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최동훈 "청춘은 끝났다…나도 내 영화도 변한다"
1부 흥행 참패 딛고 절치부심 2부 개봉해
"만족하냐고? 영화 만든 내 태도엔 만족해"
"영화라는 건 우여곡절이 있기에 멋진 것"
"6년 쏟아부은 작품 지치기보다 타오른다"
"이젠 정말 영화를 즐기며 찍을 수 있다"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최동훈(53) 감독에게 '외계+인' 2부작에 만족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되게 어려운 질문이네요. 음…그러니까 이 영화를 만든 제 태도엔 만족해요."
만족에 관한 얘기를 꺼내자 최 감독은 이런 일화를 들려줬다. 그가 '외계+인 1부'를 내놓은 뒤 '외계+인 2부'가 나오기까지 1년 6개월 간 만든 2부 편집본 52개에 관한 것이었다. 51번째 편집본으로 스태프들과 함께 기술 시사회를 한 최 감독은 시사가 끝난 뒤 스태프들에게 몇 군데 손볼 곳이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51차례 수정을 거친 스태프들의 표정은 좋을 수 없었다. 그래도 최 감독은 다시 편집했다. 52번째였다. 이 영화 편집을 한 사람은 최 감독의 모든 영화를 함께한 동료. 최종 편집이 끝나자 그는 최 감독을 안아주며 "감독님 이제 오지마. 정말 끝이야"라고 말했다. 이게 최 감독이 '외계+인 2부'를 만들어 간 태도였다.
'외계+인 1부'는 실패했다. 1부와 2부 합쳐 들어간 제작비만 약 700억원. 그런데 1부 관객은 154만명이었다. 1부 실패는 2부 흥행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1부 결과만 보고 2부는 보나마나라는 얘기가 나왔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국내 최고 흥행 감독인 건 물론이고 완성도 면에서 언제나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최 감독이기에 업계가 받은 충격도 컸다. "1부 끝나고 힘들었죠. 힘들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 이 영화를 조금은 더 많은 분들의 기억에 남게 하고 싶었습니다. 이건 흥행과는 또 다른 문제죠. 기억하게 한다는 것, 그건 영화감독의 숙명이잖아요. 그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최선을 다했습니다. 힘들다고 힘들게만 살 순 없잖아요.(웃음)"
그러면서 최 감독은 "난 영화를 정말 좋아한다. 진짜 진짜 좋아한다"며 "영화라는 게 이렇게 우여곡절이 있어서 멋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외계+인' 2부작은 최 감독이 가진 영화에 대한 마음을 바꿔놨다. 그에겐 1000만 영화 두 편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외계+인' 이전 그의 영화가 불러들인 관객수만 5000만명 정도가 된다. 국내 어떤 감독도 이 숫자를 넘보지 못한다. 이런 최 감독이기에 영화가 개봉한 뒤에 결정되는 결과물에 신경을 더 많이 썼다는 건 이상하지 않다. 그러나 그는 '외계+인'을 만들면서 "결과가 중요하지 않은 건 아니겠지만, 결국 과정이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결과는 내가 어찌 할 수 없다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과정이 있고 그 뒤에 결과가 나오는 것이잖아요. 물론 결과가 좋지 않다면 참 견디기 어렵겠죠. 그런데 과정이 좋지 않다면 그게 더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요. 게다가 열심히 하지 않고는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죠. 이러나 저러나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겁니다.(웃음) '잘한다' 것과 비슷해요. 잘하는 게 중요한데,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하잖아요. 참 어떻게 얘기해도 꼰대 같네요."
최 감독은 '암살'(2015)을 끝낸 뒤 번아웃이 왔다고 했다. 워낙에 준비할 것들이 많았고 촬영도 쉽지 않아 지쳐버렸다는 얘기였다. 그런데 그는 '암살'보다 더 힘들게 작업한 '외계+인'을 끝내고는 오히려 온몸에 에너지가 들어오고 영화에 대한 열의로 가득 차있다고 말했다. "마치 신인 감독이 된 것 같아요. 뭐랄까요, 활활 타오른달까요. 신인 감독이 자기 영화를 처음 선보이기 위해 나서려는 그런 마음입니다."
'외계+인'은 최 감독이 앞으로 만들 영화를 바꿔 놓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아직 막연한 생각이지만 앞으로 만들 영화가 이전에 만들었던 영화와 달라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고 했다. 그는 한 때 영화라는 건 멋있는 장면을 찍어서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끝내고 보니 결국 영화라는 건 어떤 인간 유형을 담아내는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한다.
"영화엔 주인공이 있죠. 그런데 그 주인공이라는 건 그가 대단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주인공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주인공인 겁니다. 우린 모두 우리 삶의 주인공이잖아요. '외계+인'엔 여러 인물이 나오는데, 잠시 모였다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가서 각자 주인공인 인생을 살죠. 영화의 장르가 어떻고 소재가 어떻고 해도 결국 영화는 그런 사람들을 찍는 것이라는 걸 점점 더 깨달아가요. 앞으로 제 영화는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으면 좋겠어요."
전작인 '암살'이 나온 게 2015년이니까, '외계+인 2부'가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 시간 대부분을 '외계+인'을 만드는 데 썼다. 그 사이 최 감독은 50대가 됐고, 검은 머리보다 흰 머리가 더 많아졌다. 그에게 이 시간에 관해 물었더니 "'암살'이 2015년…시간이 참…"이라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제 마지막 청춘을 '외계+인'에 바쳤어요. 이 영화는 촬영 난도가 높아서 노동이 많이 들어가요. 힘이 많이 남아 있던 청춘의 끝에서 이 영화를 했기에 끝낼 수 있었을 겁니다. 안 그랬으면 힘이 없어서 못 했을 거예요.(웃음) 글쎄요 제가 그리고 제 영화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요. 막연한 말이지만 변하겠죠. 한 가지 분명한 건 앞으로는 정말 영화를 즐기면서 찍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말을 마친 최 감독은 "이런 얘기를 하니까 갑자기…"라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이내 화제를 바꿔버렸다. "마지막 대목에 '인 드림스'(In Dreams)가 들어가는 장면 어땠나요? 괜찮았나요? 참 묘한 노래죠?"
☞공감언론 뉴시스 j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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