룬 지가 십오 년이 지났다. 금연에 성공한 것이다. 청룡의 해 아침에 새로운 결심을 한다.

"술은 절반으로 줄이고 운동은 두 배로 늘린다."

박진용 동화작가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