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과학기술계에도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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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전례 없는 예산 삭감으로 흉흉해진 과학기술계 여론이 대통령의 몇 마디 말에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은 주기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데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대통령의 과학기술과 우리의 과학기술은 다른 것 같다", "연구 현장은 지금 혼란의 도가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과학기술계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것은 15%에 가까운 예산 삭감 탓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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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임기 중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R&D는 돈이 얼마가 들어가든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 "건전재정 기조에도 불구하고 미래세대 연구자들의 성장을 위한 예산은 아낌없이 지원하겠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개최된 '과학기술인·정보방송통신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국가 R&D 예산 확대를 약속했다. 전날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열린 새해 첫 업무보고에서의 발언에 이어 이틀 연속 R&D 예산 확대를 언급한 것이다.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을 두어 소통을 강화하겠다고도 했다. 과학계 달래기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례 없는 예산 삭감으로 흉흉해진 과학기술계 여론이 대통령의 몇 마디 말에 돌아서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신뢰가 가지 않는다", "대통령은 주기적으로 그런 말을 하는데 현장과는 너무 동떨어져 있다", "대통령의 과학기술과 우리의 과학기술은 다른 것 같다", "연구 현장은 지금 혼란의 도가니"라는 반응이 나온다.
전년대비 14.7% 삭감. 과학기술계는 무엇보다 당장 현실이 된 R&D 예산 한파를 어떻게 견뎌낼 지부터 걱정이다. 삭감된 예산을 반영한 연구과제 협약변경안이 이미 지난 연말부터 각 연구실에 통보되고 있는 중이다.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진로변경을 고민하는 학생들, 정부과제를 중단하고 더 이상 학생연구원을 받지 않겠다는 교수들 소식이 계속 들려 온다. 우리나라 과학기술계에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가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과학기술계 여론이 싸늘하게 식은 것은 15%에 가까운 예산 삭감 탓이 크다. 여기에 그 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과학을 대하는 방식, 과학기술정책이 지향하는 방향, 이를 다루는 태도와 언행 등도 불신을 키우는 데 한 몫 한 게 분명하다.
윤 대통령은 신년인사회에서 “이제 대한민국은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혁신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딛기 시작했다"고 평가하면서 “우수한 기관에 연구비를 집중 지원해 세계적인 연구를 하기 위해 R&D 구조조정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실제 진행되는 정책들은 '퍼스트 무버'보다 '패스트 팔로워'에 가까운 모양새다.
예산 삭감 와중에서도 큰 폭으로 증액된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양자 분야가 선도국을 빠르게 추격할 수 있을 지도 미지수지만, '선택과 집중'에서 배제된 분야의 좌절감은 단지 예산 때문만은 아니다. 기술안보, 경제성장 못지않게 학술생태계의 다양성 보존, 풀뿌리 기초과학 저변확대 같은 또다른 가치들은 '1억 이하 소액과제 폐지'. '신규 신진연구 확대 위해 기존 신진연구 삭감' 같은 행정편의적이고 조삼모사 같은 조치와 함께 스러졌다.
무엇보다 "대통령 말 한 마디에"로 상징되는 일방적 구조조정의 상처가 깊다. 과학자들을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세금도둑으로 취급하고 R&D 예산 나눠먹기 타파를 천명한 순간, 과학기술 연구자들은 '카르텔'로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에 과학기술수석을 신설해 과학기술인과도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뒤늦었지만 '소통'의 문제를 인식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래도 평소 같으면 환영 성명서가 나올 법한 조치이지만 과학기술계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그만큼 불신의 골이 깊어진 모습이다.
신설되는 과학기술수석에 주어진 책임이 무겁다. 이미 엎질러진 물같은 상황이지만 이를 계기로 올해는 과학기술혁신의 기반을 바닥부터 새로 정립하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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